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닭 폐사에 크기까지 줄어든 계란…“왕란이 사라졌다”

이나경 기자 2023. 8.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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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화성시 향남읍 한 양계장에서 사장이 산란계들을 돌보고 있다. 윤원규기자

 

“계란 크기가 작을수록 매출에도 직격탄인데…상인들이 웃돈을 주고 산다고 하는데도 팔 수 있는 왕란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26일 오전 화성시 향남읍에서 10년째 양계업에 종사하는 조명규씨(34)는 영농일지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크기가 작은 알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름은 양계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는 닭들이 폐사할 가능성 높다. 실제로 지난 3일 하루에만 용인 등 경기도내 5개 시군에선 닭 1만6천여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산란율 역시 떨어진다. 더위에 지친 닭들의 사료 섭취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더 작은 알이 나오거나 달걀 껍질이 얇아지는 등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달걀은 중량에 따라 왕란, 특란, 대란 등의 순으로 구분되며 중량이 높을수록 단가가 높다. 이 때문에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특란과 왕란에 비해 크기가 작은 달걀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계란 중량으로 구분되는 5등급 가운데 가장 큰 왕란(왼쪽)과 가장 작은 소란 비교 모습. 윤원규기자

조씨는 “올여름은 ‘특란’에 비해 크기가 작은 ‘대란’의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며 “사료값은 오르고 산란율 하락에 달걀 크기의 감소 등으로 매출은 약 10%, 수익으로 따지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소규모 농가는 상황이 더 열악한데 올여름이 유난히 긴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한산란계협회 관계자는 “평균 생산량이 왕란이 15~20%, 특란이 50~60%, 대란 20~30%인데 현재는 왕란과 특란이 절반도 안된다”며 “왕란, 특란으로 알을 낳던 닭들이 크기가 더 작은 대란을 낳는 것인데 가격 차이가 개당 25~30원 차이로 매출에 영향이 크다. 농장은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업계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왕란’의 부족 현상으로 웃돈까지 주고 사야 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 수원유통센터 관계자는 “전기료도 오른 상황에서 냉방 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농가 입장에선 닭들이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상태일 것”이라며 “농가에 왕란을 요청하면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200개를 발주하면 100~120개도 들어오지 않는 등 왕란 공급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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