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늘면 뭐하나...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뒷전
알짜 사옥도 팔고 유상증자도...자본 확충 고군분투
자기자본 3조 달성에 사활 거는 증권사들
종투사 점점 늘지만 수익창출 수단으로만 활용
모험자본 공급은 뒷전
"혜택 줄거면 시장 키울 의무 조항 더 추가해야"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취득하기 위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알짜배기 사옥을 내놓거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다 활용해 종투사 진입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사옥 매각·유상증자...종투사 혜택 받으려 안간힘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22일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500억원을 조달하는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당 발행가액 5070원에 보통주 4930만9665주를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증자가 마무리되고 나면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상반기 말 기준 1조6179억원에서 약 15.5% 증가한 1조8679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종투사 인가를 취득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종투사 신청 위한 요건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다.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위원회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리스크 대응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대신증권도 종투사 자본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사옥 매각을 결정했다.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대신343’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건축연면적이 5만3369.33㎡, 지하7층~지상26층인 사옥의 매각 목표 금액은 약 6000~7000억 수준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이 2조원 초반대임을 감안하면 매각대금 유입 시 종투사 요건에 근접할 전망이다. 매각대금 외에 부족한 금액은 계열사들의 배당 및 기타 자산 추가 매각 등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종투사 인가를 받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성장성의 한계 때문이다. 종투사가 아닌 증권사들은 사업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이윤창출 역량에서 현저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종투사의 경우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확대되고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해진다. 최근 일반환전 업무도 종투사 9곳에만 허용됐다.
◇ 몸집 큰 종투사 늘어나면 뭐하나...모험자본 공급은 뒷전
종투사 제도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종투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국내에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등 9곳이다.
중소형사들이 잇따라 문턱을 넘기 위해 도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내년 중 종투사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종투사들의 수가 늘었어도 질적인 역량은 떨어지고, 기업 혁신 성장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성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투사로 지정된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채무보증 사업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종투사의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익 중에서 부동산 PF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크게 높은 편이다. 9개 종투사의 채무 보증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2년 말 14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조1000억원으로 약 700이상 폭증했다. 해당 기간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익 중에서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0.4%에서 39.0%로 약 100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금융 대비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채무보증에 쏠림이 크게 관찰된다는 평가다.
이어 “기업금융 규모를 늘렸어도 모험자본 공급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중소기업에게 제공된 기업금융 중에서도 상당액이 부동산 담보 대출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투사에 혜택을 주면서 당국의 설계가 꼼꼼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수익성 극대화에만 집중해온 것”이라며 “혜택이 늘어난 만큼 모험자본을 공급해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의무 요건도 뒤따랐어야 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투사로 진입하려는 곳들이 늘어날텐데, 추가적 설계가 없으면 종투사 제도는 증권사 좋은 일만 시키는 수단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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