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목표를 세워도 자꾸만 실패하는 당신에게

2023. 8.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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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요즘 번아웃으로 상담을 찾아오는 분들 중에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갓생'살기가 유행이어서일까요? 젊은 분들 중에 특히 많은데요. '갓생'이란 god + 生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인적인 수준으로 열심히 사는 인생을 말하지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인데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영어 공부, 자격증 공부, 헬스장까지 다녀온 후 출근을 하고, 퇴근해서는 수영장에 갔다가 돌아와서 부업을 위한 온라인 강의 수강까지 하는 겁니다. 하루에 잠은 5시간 이하로 자는 게 당연하고요.

자기계발서나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몇몇 '성공 멘토'들이 추천하는 삶이죠. '비범해지려면 비범하게 살아야 한다. 평범하게 살면 평범한 인생을 못 벗어난다'라는 논리로요.

이런 일상, 과연 몇 년이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1년을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이 다르지만 5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우울증, 시력 장애, 치매, 심장질환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렇게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빡세게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한 목표를 세우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담자들께 '마이크로 미션'의 필요성을 항상 전하고는 하는데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목표를 말합니다. 지속 가능한 수준의 내 수행능력(체력, 정신력, 수면 시간 등)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매일의 할 일을 배분하는 것을 말하지요.

직장인 분들은 물으시겠죠? "아니 시키는 대로 일 해야 하는데, 내가 양을 쪼개는 게 무슨 소용이람?"

하지만 이 지면에서 말하는 수행량은 꼭 업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영어 배우기, 매일매일 책 읽기 같이 꼭 업무가 아닌 사적인 목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어떤 목표를 설정했을 때 '매일매일 해야 효율적인 것'일수록 내 예상보다 적게 하루치를 설정하는 게 성과 달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죠. 다시 말해서 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과대평가'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자주 실수하는 것 중에 하나는요,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나면 일일 수행량을 평상시 기준으로 설정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쉽게 설명해 볼게요. '내가 몸짱이 돼서 바디 프로필을 찍고 싶다' 그럼 매일 운동을 얼마나 할지 설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목표를 세우고 있는 오늘의 나는 안 아픈 상태지요. 그러니까 내가 1년 뒤 사진을 찍는 날까지 계속 안 아플 사람처럼 착각하면서 매일매일의 운동량을 설정한다는 겁니다. '하루에 50분은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30분씩 유산소는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왜? 오늘 지금 이 순간은 안 아프니까요. 무의식적으로 의욕충만하고 신체 건강한 지금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거지요.

그런데 1년을 목표로 운동할 때 과연 하루도 안 아플까요? 야근하고 난 날은 컨디션이 난조일 텐데 어쩌죠? 그럼 결국 목표를 미달성하는 날이 늘어나는 겁니다.

제가 헬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저보다 더 헬스 초보인 분들을 본 거죠. 매년 12월 쯤 되면 수능 끝나고 이제 막 처음, 그야말로 생애 처음 헬스장 오는 청소년들이 있죠. 딱 하루 첫날 운동을 했나 봐요. 자기들끼리 가슴 딴딴한지 만져보라 하고 있더라고요. 탈의실의 어른들 모두가 귀엽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탈의실에 고수 할아버지가 들어오셨어요. 왜 동네 헬스장마다 항상 고수 할아버지가 계시죠? 6~70대인데 젊은이보다 더 멋진 몸의, 연륜 있는 터줏대감 분들 말입니다. 그 할아버지가 이 고등학생들을 보시더니 씩 웃으시면서 "학생들, 몸 좋아지고 싶나?"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군요? 그 친구들이 끄덕끄덕 했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딱 1년 365일만 여기 와서 샤워하고 가. 대신 일 년 내내. 거르지 말고."

무슨 소리일까요? 매일 나오라는 소리지요. 정말 와서 샤워만 하고 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쉽게 말하면 근육 성장에는 꾸준히 나오는 게 일단 제일 중요한데, 초심자들한테는 매일 나오기 위한 목표로 '1시간 운동' '5분할 운동' 같은 것들이 아니라 '와서 샤워만 하고 가도 성공'이라는 낮은 문턱을 세우라고 제시하신 겁니다. 이렇게 최소값을 설정해 놓고 꾸준히 하는 것이 번아웃은 예방하면서도 내가 목표로 했던 것들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팁이 되기도 합니다. 초반에 너무 열정이 폭발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를 조금 진정시키는 거죠.

지금 여러분께서도 뭔가 목표로 하고 있거나 새로이 도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꺼내서 점검해 보세요. 하루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넣고 있나요? 초반에 너무 불태우고 있진 않나요? 즐거워지려고 시작한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나요?

요리 실력의 핵심은 불조절이라고 하죠. 어떤 음식은 센 불에 짧은 시간 볶아내야 하지만 또 어떤 음식은 은근한 약불로 오래 익혀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방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뜨거운 열기가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만 은근한 잔불이 필요한 것도 분명 있을 겁니다. 아니, 더 많을 겁니다.

▷ [인-잇] 걱정과 불안이 많다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 방법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277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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