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소장품 2000점 도난... 관장 결국 사임
최소 20년에 걸쳐 2000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도난당하고도 이 사실을 최근에야 확인한 영국 대영박물관의 관장이 총체적 관리부실의 책임을 떠안고 25일(현지 시각) 사임했다고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르트비크 피셔 대영박물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난 의심 경고를 받았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관장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물관은 지난 16일 “소장품이 상당 기간 동안 누락·도난·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창고에 보관돼 있던 작은 조각들이 대부분으로 3500년 전 보석류도 포함돼 있다”고 도난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영국 언론들을 통해 도난품이 2000점에 이르며 피해액도 수백만파운드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3년부터 박물관에서 근무한 지중해 전문가 피터 힉스 수석큐레이터가 용의자로 지목됐고, 박물관은 그를 해고했다.
도난이 최소 20년전부터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지난해에서부터야 이뤄진 점 등이 알려지면서 박물관의 관리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용의자가 창고에서 유물을 들고 나와 박물관 출입구를 통과해 빠져나가기까지 어떤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미 박물관은 2011년 75만파운드(약 12억5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2002년에 2500년 전 그리스 조각상을 도둑맞은 전례가 있다.
특히 이번 도난 사건은 2021년 이미 한차례 외부 인사에 의해 경고가 있었음에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난 사실이 알려진 후 덴마크 미술상 이타이 그라델은 자신이 2021년 2월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도난 의심품을 약 70개 구매한 뒤 박물관에 경고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박물관 측은 물품들 모두 확인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임한 피셔 관장은 1759년 대영박물관이 문을 연 이후 두번째 외국인 관장이었다. 그보다 앞서서는 1827년의 스위스 태생 요제프 플란타 관장만이 유일한 비영국인 관장이었다. 미술사학자인 피셔 관장은 2016년 독일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관장으로 임명됐고 당초 예정대로 임기를 채웠더라면 내년 7월 퇴임 예정이었다.
관장은 사임했지만 여전히 박물관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베이를 통해 팔린 소장품을 되찾아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소장품 800만점 중 디지털 자료로 저장되지 않은 작품이 350만점에 이를 정도로 기록 관리가 엉망이었던만큼 어떤 소장품을 잃어버렸는지, 그 소장품이 박물관 소유인 것을 증명할 수는 있는지 등이 모두 명확하지 않다. 가디언은 “보석 942점으로 이뤄진 한 컬렉션은 거의 모든 구성품에 해당하는 935점이 사라졌는데, 이 보석들은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귀중한 유물 중 상당수가 부실한 기록 관리로 영원히 회수되지 못할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영박물관의 부실관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리스의 ‘마블스’ 조각상 반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 고고학협회 회장은 BBC 인터뷰에서 “그리스 문화유산이 영국박물관에서 더 잘 보호된다는 얘기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반환을 촉구했다. 파르테논 신전의 마블스 조각은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 점령됐던 19세기 초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으로 일명 ‘엘긴 백작’으로 불리던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이다. 1832년부터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리스는 오래전부터 반환을 요구했지만 박물관측은 오스만제국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반출한 문화제이며, 대영박물관이 더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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