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메시·호날두 활약이 반가운 이유[심재희의 골라인]
30대 중후반에도 새 리그에서 좋은 모습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 선수의 전성기 나이대는 어떻게 될까. 스포츠 과학이 많이 발전했고,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선수들도 많아져 선수 생명은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길어졌다. 현대 축구는 분업화가 확실히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포지션에 따라 차이가 좀 있겠지만 프로 축구 선수들의 전성기는 27~29살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20대 초반부터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선수들은 20대 중후반부에 신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서른줄 에 들어서면서 스피드와 순발력의 저하가 생기고, 서른 초중반이 되면 한계를 느끼며 은퇴의 길을 걷는 선수가 적지 않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들은 40대에도 현역으로 뛰기도 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미우라 가즈요시는 56살인 지금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 따지면, 30대 중반 이후에는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숱한 경험으로 신체 능력 저하를 커버할 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몇 수 높은 수준을 갖춰야 한참 어린 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미국 인터 마이애미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활약 중인 리오넬 메시(36)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처럼 말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명불허전 '신계'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럽 빅리그와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보여주는 클래스와 지배력은 여전히 전성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정확하고 빠르고 날카롭고 다재다능하고 치명적이다. 무대를 바꾸고 나서 곧바로 적응해 성공하며 시쳇말로 리그 자체를 씹어먹고 있다.
축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제아무리 뛰어나도 혼자 뛰어서 골을 넣고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법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대단한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새로운 리그와 팀에 빠르게 녹아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빛낸다. 출중한 기량을 팀 수준과 상황에 맞춰 발휘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니라 팀 동료들과 함께 빛나며 건재를 과시한다.
'축신'이라 불린 두 선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하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를 완전히 접수했고, 이제는 역사상 최고 선수로 각광받고 있다.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책임진다. 유행가 가사인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표현처럼, 나이를 잊은 듯 펄펄 날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의 건재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밑바탕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를 더한다. 두 선수는 프로 데뷔 이후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팀과 리그를 바꿔서도 빠른 적응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크게 몸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 견제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를 펼쳤고, 부단한 노력으로 체력을 유지하며 강행군을 이겨냈다. 경기력의 기복을 줄이고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며 '롱 런'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메시와 호날두를 보며 꿈을 키웠고, 지금도 축구 유망주들이 그들을 본보기로 삼는다. 메시와 호날두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지치지 않고 힘차게 전진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듯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누가 메시와 호날두를 한물 갔다고 했던가. 우리는 여전히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에 살고 있다.
[메시(위 왼쪽)와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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