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박신자컵] “솔직하게 오고 싶었다” 8년 만에 한국 찾은 전설, 박신자 여사
[점프볼=청주/최서진 기자] 한국여자농구 전설이 8년 만에 한국을 찾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대회를 빛냈다.
26일 청주체육관에서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개최됐다. 대회를 앞두고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박신자컵’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역대 가장 많은 10개 팀에 대회에 참가했다. WKBL 6개 구단에 더해 일본, 호주, 필리핀 4개 팀이 참가하며 국제대회로 떠올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여자농구의 여왕이자, 전설인 박신자(81) 여사도 경기장을 찾았다. 박신자 여사는 숙명여고를 졸업 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에서 활약했고, 1967년 세계선수권 대회(현 여자농구월드컵) 준우승과 함께 MVP를 받았다. 이외에도 2021년 아시아 최초로 2020 FIBA(국제농구연맹)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헌액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박신자 여사는 박신자컵 서머리그 1회를 기념하기 위해 속초 체육관을 찾았다. 여전히 미국에 거주 중인 터라 한국 방문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회를 빛내기 위해 10시간이 훌쩍 넘는 이동 시간을 이겨냈다.
Q.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
너무 좋다. 내가 떠난 이후 서울이 많이 변했더라.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을 갔는데, 정말 놀랐다. 외국에 안 나가도 되겠더라. 나는 미국 시골에 살아서 그런 곳을 잘 못 갔다. 내가 있을 때보다 많이 좋아져서 외국 사람들이 왜 한국을 오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 덕분인 것도 있겠지만, 음식과 등등 동경하는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
Q. 오는 길이 힘들지 않았는지?
힘들까 봐 걱정돼서 딸에게 에스코트를 부탁했다. 사무총장님은 아주 걱정하셨다고 하더라. 휠체어를 준비할 뻔 하셨다고 하더라. 내 건강은 괜찮다고 답했다(웃음).
Q. 8년 만에 방문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박신자컵은 내 영광이고 기쁨이다. 특히 이번에는 서머리그로 진행하던 걸 일본, 호주, 필리핀 팀까지 초청해서 더 규모가 커졌다. 특히 호주는 체력이 좋은 팀이다. 한국 선수들이 몸 부딪혀 연습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다. 국제 대회가 돼서 참 감사하다.
Q.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제 대회가 됐다는 점에서 오고 싶었다. 10년 정도 떠나 있는 동안 많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걸을 수 있을 때 오고 싶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있다. 또 오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웃음)?
못 봤다. 가끔 유튜브로 뉴스는 봤다. WNBA도 많이 보지 않았다. 운동을 좋아하니 메이저리그나 골프, 테니스 채널을 자주 봤다.
Q. 미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 설 일이 없어 조용히 보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주목을 받다 보니 생활이 조금 자유스럽지 못했달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시골에 살아서 나무 보고, 숲에서 숨도 크게 쉬고, 걷는 운동도 했다. 그래서 아직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Q. 와서 선수들은 만났나?
젊은 유망한 선수들이 있다고 들었다. 아까 만난 친구는 24살이라고 하더라.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하라고 했다. 조언하자면 2015년에도 했던 말이지만, 자유투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 끝나고 개인적으로 50개 넣기, 그다음은 100개 하기를 조언한 적 있다.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농구가 좋아서 연습을 많이 했다. 젊은 선수들도 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박신자컵이 아니라 다른 선수의 이름으로 딴 대회가 생기길 바란다. 기쁠 것 같다.
Q. 올림픽 예선에 탈락하는 등 한국여자농구는 위기를 맞았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심각하게 생각해서 진로를 바꾸라고 하고 싶다. 목숨 바쳐서 하고 싶은 의지가 아니라면 뭘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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