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새주인으로 맞은 서브웨이, 중국 시장 '정조준'
서브웨이 96억 달러에 사모펀드 인수
경쟁 격화에 2012년 대비 매출 50%↓
고급 재료 등 메뉴 변화 전략 본격화
중국 4000개 등 총 9000개 매장 확충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잠잠하던 글로벌 M&A 시장에 모처럼 빅딜(대형거래)이 터졌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서브웨이(SUBWAY)’가 그 주인공이다. 사모펀드를 새 주인을 맞은 서브웨이는 자국(미국) 중심으로 짜여 있는 비즈니스에 변화를 선언했다. 재도약을 위해 겨냥한 지역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인 로어크 캐피털은 24일(현지시각) 서브웨이 창업주 가족들로부터 회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섰던 서브웨이는 TDR 캐피털과 시카모어 파트너스 등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뛰어들며 다자구도로 흘렀다. 그러나 로아크 캐피털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고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인수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매각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로어크 캐피털이 인수에 약 96억달러(12조7000억원)를 제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브웨이 매각은 가파른 금리 인상에 주춤했던 M&A 시장에 모처럼 나온 대형 거래인데다 상대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꺼리던 F&B(식음료) 매물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서브웨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글로벌 샌드위치 브랜드다. 먹고 싶은 빵과 재료들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65년 물리학자였던 피터 벅이 친구 프레드 델루카와 함께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처음 문을 연 서브웨이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맞춤형 샌드위치’라는 입소문을 타고 사세를 확장해 갔다. 지하철 등 역세권에 매장을 집중시키면서 유동인구에 어필하는 전략이 대박을 치면서 승승장구했다.
서브웨이는 매장을 거침없이 불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두 창업자 가문이 비상장 형태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창업자와 공동창업자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2019년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서브웨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 내 매출 순위 8번째(98억 달러)에 달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 3만70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서브웨이가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 데는 격해진 패스트푸드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 서브웨이와 유사한 동종 업계 출현이 잇따르자 전체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2010년만 해도 미국 내 매장만 3만8000개에 달했던 서브웨 매장은 38%가 줄었고 2012년 180억 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던 매출도 현재 50% 가까이 감소한 상황이다.
새 주인에 오른 로아크 캐피탈은 F&B 투자에 특화된 사모펀드 운용사다. 지주 회사인 인스파이어 브랜즈를 통해 거느리고 있는 포트폴리오(투자처만)만 해도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프레첼 공급업체 앤트앤스, 햄버거 체인 아비스, 샌드위치 배달 전문점 지미존스 등이 있다. 매각 측도 해당 분야에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해온 로아크 캐피탈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로아크 캐피탈은 서브웨이의 과거 명성을 찾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 첫 단계로 메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서브웨이는 지난달 신선한 슬라이스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8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내 모든 지점에 슬라이스 장비를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이른바 ‘고급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더 큰 포부는 글로벌 체인 확장이다. 서브웨이의 미국 매장 수는 2만810개로, 전 세계 매장의 56%가 미국에 몰려 있다. 로아크는 글로벌 시장에 서브웨이 매장 9000곳을 새로 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6만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로아크 캐피탈이 이를 위해 콕 짚은 공략 지역은 바로 중국이다. 9000곳 매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00곳을 중국에 열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관건은 중국 시장의 반응이다. 우호적이었다가, 적대적이었다를 왔다갔다하는 미·중 관계가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국 중심 정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의 태도가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는 게 자본시장의 평가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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