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부동산 빙하기 현실화될까
건설·부동산 통해 경기 부양해온 한국에 영향 미칠지 주목
(시사저널=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중국 부동산과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채무불이행 등 실제 문제들이 발생되면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또 다른 부동산 기업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동산 위기 이면에는 중국의 높은 부채비율 문제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중국 GDP 대비 부채비율은 297%로 OECD와 개발도상국 평균(220%)보다 월등히 높다. 절대 수준보다 빨랐던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문제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인 나라들은 부채비율도 빠르게 높아진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중국 GDP 대비 부채비율 297%
그동안 중국에서 부채를 확대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주체는 기업이었다. 기업 중에서도 부동산과 건설회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인프라를 건설하고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높여왔다. 그러나 건설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도로와 고속철을 계속 만들 수는 없다. 아파트도 수요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지을 수 없다. 건설과 부동산 산업으로 이뤄진 빠른 성장은 이후 후유증도 커지게 된다.
연간 1000억원을 들여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건설노동자를 고용하고 철근이나 시멘트 등 건축자재를 구입하는 데 비용을 지출한다. 투입되는 비용만큼 경제는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완공 이후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지출은 연간 0원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사이클에서 부채가 끼어들었다면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기반시설 등에 대한 투자로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과도한 부채에 따른 수요 둔화 영향으로 경기가 하향하는 사이클을 형성한다. 이러한 사이클은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 매우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요한 사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다. 최근 부동산회사들의 디폴트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대응이 흥미롭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에도 중국 당국은 태연(?)한 느낌이다. 금리 인하도 0.1%에 불과했고 특별한 대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대처하는 측면에서 한국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2022년부터 시작된 미분양 아파트 증가,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부동산 PF 문제와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한국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고금리, 경기 불안에도 가계대출은 증가하고 건설회사들의 미분양 아파트는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가계대출을 확대시켜 수요를 촉진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도 부동산 문제를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쓸 수 있는데, 아직은 조용하다. 가계부채가 이미 많은 상황이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가계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중국 경제 주체별 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면 기업은 158%(2022년)로 높은 수준이지만 가계는 78%다. 가계대출을 늘려 부동산과 건설회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부동산과 건설을 통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면 장기적 측면에서는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수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향후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가 생겼다고 가계부채를 늘려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쓴다면 빚을 진 개인들은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다. 내수 소비가 줄어든다면 중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중국 정부가 현재 부동산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해결 방식은 정반대
반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해 2분기 이후 감소하던 가계대출이 1년 만에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를 이야기하면서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정부 정책의 결과다. 그렇다면 한국 가계는 대출을 더 늘려도 될 만큼 안전한 상황일까. 2022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5%(BIS 기준)로 2015년 이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줄 만큼 가계가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부채로 조달한 자금에 의존하는 건설과 부동산 산업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국가들은 경기 사이클에 취약하다. 주택을 지어 경기를 부양하면 반대로 경제성장률 둔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겪고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부채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과 또 하나는 경제 주체가 부채를 나누는 방식이다. 즉, 기업 부채가 많아 문제가 생기면 가계가 부담하는 방법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떤 문제 해결 방식이 옳은 것일까.
중국 부동산 문제를 보면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현재까지 문제 해결 방식은 다르다. 한국은 가계부채를 늘리고 중국은 구조조정을 택하고 있다. 어떤 방법과 정책이 맞는 것인가는 현재 답을 낼 수 없다. 그러나 늘어만 가고 있는 한국 가계부채를 보면 미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나왔다고 시끌벅적하다. 정책을 떠나서 지금 빚을 내 집을 사야 할 때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고민을 개인한테만 맡기지 말고 정부도 같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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