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유해진·김희선 키스신, 왜 클로즈업 안 했냐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유해진에게 로코를?
2.정우성부터 임시완까지, 카메오 파티 가능했던 이유는?
3.‘완득이’ ‘증인’ 이어 ‘달짝지근해’까지, 따뜻한 시선은 어디에서 오는가
영화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은 따뜻하다. ‘완득이’ ‘증인’ 등 사람에게 집중한 연출력으로 사랑받는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웃음 요정’ 이병헌 감독이 대본을 쓴 터라, 통통 튀면서도 사람 향기 나는 작품이 완성됐다.
이뿐 아니다. 연기파 배우 유해진의 데뷔 이후 첫 코믹 로맨스라 더욱 화제가 됐다. 개봉 이후에도 극 중 순수한 ‘치호’(유해진)와 당찬 ‘일영’(김희선)의 러브스토리가 관객들을 편안하게 사로잡았다. 기존 로코물과 조금 달랐던 건 ‘치호’와 ‘일영’의 사랑이 이뤄지고 키스하는 엔딩에서 클로즈업 대신 카메라가 줌아웃하며 두 사람을 멀게 잡는다는 점이었다.
“그 동네가 ‘완득이’를 찍은 동네예요. 제가 그 동네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 안에서 ‘치호’와 ‘일영’이 우리가 사는 보통 동네에 있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클로즈업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실 키스신이 원래는 없었는데 전날 삽입된 신이었거든요. 그 두 사람의 아이 같고 순수한 사랑이 육체적으로 변질될까봐 클로즈업을 하지 않았죠.”
기분 좋은 영화임에도 세가지 편파적인 쟁점은 물음표로 떠올랐다. 스포츠경향이 이한 감독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쟁점1. 로코 남주인공, 왜 유해진이었나
코믹로맨스 남자주인공에 ‘유해진’ 이름 석자가 올라왔을 때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근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그가 설레는 핑크빛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유해진은 희노애락을 골고루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예요. 게다가 ‘치호’의 순수성을 닮았죠. 치호는 순수하기도 하지만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어디에 휘둘리지 않고 굳건한 자신의 생각이 있는 그런 면이 유해진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쟁점2. 황금 카메오, 어떻게 꾸렸나
정우성, 임시완, 고아성, 염혜란 등 이 작품을 위해 발벗고 달려와준 배우들은 아주 적은 분량에도 차진 연기력을 보여준다. 황금 카메오들을 꾸린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가 코미디물이라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더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카메오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랑 같이 했던 배우들 중에 아무 역에나 출연 제의를 드렸던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모르지만 전 알거든요. 임시완은 정말 노래를 잘 부르고, 고아성은 사랑스러운 면이 많다는 걸요. 그런 걸 고려해서 역을 제안했어요. 정우성에게도 제안했더니 ‘감독님. 제가 많이 보고 싶으신가봐요’라고 농담하더라고요. 하하.”
■쟁점3. 뷰파인더에 ‘인간’을 따뜻하게 담는 이유는?
그의 영화는 늘 인간 중심으로 진행된다. 사람 체온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전 엄청난 영화광은 아니었어요. 대신 한국영화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임권택, 배창호, 박광수, 이장호 감독들을 좋아했는데 공통적으로 이분들은 사람을 따뜻하게 그렸어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 내가 좀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고요. 그런 느낌들이 좋아서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이 길을 걸어오면서도 제가 나쁜 사람을 정말 많이 못 만났어요. 뼛속까지 악마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전 오히려 빌런을 그리기 어렵더라고요. 나빠보이는 사람도 조금 지나고 보면 그 사람들 나름 이유가 있지 않나요. 그런 것들이 영화에 투영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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