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스, 천식·ADHD 극복하고 '포스트 볼트 경쟁' 승자로 우뚝

하남직 2023. 8. 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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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00m에 이어 200m도 석권…"닮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라일스, 볼트 이후 첫 100·200m 석권 (부다페스트 EPA=연합뉴스) 노아 라일스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손가락 2개를 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노아 라일스(26·미국)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손가락 2개를 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포스트 볼트 경쟁'의 종료를 알리는 장면이었다.

라일스는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5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4년생 이리언 나이턴(미국)과 2003년생 레칠레 테보고(20·보츠와나)도 속력을 높였지만, 라일스와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나이턴은 19초75로 2위, 테보고는 19초81로 3위에 올랐다.

지난 21일 100m 결선에서 9초8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라일스는 200m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라일스는 은퇴한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처음으로 단일 세계선수권 남자 100m와 200m를 석권한 스프린터로 기록됐다.

남자 200m 3연패를 달성한 것도, 볼트 이후 처음이다.

남자 100m 9초58, 200m 19초19의 세계 기록을 보유한 볼트는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에서 3차례나 3관왕(100m·200m·400m 계주)에 올랐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는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해 200m와 400m 계주에서만 금메달을 땄다.

볼트는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은퇴했고,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에서는 개인 종목 단거리 2관왕이 나오지 않았다.

라일스는 대회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9초65, 19초10을 뛸 것"이라고 썼다.

100m 9초65, 200m 19초10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다.

볼트를 떠오르게 한 라일스의 패기 있는 메시지는 세계육상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목표했던 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라일스는 2관왕에 오르며 '볼트 후계자'의 입지를 굳혔다.

한국시간으로 27일에 열리는 남자 400m 계주에서도 우승하면, 2015년 볼트 이후 8년 만에 '단거리 3관왕'에 오른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라일스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노아 라일스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라일스는 '서사'를 갖춘 스프린터다.

어린 시절 라일스는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년에는 천식을 앓았고, 고교 시절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아 치료받았다.

'작은 세상'에 머물던 라일스를 병원 밖으로 인도한 이는 어머니 케이샤였다.

라일스는 "네 살 때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의 배경은 주로 병원"이라며 "작은 병원 침대에 어머니와 함께 누웠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어머니는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고 떠올렸다.

케이샤는 남편과 이혼한 뒤, 라일스 형제를 홀로 키웠다.

라일스는 "집에 전기가 끊긴 기억이 있다"며 "그만큼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헌신했다. 내가 ADHD 치료를 받을 때, 내게 그림을 권한 것도 어머니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난을 섞어 "내 꿈은 화가가 아닌 랩퍼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림보다는 랩이 편하니까"라고 덧붙였다.

라일스, 어머니와 찰칵 (부다페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노아 라일스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어머니 케이샤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라일스의 투병은 끝나지 않았다. 투병기를 공개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그는 2020년 8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라일스는 "우울한 상태로는 내가 목표한 것을 달성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여전히 정신과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몸이 아픈 사람은 악당이 아니야. 병을 고치려는 노력은 선한 일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200m에서 우승한 이날도 라일스는 어머니와 통화하며 힘을 얻었다.

라일스는 "오늘도 나는 가벼운 아침 식사, 어머니와의 대화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찾아오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긴 했지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떠올렸다.

유명 OTT 서비스는 라일스에 관한 두 가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인간의 한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는 다른 스프린터와 함께 출연하지만, 또 다른 다큐멘터리는 '라일스만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일스는 "사람들이 '라일스는 뛰어난 육상 선수다. 또한 다재다능하고, 성격도 좋다. 나는 라일스를 닮고 싶다'고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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