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도 잘 팔리는 효자 시장'…글로벌車 1인자들 잇단 방한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모든 벤츠 차량에는 '한국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
"한국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나라" (에이드리언 홀마크 벤틀리 회장 겸 CEO)
내로라하는 글로벌 슈퍼카 업체들의 일인자들이 연이어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7위권이지만 고가 수입차가 많이 팔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완성차 업체 CEO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소비자 마음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 CEO 7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공개된 행보만 추산한 수치로 비공개 회동까지 따지면 더욱 많은 CEO가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4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가졌다. 칼레니우스 의장은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대한민국 시장의 소비자들은 기술을 잘 이해하고,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여기서 잘 활동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여년 전 역량 있는 부품사들과 협력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며 "현재까지 팔리고 있는 벤츠 차량 중에 한국의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차량이 없을 정도로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협력이 앞으로 강화하고, 탄탄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배터리·전장 등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차세대 전동화 혁신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모여있는 본거지다. 이 때문에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23일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인 SK온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만나 배터리는 물론, SK그룹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의 협업 등 소프트웨어 부문 미래 사업까지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직후에는 서울 강서구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해 권봉석 LG그룹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등 바쁜 행보를 보였다. 각각 벤츠의 전기차에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매출액은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7조원를 넘긴 7조53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늘었다. 판매 대수 역시 최다 기록을 경신해 8만976대를 판매했다. 한국보다 연간 판매량이 많은 회사는 중국, 미국, 독일뿐이다. 한국은 또 벤츠의 럭셔리 브랜드인 마이바흐의 세계 2위 시장이기도 하다.
올해 3월에는 에이드리언 홀마크 벤틀리 회장 겸 CEO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벤틀리는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다. 홀마크 회장은 고급 자동차 전시장인 벤틀리 큐브 개점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26억원짜리 벤틀리 뮬리너 바투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면서 그는 "한국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나라"라며 엄지를 치켜세운 바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벤틀리는 지난해 한국에서 789대가 신규 등록됐다.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벤틀리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럭셔리카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도 한국에 와서 현지 사업 현황을 살폈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지난 6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한국 시장에 롤스로이스 첫 전기자동차 '스펙터'를 공개했다.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이자 롤스로이스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롤스로이드는 지난해 한국에서 245대가 등록됐다. 3년 연속으로 신규 등록 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페라리 CEO는 올해 상반기 두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해 방한했다. 당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만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페라리 역사 전시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비냐 CEO는 "한국 고객들이 보내준 열정과 지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204대를 판매한 페라리는 2020년 212대, 2021년 357대, 2023년 302대를 판매했다. 차 1대당 가격을 3억원씩만 잡아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 규모다.
슈퍼카 기업 외에도 3월에는 짐 로완 볼보 CEO, 5월 린다 잭슨 푸조 CEO, 6월에는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의 와타나베 다카시 사장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토요타 사장급의 방한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CEO의 '코리아 퍼스트' 행보는 전략적으로 한국 시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모습이다. 특히 올라 칼레니우스 의장과 짐 로완 CEO는 한국을 먼저 찾고 그 뒤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 내 한국의 입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13만689대를 기록했고, 일본은 같은 기간 12만2667대로 집계됐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S클래스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나라도 드물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초고가 수입차가 잘 팔리는 효자 시장"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테스트 베드·핵심 거점 역할로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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