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투수" 무너뜨린 백업 포수의 인생 경기…충돌도 두렵지 않았다

김민경 기자 2023. 8. 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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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포수 안승한 ⓒ 두산 베어스
▲ 왼쪽부터 곽빈, 안승한,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진짜 대한민국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이잖아요. 안타 치고 나서도 무슨 구종을 친 줄도 몰랐어요(웃음)."

두산 베어스 포수 안승한은 25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기존 백업 포수 박유연이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치르다 블로킹 과정에서 무릎 통증이 생겨 열흘 이상의 휴식이 필요했다. 안방마님 양의지는 옆구리 부상에서 이제 막 복귀해 타격은 가능하지만, 수비까지 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안승한은 1군의 부름을 받자마자 선발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이날은 안승한에게도 부담이 될 법했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은 생애 첫 10승에 도전하는 무대였고, SSG 선발투수는 한국 대표 좌완 김광현이었다. 안승한은 곽빈의 투구를 잘 리드하면서 타석에서는 김광현을 공략해 득점 지원을 해주는 2가지 임무를 다 잘 수행해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안승한은 곽빈의 8이닝 102구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를 이끌었다. 경기 전 불펜에서 곽빈의 공을 받을 때부터 직구에 힘이 느껴졌고, 직구를 믿고 공격적으로 들어가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최고 구속 153㎞에 이르는 강속구에 곽빈의 또 다른 주무기 커브를 섞으니 SSG 타자들은 연신 방망이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타석에서는 김광현과 생애 첫 맞대결에서 첫 안타를 생산했다. 안승한은 1-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날렸다. 볼카운트 1-1에서 김광현의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다음 타자 조수행이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안승한은 2루에서 포스아웃되긴 했지만, 이어진 1사 3루 기회에서 김태근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려 2-0이 됐다. 김광현은 두산 타선의 기세에 밀려 4회에만 5점을 더 뺏기고 4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고전했다.

안승한은 "진짜 대한민국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인데, (김광현 상대로) 처음 타석에 들어가봤다. 치고 나서도 무슨 구종을 친 줄도 몰랐다. 처음에는 코스만 보고 치자고 생각했다. 타격코치님께서도 들어갈 때 '투수 보지 말고 타격해'라고 하셔서 그렇게 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던 것 같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 안승한 ⓒ 두산 베어스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곽빈의 무실점 투구를 이끌기도 했다. 7-0으로 앞선 7회에도 곽빈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고, 안승한을 비롯한 야수들은 곽빈의 완봉승까지 염두에 두고 더 집중력 있게 수비에 나섰다. 곽빈이 2사 후 김강민에게 안타를 맞고 2루 도루까지 허용해 첫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때 한유섬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고, 김강민은 당연히 홈까지 전력질주했다. 우익수 김태근은 곧장 홈으로 강하게 공을 던졌고, 안승한은 포수 마스크까지 벗어던지면서 공을 받아 김강민을 바로 태그했다. 이 과정에서 김강민과 충돌해 뒤로 벌러덩 넘어져 홈플레이트 뒤로 백업을 갔던 곽빈이 깜짝 놀라 안승한에게 달려갔다. 안승한은 충돌의 충격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실점을 막은 기쁜 마음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김태근은 위 상황과 관련해 "후진 수비 중이었는데, 전광판을 보니 (곽)빈이가 무실점 중이었다. 완봉승도 가능한 페이스였기 때문에 강한 타구가 오면 어떻게든 주자를 홈에서 잡아 빈이의 무실점을 지켜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아닌 송구를 잘 잡아준 (안)승한 선배가 만든 보살"이라며 안승한에게 공을 돌렸다. 곽빈은 김태근과 안승한이 합심해 수비로 도움을 준 덕분에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곽빈은 "승한이 형은 공격적인 투구를 원한다. 나도 공격적인 것을 원해서 잘 맞고 편하다. 커브를 많이 쓰고 싶었고, 승한이 형이 내가 커브를 던져야 구위가 사는 것을 알아서 커브를 던지게 한 것 같다. 승한이 형은 자신감을 주는 포수다. 안타를 맞으면 내가 자책하는 것보다 승한이 형이 더 자책해서 내가 더 열심히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안승한은 8회말 타석에서 멀티히트를 생산하며 팀이 추가점을 뽑는 데 기여했다. 박계범의 적시타로 8-0으로 달아난 뒤 맞이한 1사 1, 2루 기회. 안승한은 우전 안타를 날려 누상에 주자를 꽉 채웠다. 다음 타석에 나선 대타 김인태가 우익수 오른쪽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10-0으로 달아났고, 두산은 10-1로 승리하며 4연승을 질주했다.

안승한은 "오늘(25일) 콜업돼서 올라오자마자 내가 나간 경기에서 팀이 이기고 연승도 하고, 빈이도 10승을 챙기니까 정말 좋다. 운이 좋았지만, 안타도 나오고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고 되돌아봤다.

▲ 안승한 ⓒ 두산 베어스

곽빈과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돼 단상 인터뷰에 나서는 기회도 얻었다. 올해는 양의지가 팀에 합류하고, 백업 포수로 장승현이 기회를 얻으면서 안승한은 1군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 11경기 만에 처음으로 단상에서 팬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은 안승한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안승한은 "작년에 한번 하고 올해 1년 만에 단상 인터뷰를 했다. 너무 떨린다. 야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안승한은 평소 벤치에서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선수로 유명하다. 지난달 두산이 11연승을 질주할 때 1루수 양석환이 "우리 연승의 8할은 너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이제 안승한은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그는 "준비를 계속 열심히 하고 있었다. 1군과 동행할 때도 연습을 열심히 충실히 했고, 코치님들과 방망이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제는 목소리로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경기에 나가서 플레이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안승한(왼쪽)과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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