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마스크걸' 통한 변신... 귀한 기회라 생각,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M]
화제의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충격적인 비주얼로 등장, 손에 꼽히는 인생캐릭터를 만들어 낸 안재홍을 만났다.
안재홍은 '마스크걸'에서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주오남' 역할로 밤에는 BJ를 하고 있는 김모미에 대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안재홍은 "처음부터 웹툰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려던 건 아니었다. 대본을 먼저 봤는데 특이하고 특수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라 생각, 감독님께 한눈에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 생경한 모습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송종희 분장감독의 아이디어로 주오남의 외형을 갖춰가게 되었다."며 파격적 분장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대중이 알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숨기고 낯설고 이질감 드는 비주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사실 처음 분장을 했을 때는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약간 했다."라며 자신도 파격적인 분장을 보고 놀랬음을 고백했다. 여러 차례 다양한 버전의 특수분장 테스트를 거치며 최종적인 주오남의 비주얼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캐릭터로서 단단하게 중심이 잡히더라며 연기 호평의 배경에는 분장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안재홍의 SNS를 비롯,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탈모를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안재홍은 "많이들 물어보시더라. 머리카락을 뽑아서 그렇게 만든 거냐고. 진짜 제 머리는 아니다. 분장감독님의 노하우가 담긴 장면이라 제가 정확하게 어떻게 한 건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저는 직모이고 숱도 많다"며 헤어 상태를 밝혀 웃음을 안겼다.
그러며 "송종희 분장감독이 탈모까지는 하지 말자고 말렸는데 김용훈 감독이 하자고 하셔서 주오남의 파격적인 비주얼에 정점을 찍었다"며 캐릭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스태프들의 고민으로 만들어졌음을 알렸다.
주오남의 비주얼 완성을 위해 10kg 증량도 했다는 그는 "영화 '리바운드' 촬영 전에 '마스크걸'을 촬영했는데, 마침 '리바운드'에서도 캐릭터를 위해 증량해 달라고 해서 살찌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마스크걸'에서 보이는 몸매가 100% 안재홍의 몸은 아니었다고. 일부분 의상에 살집을 만드는 특수분장을 더 넣어서 촬영했다고 했다.
굉장히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는 것도 제안했지만 스태프들이 반대했다고. 그래서 안재홍은 손 끝에 로션을 바르고 안경 렌즈를 만져 뿌옇게 보이는 것으로 안경너머 주오남의 눈빛이 왜곡되어 보이도록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매번 촬영할 때마다 2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특수분장에 공을 들였지만 주오남을 위한 안재홍의 노력은 분장시간을 견디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어떤 눈빛으로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걸음걸이로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하는지를 세밀하게 만들었다면서 "평소 소통을 많이 하는 친구가 아니어서 가끔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감 없는 목소리, 위축된 걸음걸이 등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캐릭터를 생각했다."며 안재홍이 아닌 주오남으로 모든 것들 재창조했음을 알렸다.
'안재홍 이제 은퇴하냐' '안재홍 멜로는 포기했나' 등 '마스크걸'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 반응 다 봤다. 재미있는 글이 많았고, 제가 표현한 캐릭터를 좋게 표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다."는 안재홍은 "작품이 공개되는 날 부모님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놀라실까 봐 미리 말씀드렸다. 오늘 저녁에 이런 작품이 공개될 텐데 많이 무섭다, 공포스러운 장면도 나온다고 예고를 해드렸다. 그런데 작품을 보시고 '너무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뭉클했다."며 나름 안 해본 시도를 하며 부대낌이 있었나 짐작케 하는 발언을 했다.
그동안 '응답하라 1988' '족구왕'을 통해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안재홍이었다. 그러나 '마스크걸'의 이미지는 완전히 어둡고 다크 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쉽게 다가오지 않는 귀한 기회라 생각 들었다. 배우로서 품고 있는 지향점을 생각해 봤을 때 새롭고 낯선 캐릭터도 잘 소화해 내고 새 얼굴을 잘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며 어려운 도전에 온몸을 던진 이유를 밝혔다.
안재홍은 "제가 살아 있는 인물로 주오남을 표현해야 이 작품이 더 재미있어지고 특히나 모미가 더 빛날 거라 생각했다. 또한 내가 주오남으로 모미와의 케미를 잘 표현해야 김경자가 더 강력해질 거라 생각하며 캐릭터를 준비했다."며 단순히 자신이 작품 속에서 빛나기 위해서가 아닌 작품 전체를 살리기 위한 기능적인 면까지 고려해 작품에 임했음을 이야기했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쳤기에 주오남의 연기도 쉽게 한 것 아닌가 싶었으나 단 한 장면도 쉽지 않았다고 얕은 한숨을 쉬는 안재홍이다. 매 촬영마다 어려운 장면이었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가득했다는 그는 "가장 신경 쓴 장면은 모미의 집에 찾아가 모미와 대화하는 부분이었다. 그때의 대사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다. '처음이었어,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가진 다는 것' 그리고 '그럼 나는? 나도 지워지는 건가?'라는 말을 할 때 텅 비어있는 주오남의 공허함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드러내는 가장 밑바닥 감정의 말을 잘하고 싶었다."라며 해당 장면의 의미를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장면은 주오남이 그동안 모니터 앞에서 키보를 치며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진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간절한 말이었다. 안재홍은 "이한별이 리액션을 너무 잘해줬다. 그 장면 만들 때 나 스스로도 깊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한별의 도움이 컸다"며 두 배우가 서로 캐릭터로 깊이 몰입해 현장에서 마주했음을 알렸다.
주오남은 다시 상기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인물이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생일파티하는 장면이 제일 안타까웠지만 모든 장면이 안타까웠다. 인물이 점점 파국을 치닫는 과정 전체가 너무 안타까웠다. 저는 주오남을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모미 입장에서는 주오남이 안타고니스트지만 주오남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수렁으로, 파멸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응원할 수 없는 인물이어서 더 안타까웠다."며 주오남을 이야기했다.
매번 작품을 하며 캐릭터에 대한 함축적인 느낌을 메모해 놓고 연기할 때마다 첫 느낌을 상기하려고 한다는 안재홍은 주오남을 처음 접하고 '비뚤어진 깊은 마음'이라는 메모를 했다고. 시작부터 방향이 어긋나는 어떤 남자의 슬프고 깊은 이야기라 생각했다는 그는 원작 웹툰도 살펴보며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보충했단다.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게 일본어 대사였다. "일본어 대사는 아주 잠깐 혼자서 중얼거리는 순간으로 나온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이 '뭐지?' 싶게 호기심과 생경함, 서늘함까지 느껴지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주오남이 혼자 있는 개인적인 장면에서 일본어를 써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어떤 장면이 좋을지 고민해서 고른 게 생일파티 하는 장면과 혼자 모니터를 보는 장면의 두 부분의 대사를 일본어로 바꿨다."라며 시청자들의 소름을 돋게 한 "해삐버스데이""아이시떼루" 장면의 탄생 배경을 알렸다.
원래 대본에는 '눈을 질끈 감고 '저 모미씨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고 쓰여 있던 것을 '아이시떼루'로 바꾼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리허설할 때 진짜 주오남이 고백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이시떼루'라고 했는데 감독님은 약간 당황하셨다. 그 장면은 주오남의 상상 장면이다. 그런데 거기서 '아이시떼루'가 나오면 시청자들이 너무 빨리 그 장면이 상상 인 걸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고민하시더라. 그런데 저와 스태프들이 주오남은 상상과 현재가 혼재되어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그 장면이 상상이라는 게 빨리 알려져도 괜찮겠다 생각되어 본 촬영에서도 '아이시떼루'가 쓰였다."라며 감독의 의도와 상충돼 고민이 있었던 장면임을 이야기했다.
안재홍은 "주오남의 연기를 많이 칭찬하시지만 사실 이 캐릭터 자체가 김용훈 감독이 설계하신 것. 연기의 강약, 감정 조절도 섬세하게 디렉팅 해줘서 지금의 주오남이 완성된 것이다."라며 혼자 만들어 낸 캐릭터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모텔에서 모미에게 나가라고 하는 장면도 원래는 소리를 치는 거였는데 인물의 절박한 심정을 보여주기 위해 안으로 에너지를 터트리자고 해서 '제발 제발 제발'이라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장면으로 연기했다. 또 주오남이 혼자 회사 복도에서 '리듬 속의 그 춤을'을 듣고 그루브를 타는 장면도 원래는 좀 더 춤을 확실하게 추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줄 이어폰을 줄 테니까 내적 댄스를 추는 걸로 표현하자고 해서 그 장면이 더 주오남스럽게 표현이 되었다."며 김용훈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를 알렸다.
작품 공개 이후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2위를 달성하며 글로벌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마스크걸'이다. "SNS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 중 외국분이 많아지는 걸 보며 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한 안재홍은 "꼭 파격적인 작품은 아니겠지만. 자꾸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며 쉼 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임을 알렸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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