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애플 꺾고 시총 1위 간다”···‘장밋빛 전망’ 따져봤더니
‘게임, 암호화폐 채굴용’ 액세서리 취급 GPU
‘AI 전쟁’ 빅테크부터 아랍국가도 “먼저 달라”
엔비디아, 인공지능 ‘두뇌’ 역할 GPU 독점
시장 10배 커져···2032년 4000억 달러 까지
하드웨어 뿐 아닌 클라우드 사업자로도 우뚝
자율주행 산업에서도 엔비디아 ‘압도적 우위’
동양인 차별에 변기 닦던 이민자, 젠슨 황
'시총 1위 애플' 꺾을 포스트 잡스로 부상
지난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깜짝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 주가는 선반영 논란에 영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차익 매물이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집니다. “애플을 꺾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급진적인 의견도 나옵니다. 이 전망 맞는지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엔비디아가 과연 애플을 꺾을 만한 기업인지, CEO는 그만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불과 십년, 가깝게는 수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계에서 '액세서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기존까지 컴퓨에서 핵심은 누가 뭐래도 CPU였습니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 장치인 GPU는 보조 역할에 그친다고 보는 시선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다 엔비디아에 이목이 집중되던 때가 옵니다. 바로 암호화폐 채굴에 GPU가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일반인부터 전문 채굴업자까지 GPU를 싹쓸이하면서 엔비디아라는 이름이 널리 회자되기 시작합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인데, 암호화폐 가격 등락에 따라 GPU 수요가 요동쳤고, 엔비디아 주가도 함께 출렁였습니다.
이러던 엔비디아의 위상이 확 바뀐 건 지난해 하반기, 챗 GPT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일반 대중과 소통 가능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생성형 AI 개발과 운용에 핵심적인 GPU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AI 경쟁이 발발했고 내로라 하는 기업과 국가가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테슬라, 메타는 기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에 현대차그룹, LG까지 이름을 들어본 대기업 대다수가 참전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AI 소프트웨어를 위해 엔비디아에 AI 반도체인 GPU 주문을 넣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중국 기업은 미국 제재가 더 심해지기 전, GPU를 쌓아두기위해 사재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체 이 수많은 AI 반도체, GPU 주문은 어디로 몰릴까요.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아직도 엔비디아 하면 게임용, 암호화폐용 그래픽칩 판매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매출을 뜯어보면 데이터센터 비중이 가장 크고, 또 성장률도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증권이 6월29일 내놓은 엔비디아 분석 보고서에 포함된, 올해 연간 사업 부문 별 매출 비중을 보면 55.6%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이밍은 이보다 작은 33.6%를 차지합니다. 참고로 올해 엔비디아의 매출 추정치는 약 270억 달러(약 36조 원)로, 평균 영업이익률은 50%에 달합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로 벌어들인 매출만 약 19~20조 원, 한해 영업이익은 10조 원 정도인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건,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성과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지위입니다. 엔비디아의 향후 매출 전망에서 볼 수 있듯 데이터센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전년 대비로 올해 41.5%, 내년은 85.6%, 내후년은 36.8% 성장할 전망입니다.
한 가지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왜 전체 데이터센터 시장 전망치가 아닌 엔비디아 실적을 기반으로 시장 전체를 얘기하느냐고요. 그건 바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엔터프라이즈 GPU 시장 점유율이 91.4%(2021년 기준)로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엔터프라이즈 GPU는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기업용 GPU를 뜻합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만 봐도 전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게 가능할 정도입니다.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엔비디아의 'CUDA(Computed Unified device Architecture)' 솔루션 덕분입니다. CUDA는 쉽게 말하면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CUDA가 보편화된 후 GPU를 기반으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한층 편해졌다고 합니다.
한 번 안드로이드, IOS 생태계에 편입되면 쉽사리 다른 OS로 갈아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개발자도 사람인지라 쉽고 익숙한 도구를 찾기 마련입니다, 엔비디아 GPU에 대한 개발자의 선호도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GPU 시장에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엔비디아의 향후 매출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전체 GPU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지 보면 압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400억 달러 규모인 GPU 시장 규모는 2032년이면 4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봅니다. 연 평균 성장률만 25%에 달하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현재처럼 GPU 시장에서 80~90%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2032년에 엔비디아의 GPU 부문 매출만 3400억 달러(약 455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올해 연간 매출 추정치 270억 달러의 12.6배입니다.
엔비디아는 구독경제 사업 모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DGX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하면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를 월 단위 임대료를 받고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개별 기업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수천 억 원에서 수조 원이 드니, 이를 구독해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단순 반도체 하드웨어 판매사가 아닌,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서비스 사업도 추가하게 됐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산업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제공해 370개 넘는 기업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완성차는 물론, 소프트웨어, 매핑, 센서, 부품업체 등 자율주행 관련 전 밸류체인 기업과 협업 중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판매와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매출로 숫자가 찍히는 단계는 아니고, 유망 차기 신사업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PMG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장은 매년 41% 성장해 2035년이면 1조 120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봅니다. 엔비디아가 이 중 10%만 가져온다고 해도 한 해 112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블랙 라이더 재킷' '엔비디아 로고 타투' '게임광' '포스트 잡스'
모두 한 사람을 칭하는 애칭입니다.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입니다. 젠슨 황은 현재 경쟁사인 AMD에서 재직하다 GPU의 잠재력을 미리 내다보고, 1993년 GPU 전문 기업 엔비디아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30년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가진 엔비디아 지분은 약 3.5%로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350억 달러(46조 3050억 원)에 달합니다.
젠슨 황은 대만 이민자 출신으로 올해 환갑인 60세입니다. 어린 시절을 대만과 태국에서 보냈습니다. 10세 때,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형과 미국 친척집에 보내졌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곳에서 타향살이는 가시밭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매일 화장실 변기 청소를 했고 학교폭력까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망적 상황이었지만 그는 방과 후엔 패밀리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주어진 삶에 충실했습니다. 학업에도 매진했습니다. 오리건주립대에선 전기공학 학사를, 스탠퍼드대에선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습니다.
젠슨 황 CEO의 통찰과 승부사 기질이 돋보이기 시작한 건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입니다. 1984년 애플 매킨토시 출시로 개인용 PC 대중화가 시작되자 그는 '지금은 사무용 기기로만 인식되는 PC가 가까운 미래 게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기로 활용되겠군'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AMD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GPU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엔비디아를 설립합니다. 1990년대 강력한 선도업체인 '부두'와의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맞닥뜨리며 위기를 맞습니다. 이때 본인 연봉을 1달러로 삭감하고 남은 금액으론 인재를 영입하며 조직을 추스립니다. 2012년에는 일찌감치 GPU가 AI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관련 소프트웨어 및 칩 개발에 집중합니다.
젠슨 황 CEO의 대표적인 어록은 “나는 항상 30일 뒤 망한다고 생각하며 일한다(I always think we're 30 days from going out of business)”입니다. 창립자이자 현 CEO인 그가 엔비디아를 지키기 위해 지내온 세월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의 이런 절박함이 앞으로 엔비디아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궁금해집니다.
현재로서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기도 합니다. 우선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 업체가 자체적으로 AI용 GPU 칩을 설계할 가능성입니다. 구글은 이미 자체 칩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을 위한 머신러닝이 끝난 후에는 GPU 수요가 사그라들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이 외에 여전한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과 경쟁사인 AMD의 추격 등이 꼽힙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엔비디아 주가는 조정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 투자자 분들은 이 같은 점에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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