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인간적으로 실망"…`쪼개기 후원금` 폭로한 김성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등 43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약 1억5000만원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추가 처벌 가능성을 감수하며 이같이 이 대표에게 억대의 쪼개기 후원 사실을 인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경선 첫날 이 대표 쪽에 월등하게 후원금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부탁해 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쪼개기 방식의 후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제가 상처를 많이 받아 이번 기회에 말하게 됐다"고 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인이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의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1000만원이다. 타인 명의로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기부금은 제 돈"이라며 "(쌍방울 직원들에게 부탁해) 쪼개기 후원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찾아 검찰에 제출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갔을 때도 수천만원 상당을 후원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후원 사실은 이 대표도 아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대선 관련 후원금을 보냈다고 하자 이 전 부지사가 '고맙다'고 했고, 이 대표의 비서한테도 전화 왔다고 얘기해줬다"며 "이 전 부지사가 후원 사실을 이 대표 본인에게 직접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3월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모친상 때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기소)을 보내 부의금 1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법정에서 밝혔다. 그는 당초 1000만원을 준비했으나 언론 보도 등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액수를 줄였다고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직자에 대한 경조사비는 5만원까지 허용된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이라 부조금으로 100만원을 받는 것은 금지된다. '금액이 많다'며 부의금을 돌려주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전 회장은 "돌려준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이태형 변호사 등 이 대표의 측근들을 계열사 사외 이사로 선임했으며, 이는 이 대표를 챙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도 인정했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 변호사 등은 월 200∼3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당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단체 등을 고소·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재차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증인 신문 동안 이 대표 등 민주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 대표는) 자신한테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사람한테 노상강도라고 표현했다"며 "열심히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을 뜻이 안 맞는다고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이 대표는 쌍방울과 관계는 속옷 한 장 사서 입은 것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너무 이상한 사람 만들길래 인간적으로 실망 많이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단지 서운한 감정만 가지고 법정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기엔 이 대표와 그 정도로 친분이 있지 않다"며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는 만큼 회사 이익을 위해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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