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 된 신라면'…식품업계 갈수록 매워지는 이유
경기 불황에 매운맛 먹방까지
MZ세대에겐 하나의 놀이 문화
식품업계에 매운맛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라면부터 과자까지 경쟁적으로 매운맛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선 모양새죠. 경기 불황과 뉴미디어 발달의 영향으로 매운맛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더욱더 매워져야 산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 3사'는 일제히 '매운 라면'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농심은 이달 14일 한정판으로 '신라면 더 레드'를 선보였죠. 스코빌지수(캡사이신 농도 계량화 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3400SHU)의 2배가 넘는 제품입니다. 농심은 "최근 소비자들의 매운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뚜기도 곧바로 맞불을 놨습니다. 지난 16일 기존 매운 라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맛을 강화한 '마열라면'(5013SHU)을 내놨죠.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도 지난 17일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선보였습니다. 화끈·칼칼·깔끔·알싸·은은 등으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3가지 제품을 출시했죠. 맵탱의 스코빌지수 역시 6000SHU에 달합니다.
매운맛 열풍은 라면뿐만이 아닙니다. 오리온도 최근 꼬북칩 매운맛과 포카칩 MAX(맥스) '레드스파이시맛'를 출시해 매운맛을 강화했습니다. 롯데웰푸드도 쌀 간식 통합브랜드 'The쌀로' 제품 라인업에 '바삭한 핫칠리맛'을 추가했죠. 삼각김밥도 매운맛이 대세입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출시한 '불닭콘마요참치삼각김밥'은 출시 일주일 만에 전체 삼각김밥 판매 순위 베스트 3위 안에 들었죠.
실제로 매운맛 식품의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편의점 GS25가 판매 상품 중 '매운', 'HOT', '스파이시'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품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에 117개 △2022년에 142개 △2023년 상반기에 181개로 매년 늘고 있죠. GS25가 지난 2개월(6~7월) 판매한 해당 상품들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8.1% 늘었습니다.
매운맛 인기 끄는 까닭
매운맛 열풍을 두고 업계는 여러 해석을 내놓습니다. 통상적인 분석은 경기 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입니다. 소비자들이 힘든 현실을 매운맛으로 잊으려 한다는 얘기죠. IMF 외환위기 당시 닭발과 떡볶이 등 음식이 인기를 끈 것과 비슷합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뇌에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몸의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뉴미디어와 SNS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 매운맛은 주요 콘텐츠로 쓰입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매운맛 먹방', '매운맛 챌린지' 등을 진행하죠. 실제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유튜브 영상의 힘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소비자들도 점점 매운맛에 둔감해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인증을 하는 등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릴스 등에 마치 챌린지처럼 경쟁적으로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죠.
물론 업계의 매운맛 열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은 빠르게 흥미를 가졌다가 금방 잃어버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 탓에 식품 트렌드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어느 때에는 단맛이 인기를 끌다가도 어느 순간 느끼함과 매운맛으로 시시각각 바뀌죠. 과거 하얀국물 열풍이 일었던 라면이 대표적 경우입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운맛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매운 콘셉트의 제품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추세"라며 "고물가에 가격은 저렴하되, 자극적이고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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