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쳤더니 4언더파도… 골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정신수양 스포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농구코트에서 슈팅가드로, 녹색 그라운드에서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리다 갑자기 필드의 고수가 됐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58)은 골프 ‘핸디 3(평균 3오버파)’의 아마추어 골프강자로 거듭났다. 그는 한때 농구와 축구광으로 학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어릴 때부터 축구 농구 야구를 즐겼고 농구 명문 홍익대 부중·고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농구에 천착했다. 캐나다 유학 때도 농구 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귀국해서도 코트와 녹색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부터는 골프에 빠져들었다.
골프의 운동량은 농구 축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 부총장은 “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고 하면서도 “자연과 함께 하며 신중하게 샷 하나하나에 집중해 플레이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했다. 그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골프는 심신이 조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농구 등 단체 스포츠와 달리 내 신체와 정신이 동시에 반응하며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 훈련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했다.
사실 최 부총장은 1990년대 중후반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유학할 때부터 골프를 쳤다. 그즈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해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잘 나갈 때였다.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친구들과 필드에 나갔다. 하지만 농구와 축구가 있어 골프 ‘진심’은 아니었다. 귀국해서도 농구와 축구를 하느라 골프는 꼭 나가야 하는 자리에만 나갔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동기들하고 저녁 먹고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농구코트에서 농구를 하는 객기를 부리다 친구 한 명의 다리가 부러졌죠. 그때부터 ‘우리도 이젠 조심할 나이’라고 생각해 거칠지 않은 운동을 찾았죠. 처음엔 트레킹이나 산책을 했는데 골프가 산과 들을 걸으면서 하는 스포츠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골프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도 있죠. 그래도 늘 잘 치지는 못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아요. 남자 테니스는 3~4명이 우승을 번갈아 하지만 골프는 아닙니다. 타이거 우즈도 매번 우승은 못 했죠. 저도 10년 가까이 꾸준히 치면서 최근에야 골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 부총장은 고등학교 때 반 대표하면서 농구 축구팀을 이끌었고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다닐 때도 공과대학 체육대회 때 팀을 만들어 출전했다. 최 부총장은 “가장 열심히 했던 게 농구였다. 축구도 즐기고, 매년 여름엔 지리산 종주도 했다. 교양과목 수업으로 야구를 듣기도 했다. 대학 생활을 거의 운동으로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회상했다. 캐나다에서도 그의 농구 축구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아리랑 훕스’란 농구팀, ‘아리랑 슈터스’란 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학교 리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교포 학생들이 ‘체육과생인줄 알았다’고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 부총장은 스포츠를 즐기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쌓았다. 캐나다에 사는 교포들을 중심으로 농구팀 축구팀을 꾸렸는데 현지인들도 참여했다. 그는 “내가 10살 정도 많았는데도 축구 농구를 하며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됐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한 친구는 지금까지 내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농구 축구팀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생겼고 캐나다에서도 끼를 한껏 발휘한 것이다.
최 부총장은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평생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체력이 좋아 며칠씩 밤새며 책을 쓰거나 하루 10시간씩 강의해도 거뜬했죠. 병원 신세 한번 진 적이 없고, 코로나도 비껴갔죠. 체력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가져다준 제 가장 큰 자산이라 자부합니다. 지금도 제자들에게 공부만 하지 말고 어떤 스포츠든 꼭 열정적으로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체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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