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대’ 이렇게 되면 끝난다?...“한국, 손놓고 기다려선 안돼” [한중일 톺아보기]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폭이 커지면서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안정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의회(ECFR)이사는 지난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미중 대립 심화가 2차대전 이후 지속돼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뒤흔들 위험성을 경고했죠.
이때다 싶은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를 끝내고 다극체제로 가야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미국 쇠퇴론’은 과거에도 미국의 위상에 타격이 있는 사건이 있을때마다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적 요인 보다도 양극화와 분열로 인한 미국의 내부적 위기수준이 어느때보다 고조된 상태라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쇠퇴는 언제나 바깥이 아닌 국내문제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하에서 발전과 번영을 누려왔습니다. 때문에 미국의 위기는 한국에겐 큰 도전요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정치 전문가 하상응 교수는 “미국이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시 고립주의적 색채를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한국이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의 향방과 한국의 대미외교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공화당 막론하고 경제영역에서는 다자주의적 자유무역주의를 추구했지만, 국제정치적 문제에는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일들이 많았죠. 이라크, 아프간 전쟁때도 그렇고 그 이전에 아프리카 내전 등에 대해서도 인도적 개입을 명분으로 관여했고요.
그런데 2016년 대선, 즉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그 시점부터 확실히 미국 정치권내에서 고립주의 성향이 보이고 있다는 거죠. 트럼프도 물론 이거니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이런 정치인들도 사실 상당히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예전보다 미국 노동자들의 삶도 팍팍해졌는데, 왜 미국이 다른 나라 문제로 돈을 써야 되냐는 거죠. 그런데 쓸 돈이 있으면 미국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증진시키는데 신경 쓰라는 겁니다.
바이든 같은 경우 그래도 어느정도 과거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확산지향적 민주주의, 중국을 제외한 개방지향적이고 다자지향적인 경제 질서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정치인들 조차 예전만큼 그렇게 자유주의적이면서 개입주의적인 미국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이 다시 고립주의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또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내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렌 그리고 이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입지가 커진다면 민주당 정권에서도 미국이 고립주의로 기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 이외에 어느 정도까지 중국을 봉쇄 할 것이냐 했을 때 겉으로 드러내는 표현만큼 실제로 강하게 나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봉쇄전략과 수준이 어느정도까지 진행 될 것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봉쇄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생력을 살려주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고요.
일각에서는 미국의 봉쇄전략이 의도대로 잘 풀려갈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제재에는 우회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북한의 경우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다각도로 받았음에도 결국에는 핵무기를 만들었으니까요.
미국 국내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 가지 지적하자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미국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겐 지금 국내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내정치가 국제정치보다는 우선 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 대통령 책상위에 있는 외교정책 현안들중 한반도 문제는 순위로 따지면 그리 높은 상황은 아닐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제관계를 가져가려면 미국의 외교정책 순위에서 한국의 위치를 높여야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미국이 자발적으로 해줄리는 없습니다. 때문에 미국에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 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국제관계가 무엇인지 구상하고, 이에 대해 플랜 B, C 까지 가는 복안을 만들어야 되겠죠. 주도적으로 미국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무엇을 받아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단지 수십년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해서 미국이 알아서 우리를 위해 움직여줄 거라고 기대하고 가만히 있는 건 금물 입니다.
예컨데, 지난해 IRA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전기차 보조금 관련 한국기업들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논란이 많았죠. IRA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성립됐던 굵직한 법안 중 유일하게 의회에서 민주당이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소위 입법독재를 했던 법안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부 찬성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전부 반대하는 상황에서 통과가 됐어요.
주지하다시피,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지어주기로 했는데 부지 위치가 공화당 의원 지역구입니다. 이 의원도 그래서 지난해 5월 본인 홈페이지에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면서 현대차에게 감사하다고 크게 홍보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법안통과전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로부터 수정제안들이 나왔는데, 이 의원도 참여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게 그가 제의한 개정 내용은 현대차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자기 지역구에 공장을 지어주는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법안을 토의하는데도 사측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한국측이 사전에 접촉해서 현대차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수정발의를 제의하도록 했어야죠.
사실 한국측에서 미국의회에 로비로 쓰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주요국들 대비 엄청나게 밀리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보이니 돈은 돈대로 쓰고 왜 실익을 못챙기는 건지 의아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 다음회에선 일본경제전문가 한국외대 이창민 교수로부터 ‘일본경제 부활론의 허와실과 일본의 미래’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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