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주’ 카카오에 볕 들 날 올까
● 주가 17만 원→5만 원… 2년 새 시총 3분의 2 증발
● 네이버 제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잇던 花樣年華
● 쪼개기 상장으로 흥한 자, 쪼개기 상장으로…
● 글로벌 확장 미지수, 실적 부진發 고용불안에 내부 분란까지
2021년 6월 카카오가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오른 직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평가다. 당시 카카오를 경탄하던 세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70조 원을 넘던 시가총액은 8월 10일 기준 23조 원대에 그친다. 2년 만에 주가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주가엔 카카오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모든 상황이 좋지 않다. 주가가 높으면 도리어 이상한 수준이다.
초반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내수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이후 이어진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의 외면을 자초했다. 고속 성장의 부작용인지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적 역시 뒷걸음질했다.
카카오는 한때 국민주로 통했다. 소액주주만 200만 명에 달한다. 주가 상승 배경엔 모빌리티, 통신, 커머스 등 이른바 '핫'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형 포트폴리오'가 있었다. 한때 20만 원은 거뜬히 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성장통'일까, '추락의 시작'일까. 카카오는 옛 영광을 되찾을까.
아, 그때가 좋았지…
8월 4일 카카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7% 감소한 113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 컨센서스 1244억 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순이익도 563억 원으로 44.4%나 줄었다.증권가 반응이 차갑다. 주요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6만 원에서 5만6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주요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의 현재 주가는 5만 원대, 주요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평균 6만~7만 원대다. 보통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실제 주가와 큰 괴리를 보이지만 카카오는 그렇지 못하다. 사실상 사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
카카오는 최근 수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06년 만들어진 아이위랩(I.W.I.LAB)이 모태다. 아이위랩은 카카오톡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자 아이위랩은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선보였다. 카카오톡은 이후 국민 메신저가 됐고 아이위랩은 2010년 9월 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주식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이다. 당시 인터넷 포털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고 2017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카카오가 코스피행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향후 회사 전략을 봤을 때 더 큰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게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이전 직후엔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카카오는 '돈 못 버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후 꾸준한 사업 다각화 덕에 영향력을 키우며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피 이전 이후부터 2018년 말까지 시가총액은 5조~9조 원대를 오갔다. 2019년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13조 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부터 날개를 달았다. 2020년 말 34조 원대, 2021년 상반기 72조 원대까지 시가총액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수혜 기업이라는 점은 물론 거느린 자회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 역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 상장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신사업 회사로 분류되던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성장세 역시 가팔랐다. 여기에다 한발 빠른 액면분할까지 더해져 주식거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1년 4월 '5대 1'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유통 주식 확대 명목으로 보통주 1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갰다. 이후 주가는 날개 달린 듯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사적 고점에 이른 건 액면분할 두 달여 뒤인 2021년 6월이다. 당시 17만 원대를 돌파했다. 7년 만에 네이버를 제쳤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었다. 가히 카카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할 수 있다.
毒 된 문어발 확장
출범 때부터 카카오의 기본 철학은 '사람이 모이면 돈이 모인다'는 것이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만 46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 2015년 카카오택시 서비스 등을 시작했고, 얼마 뒤 사업을 떼어내 분사시켰다. 2016년 카카오뱅크, 2017년 4월 카카오페이, 그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독립했다. 이후 몇몇은 IPO 절차를 밟았다.
카카오그룹은 한국 주요 기업 가운데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계열사 수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가 127개에 달한다. 계열사 수가 세 자릿수인 곳 역시 SK그룹과 카카오그룹 단 두 곳뿐이다.
상장사 수는 5개다. 다른 그룹을 살펴보면 SK그룹이 21개로 가장 많다. 삼성그룹은 17개, 현대차그룹은 12개, LG그룹은 11개, 포스코그룹은 6개다. 업종이 제한된 데다 기업 역사도 훨씬 짧지만 상장사 수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수년 사이 계열사·상장사 수가 급증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계열사 수가 65개였으나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이후 3년간 2배 넘게 늘었다. 상장사 수도 최근 3년 사이 3개나 늘었다.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9월, 카카오뱅크가 2021년 8월, 카카오페이가 2021년 11월 각각 상장했다. 다른 그룹에서 IPO가 5년 만에 한 번 있는 '빅 이벤트'라면 카카오그룹에서는 연례행사에 가까웠다. 원래 IPO가 예정됐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더하면 상장사 수는 더 늘어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1년 3월 카카오페이지·카카오M을 합병했고, 같은 해 9월 멜론컴퍼니까지 합병했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까지 품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2021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지만 무산됐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지만 이후 상장을 철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중복 상장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고용불안 첩첩산중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는 이유는 이 시장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2011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카카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카오엔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카카오는 태생적으로 내수용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주요 사업 기반인 카카오톡이 한국에서는 국민 메신저인 반면 해외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꾸준히 고민해 왔지만 여전히 고민으로만 남아 있다. 현재 카카오의 연간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뒀지만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에만 4차례나 대표 체제가 바뀌었다. 대표 내정자이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는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근무 제도는 1년 반 동안 무려 5번이나 바뀌었다.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엔 핵심 계열사들이 연달아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도마 위에 올랐다. 8월 10일 금융감독원은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본사 내 김 창업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은 4월부터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페이는 '불법 지원금 수수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카카오페이가 나이스정보통신 등에서 가맹점 우회 지원을 받아 불법 지원금을 확보했다는 혐의다.
초라한 실적 역시 내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1406억 원), 카카오페이(455억 원), 카카오스타일(518억 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138억 원) 등이 영업손실을 냈다. 비대해진 몸집에 비해 여전히 수익 모델은 부실하다고 평가된다.
전망도 어둡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2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광고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벌지는 못하는데, 돈 쓸 곳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1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고, 카카오브레인 유상증자에도 700억 원을 출자했다. 신사업을 위한 출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곪은 속도 드러난다. 회사 내부에선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고용불안이 커진 탓이다. 7월 26일 경기 성남시 사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조합원 300명이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김범수 창업자를 향해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내우외환, 진퇴양난 형국이다. 카카오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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