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시진핑 목에 방울달기
✏️ 뉴스쉽 네 줄 요약
· 최근 '롱 코비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는 이미 2015년부터 둔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시진핑이 본격적으로 마오쩌둥을 닮아가던 시점이다.
· 시진핑 주석이 보기에, 경제는 국가와 국영기업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는 민간 경제의 과도한 활성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전제권력의 간섭 앞에서 민간 경제주체들은 두려움에 떨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 결국 모든 문제는 절대권력자인 시진핑 1인에게서 비롯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시 주석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메커니즘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쫓기며 위태롭게 살던 쥐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갑론을박 끝에 어느 쥐가 말했다. "고양이가 다가오는 걸 알 수 있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답시다!"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박수를 쳤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할아버지 쥐가 한마디 했다. "좋은 생각이군. 그런데… 누가 가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쥐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닫았다.
최근 넘쳐나는 중국 경제 기사들을 보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우화가 떠올랐다. 중국 경제가 왜 이 지경에 몰리게 됐는지, 경제적 분석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문제는 그 근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할 것인지다.
필자가 보기에, 문제는 결국 시진핑 주석이다. 중국 경제가 최근의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의 이정표적 사건들마다 시진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황제에 맞먹는 절대권력을 종신으로 휘두르려는 그의 정책과 경제에 대한 관점이 오늘날의 상황을 초래했다.
제로코로나와 경제적 '롱 코비드(Long Covid)'
2022년 봄에는 상하이 셧다운으로 경제가 엉망이 됐다. 그해 2월 중국에서 5만 대를 팔았던 테슬라의 4월 판매가 1천5백대로 줄어들 정도였다. 가을에는 애플의 세계최대 생산시설인 정저우 공장에서 코로나 격리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한 발을 빼기 시작한 건 지정학적 위기 고조 이전에 제로코로나 정책을 견딜 수 없어서였다.
큰 기업들이 이 지경이니, 작은 기업이나 장사를 꾸려가는 시민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중앙정부가 발표한 방침과 실제로 일선에서 집행되는 내용이 다르기 일쑤였다. 인민들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경제활동이 급작스럽게 둔화되고, 멈춰 섰다.
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로코로나를 강력히 밀어붙인 게 누구였던가? 시진핑 주석이다.
롱 코비드(Long Covid)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뒤 한참 지났는데도 완전히 낫지 않고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걸 말한다. 우리말 보건용어로는 '만성코로나19 증후군'이라고 하지만 글자수가 많아지니 보통 '롱 코비드'라고 그냥 쓴다.
'리오프닝'을 하면 확 살아날 줄 알았던 중국경제가 디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움츠러들고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 물가가 떨어진다. 실업률이 올라간다. 이를 두고 서구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 롱 코비드'를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내리막길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 소장 애덤 포즌(Adam Posen)은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이라는 제목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이 점을 논증한다.
[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end-china-economic-miracle-beijing-washington ]
2015년부터 민간의 은행 저축이 늘고 내구재 소비와 고정자산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2015년이면 어떤 시기이길래?
취임 첫 해에 보시라이의 난을 진압한 뒤, 반대파 숙청과 권력집중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공동부유론을 꺼내 들고 본격적으로 마오쩌둥 노선 계승에 나섰다. 타임지는 2016년 시진핑 얼굴과 마오쩌둥이 겹친 커버를 냈다.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계획도 내놨다. 제조업의 고도화와 기술 혁신으로 중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산업전략이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결국 미국과 군사적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강대국의 실력을 기르겠다는 구상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시절부터 다양한 경제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했던 민간 부문의 경제활력을 국가와 국영기업이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제권력과 민간 경제 : 처음엔 좋게 시작하지만...
그런데 권력이 안정되고 2기 3기 지나갈수록, 전제권력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경제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는 자의적 개입을 한다는 게 포즌의 관찰이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들이 실제로 그랬다. 집권 2기였던 코로나19 시기에 시진핑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2022년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3연임을 확정 짓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틀어막아야 했다. 사회적으로도 다른 목소리가 나돌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유명인사들의 충성맹세가 잇따랐다.
시진핑은 '공동부유'와 '홍색 정풍운동'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제와 사회 각 분야를 강하게 조였다. 사회주의 기풍을 훼손하거나 빈부격차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2021년에 온라인 게임, 영상-음악-연예산업, 사교육 산업이 공산당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당했다. 대형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냈다. 이 당시 망하거나 세가 꺾인 기업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었다. 20%를 넘는 지금의 청년실업률은 시진핑 공산당의 자업자득이다.
몇몇 개별 기업이 아니라 아예 특정산업 전체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가는 걸 본 중국인들은 갈수록 움츠러들었다. 민간 부문의 경제주체들은 돈이 잠기지 않게 유동성을 높이고, 이런 체제를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 됐다.
제로코로나 끝낸 방식도 문제
은행 대출 통계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중국은행들의 지난 7월 위안화 신규대출 규모는 3,459억 위안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월의 3조 5백억 위안에 비해 무려 90%가 줄어든 것이다. 전년 대비로는 51% 수준이다. 새로 집을 산다거나 사업을 키우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제로코로나가 종식된 것 자체는 다행이지만, 끝내는 방식도 문제였다. 인민대중의 국가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애덤 포즌은 지적한다.
"제로코로나의 갑작스러운 종식 한 달 전, 고위 당간부들은 국내대중에게 방역조치가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주 뒤 벌어진 일은 갑작스러운 180도 전환이었다. 그런 급격한 U턴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일자리, 사업체, 매일의 일상이 오로지 당의 변덕에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감각을 강화할 뿐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민간 경제 부문에 개입하려는 충동을 억제해 왔다. 대부분의 전제주의 독재국가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신중한 태도를 지켰다. 마오쩌둥의 자의적이고 가혹한 권력행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온몸으로 경험한 덩샤오핑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그토록 경계했던 마오의 길로 중국을 되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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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ews.sbs.co.kr/d/?id=N1007321348 ]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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