“진짜 폭파시킨 거 아니야?”...한국 모델러를 세계에 알린 ‘디오라마 천재’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3. 8. 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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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백투 더 퓨처’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협주곡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건너온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는 1987년 영화속 모습 그대로였고 드로이안(영화속 타임머신)의 파이어 로드는 아직도 불이 붙어있는 듯 생생합니다.

백 투더 퓨쳐 드로이안 디오라마
디오라마 역사에 한 획을 긋고있는 한국의 모델러가 있습니다. 액자형 디스플레이글루건 아트를 처음으로 선보인 ‘볼보승범’ 안승범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전시 카페 ‘프라페’에서 만난 볼보승범
디오라마를 벽에 걸다. 액자형 디스플레이의 시작
거울을 깨고 나오는 연출이 돋보이는 유니콘 건담
볼보승범이라는 닉네임보다 먼저 알려지게 된건 ‘거울을 깨고 나오는 건담액자’였습니다. 당시 작품의 연출이 너무도 파격적이라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입니다. 수집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치게 되는 난관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비어있는 ‘벽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 보자‘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액자형 디스플레이는 안승범 작가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습니다.
액자를 뚫고 나오는 스파이더맨
볼보승범의 작품은 ‘깔끔함’ 보다는 파괴되고 더럽혀진 ‘하드 웨더링’을 추구합니다. 그렇다 보니 도색방법도 색을 칠해 나가는게 아니라 먼저 프라모델을 까맣게 칠한 다음 지워나가면서 흔적을 남기게 되는 워싱 방식을 사용합니다. LED를 이용한 액자를 뚫고 나오는듯한 폭파장면 연출은 볼보승범의 시그니처.
건담 컨스트럭션 디오라마
“큰 아들의 부서진 장난감을 고쳐주고 만지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고쳐주고 같이 놀면서 사인펜이 있어 색칠을 하다보니 흥미가 가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더라구요. 뭔가를 이루겠다고 시작한건 아닙니다. 그래서 디오라마 미술용품들을 쓰면서 만드는게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소재로 주변에 있는 물품들을 활용하며 디오라마를 시작했죠.”
천장에 매달아 디스플레이 해 놓은 네오지옹 액자
“결과적으로 다른 모델러들이 오히려 접하지 못한 방식의 작업들이 나오게 된것 같아요. 액자에 올려 걸거나 글루건을 이용한 물보라 효과가 같은게 그 결과죠. 많은 작가들, 콜렉터들이 신선하다며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에반게리온
“부서진 장난감을 고지면서 ‘이걸 원본처럼 깨끗하게 고치지는 못하겠구나. 그러면 아예 부서지고 망가진 디오라마를 만들자.’ 그렇게 시작되다 보니 거의 모든 작품들이 깨지고 부서지고 파괴된 형상이 되어버렸죠.“
볼보승범의 시그니처 액자 유니콘 건담
다양한 액자형 작품들
“벽걸이 건담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는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시선의 방향에 따라 번화하는 입체감인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 장면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고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LED 이펙트를 사용한 드래곤볼 디오라마
SNS로 작업 사진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소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연락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국가에 따 반응들도 제각각이라 흥미로운데요.

“작년 겨울에는 과테말라에서 작품을 보러온 해외팬도 있었어요. DM으로 한국가면 꼭 보러가겠다고 하길래 그냥 그러려니 하고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는데 저 없을때 왔다갔다하더라구요. 한참을 구경하고 즐거워 하고 갔다는데 제가 바쁠까봐 일부러 조용히 왔다갔다고 하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너무 고맙더라구요.”

볼보승범의 파괴 연출. 네오지옹과 시난주
“일본쪽에서는 건담 디오라마 문화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이 있어서인지 한국인이 이뤄낸 한 걸음에 대해 약간의 자존심이라고 해야될까요? 자기들이 먼저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신선함을 인정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서양의 경우에는 워낙 디오라마 재료들을 구하는게 쉽지 않다보니 주변용품으로 작업하는 저의 작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봐요. 구매를 원한다는 연락도 많고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최대한 알려주고 하고 있어요”
스키드마크와 연기표현이 일품인 레이싱카 작품
“문제는 중국인데, 연락이 왔는데 중국으로 와서 작업할 수 있겠냐고 하더라구요. 거절했더니 이후 중국에서 제가 연출 작품들을 카피해서 판매하더라구요. 사업화 시켰고 많은 판매량을 보이며 전용 카피공장도 있더라구요. 제 작품들을 흉내내서 대량으로 찍어내거죠. 신작을 SNS에 올리면 바로 제품이 나와 있더라구요. 건담에 대한 저작권은 어차피 반다이고 연출에 대한 저작권을 제가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니 대응할 생각은 없는데 이왕이면 좀 제대로 만들어 팔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조잡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더라구요.”
영화 캐릭터 스테츄
“프라모델의 표면에 딱풀이나 헤어스프레이 뿌려 말리고 하면서 질감을 만들고 도색작업을 합니다. 반짝반짝한 느낌 보다는 부서지고 깨진 거친 느낌을 만드는걸 좋아해요. 건담이 전투하는 병기다 보니 밀리터리 디오라마처럼 거친 느낌, 리얼한 느낌을 주는 작업을 너무 좋아하죠.”
헐크버스터
“밀리터리 디오라마를 하면 잘 할것 같은데 왜 안하느냐는 얘기도 주변에 많이 나오는데 저는 전쟁이 싫어요. 밀리터리 디오라마는 실제 존재하는 탈것들과 사람들로 만들어가잖아요. 부시고 더럽히고 피튀기면서 전투씬을 표현하게 되는게 좀 꺼려집니다.”
메트릭스 네오
“제가 하는 모든 캐릭터 작업은 그냥 판타지고 상상속의 장면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재밌습니다.”
디오라마 전시카페. PLAFE
전시카페 프라페
“프라페를 만든 취지는 작업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갤러리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면 정말 고수분들 너무 많고 멋진 작품들이 너무~ 정말 너~~무 많은데 이걸 직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갤러리도 드물고... GBWC(반다이 세계경연대회)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작품들 보고 싶어도 전시회 끝나면 보는게 쉽지 않거든요.”
귀멸의 칼날
귀멸의 칼날 글루건 워터 아트
“‘반도의 중년’님같은 컬렉터 작가 분들이 갤러리 카페를 운영했었는데 이제는 개인 작업실로 바뀌고 그나마 볼수 있는곳이 두리랜드 ‘후니버설스튜디오‘, 강릉의 ‘G-BASE‘, 경산 ‘CW‘ 같은곳 밖에 없어요. 청담동 ’쿤스트할레’는 공개를 안하고 있구요. 그나마 유명한 분들의 작품들은 볼수 있다고 하는데 그밖에 다른 분들은 오프라인으로 작품을 볼 기회가 아예 없어요. 그런분들과 만나고 얘기하며 기법들도 공유하면 좋겠는데 쉽지 않습니다.“
드래곤볼 스테츄
“개인적으로 반다이에 바라는건 GBWC 입상작품들은 전국 건담베이스를 돌면서 순회 전시를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건담 팩토리
“프라페가 좋은 점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신작 전시가 될때 마다 직관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디오라마를 배우고 싶고 전업 작가를 하고 싶다고도 하는데 부모님은 얼마나 걱정이 되시겠어요. 학생들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은데 제가 확신을 드릴순 없잖아요. 먼저 해보라고 하죠. 인생을 걸진 말고. 그런 얘길 할때 좀 안타깝습니다.”
메가사이즈 유니콘 빛의 결정체 버전
“디오라마도 엄청난 산업이잖아요. 나날이 커져가고 안 쓰이는 곳이 없어요. 그런데 교육과정이 기껏해야 문화센터고 작가개인 교습이죠. 분명 전문적인 학사과정이 생겨도 충분히 수요와 공급이 될것 같은데 지금은 혼자서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디오라마 학과! 얼마나 재밌고 신나게 하겠어요. 취미로도 없는 시간 쪼개가면서 밤새면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디오라마도 하나의 예술 분야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장난감이 아니거든요.“
건담 컨스트럭터
“LED는 범용으로 쓰려고 회로를 디자인해서 600~700개씩 주문해 놓고 쓰고 있죠. 범용킷 개발이 정말 어려웠는데 이제는 편하게 쓰기만 하면 됩니다. 아크릴 원형 케이스 개발에 자금이 좀 많이 들어갔어요. 하우징을 만드는 개발비용이 꽤 들었고 이제는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서 필요할때 가져다 쓰고 있죠.”
건담 컨스트럭션
”저는 케이스에 마크나 글씨까지 완성되야 진정한 완성이라고 보는 성격입니다. 구매자들이 디오라마 작품을 사면 보관 케이스를 따로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걸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군요. 내가 작품의 전시를 위한 마무리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제 작업들은 대부분 아크릴 케이스에 들어가 있죠. 케이스가 필요없는 작업들은 먼지가 쌓이면 쌓이는데로 더 멋을 더할 수 있게 구상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웨더링이라고 할까요?”
건담 디오라마의 디테일
“노하우를 다 공개하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알려드리려 합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멋진 작품들을 보고 작가에게 연락도 해보고 했는데 제대로 알려주는 분들이 없어요. 노하우를 본인의 밥줄이라 생각하면 쉽게 공개하기 꺼려지는건 이해합니다. 그런데 사실 모두 공개해도 못해요. 안 합니다. 대부분이 그 순간 궁금해서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거라 봅니다.”
시가전
“그중엔 정말 열심히 질문하고 배우고 따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일본인 친구중에 한명은 글루건 아트워터로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개발자가 허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열심히 하더라구요. 좋아하니까.”
글루건 아트워터
“에반게리온 글루건 영상으로 100만뷰를 찍고 떡상 유튜브 됐어요. 글루건 아트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걸 보면 뿌듯하죠. 구독자들이 그 친구에게 또 알려달라는 연락이 와서 한국의 볼보승범에게 배운거라고 제 유튜브를 소개 시켜주기도 한다네요. 선순환이죠.”
건담 팩토리
“지금 콜렉스라는 작품 옥션 회사와 콜라보 전시 판매를 시도해 보고 있어요. 콜렉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작품 3점을 보내드렸죠. 원래 작가들이 업체에 작품을 등록하면 팔릴 때 까지 렌트비도 측정되고 하는데 필요없으니 일단 해보시라고 작품을 넘겼죠. 같이 협업한다는 생각으로 진행중입니다. 팔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컨스트럭션
“디오라마를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즐기고 싶어요. 프라페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언제든 놀러오세요. 저녁 7시 이후에는 제가 항상 있습니다.”
종로 작업실에서 만난 안승범 작가
볼보승범의 다양한 작품들
볼보승범의 다양한 작품들
볼보승범의 다양한 작품들
볼보승범의 다양한 작품들
볼보승범의 아내분은 프라페 바리스타 겸 뜨개질로 인형을 만드는 작업을 즐기신다고 합니다 .
프라페(PLAFE) -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 125가길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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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의 [퇴근후 방구석 공방]은 프라모델, 워헤머, 레진피규어 제작등 각종 모형 제작과 도색에 관한 정보, 제작기술, 공방소개, 작가소개등의 컨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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