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펴고 쉬고 싶어요…” 인천 휴게시설 의무화 ‘헛바퀴’ [현장, 그곳&]
좁은 곳 다닥다닥… 아예 없는 곳도
고용부 “제도 현장 안착 노력할 것”
25일 오후 2시께 인천의 A대학 학생 식당 주변. 60대 조리 노동자 오모씨가 식당 뒷마당에 앉아 흐르는 땀을 식히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오씨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잠깐이라도 다리를 쭉 피고 쉴 공간이 있는 게 소원”이라고 씁쓸해했다. 상시근로자가 30여명인 이 대학은 법적으로 휴게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조리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없다. 이들은 건물 외부나 김치냉장고와 옷 보관장 등이 들어찬 비좁은 탈의실에서 잠시 쉬어가곤 할 뿐이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오후 11시께 미추홀구 관교동의 B아파트 경비 초소. 70대 경비원 김모씨는 휴게시간임에도 경비 초소 의자에 앉은 채 불편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청소·경비 직종 근로자 2명 이상 사업장 휴게시설 의무 설치)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24시간 꼬박 이곳에서 지낸다”면서 “휴식시간 만큼은 휴게시설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상당수 사업장이 관련법 개정 이후에도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휴게시설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휴게시설 의무설치 대상인 인천지역 20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3천700곳이며, 이 중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천740곳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종전에는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만 의무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했지만, 지난 18일부터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시설은 일정 규모를 갖춰야 하고, 적정한 온도(18도에서 28도)를 유지하며 휴식에 필요한 비품과 식수도 있어야 한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기준을 지키지 않은 곳들이 훨씬 많다”며 “고용노동부가 사업자들을 설득하고, 지원 컨설팅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북부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는 컨설팅과 시정 중심의 현장 수시 점검을 통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낀 경기도’ 김동연호 핵심 국비 확보 걸림돌…道 살림에도 직격탄 예고
- 삼천리그룹,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단행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김영선 구속..."증거인멸 우려"
- 한국 축구,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서 파죽의 4연승
- “해방이다” 수험생들의 ‘수능 일탈’ 우려...올해는 잠잠하네 [2025 수능]
- "우리 집으로 가자" 광명서 초등생 유인한 50대 긴급체포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 받아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