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진·홍범도 등 '독립영웅들' 육사서 쫓겨나나…"일제 시도와 마찬가지"

강지용 2023. 8. 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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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철거 논란
이종섭 장관 "공산주의 경력 지적 있어"
광복회장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 비판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서울 노원구 교내에 설치된 독립군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이전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철거·이전 대상이다.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3월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하였다. [사진=뉴시스]

26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교내 기념물에 대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육사는 지난 25일 "군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교내 다수의 기념물에 대해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그중에서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 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육사는 이어 "이에 독립군·광복군 흉상을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검토중"이라며 "육사 교내에는 학교의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범도 장군‧우당 이회영‧신흥무관학교‧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고 강력 비판했다.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3월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하였다. [사진=뉴시스]

특히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요람 육사 교정을 늠름히 지키고 있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와 다름없다"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를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광복회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무 장관이 철거 계획 백지화를 국민에게 밝히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를 찾아내 엄중 문책하기를 촉구한다"며 "흉상 철거를 시도한 주체와 배후 인물들, 철거 시도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어 "광복회는 이번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 시도가 최근 일련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반헌법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은 일로 보고 있으며 개탄스럽고 매우 우려되는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로 인식한다"며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예의주시하고 향후 행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육사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공산주의 경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 장관은 이날 출석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가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 조치냐는 질의에 "군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답변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어 이 장관은 "가능하면 육군 또는 육사의 창설, 군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하는 방향이 좋겠다"며 "그렇다고 독립 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기념관에 그분들을 모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육사는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한·미 동맹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교내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군은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 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 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했다"고 적혀 있다.

백선엽 장군 자료사진 [사진=MBC]

백선엽 장군 자신도 일본어로 쓴 자서전에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며 "주의·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썼다.

한편, 지난달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는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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