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재구성…요시다 유니 개인전 ‘YOSHIDA YUNI ; Alchemy’ [주말, 이 전시]

송상호 기자 2023. 8.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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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유니 아트디렉터. 서울미술관 제공

 

모든 이미지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데 전혀 문제없는 세상에서, 여전히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우직한 수작업으로 현실 세계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일본의 아트디렉터 요시나 유니.  

그의 머릿속과 시선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전시가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24일까지 계속되는 그의 첫 국내 개인전 ‘YOSHIDA YUNI ; Alchemy’는 사진과 영상 등 226점을 통해 요시다 유니의 작업 철학과 제작 방식이 깃든 작품 세계 전반을 살필 수 있다. 

광고, 잡지, 패션 등의 분야에서 이미지를 다듬고 조율하는 그의 순수 개인 작업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앨범, LP, 책 디자인 등 다채로운 협업 작업이 총 3부로 소개된다. 특히 올해 공개한 신작 ‘Playing Cards’도 만나볼 수 있다.

요시다 유니의 신작 'Playing Cards' 중 일부 모습. 송상호기자

작가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그의 흥미 대상은 SF나 판타지 등의 가상이 아닌 실재의 영역에 있다. 그의 작업은 직접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 요소 사이에서 전혀 음미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들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이때 그는 현실을 변형하고 조작하는 일에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만드는 그래픽 효과 대신, 손이 많이 가는 특수 분장이나 물리적인 변형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고와 영상, 포스터 등의 시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요시다 유니는 신체의 움직임과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형상, 일상 속 사물들이 서로 만들어내는 관계와 거리감, 색의 조화와 대비 등을 이용한다. 눈에 담긴 세계를 해체한 뒤 다시 쌓아올릴 때 피어나는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해온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전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YOSHIDA YUNI ; Alchemy’ 전시장에 ‘PEEL’이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먼저 전시장에선 자연의 변화를 재해석하는 작업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과일의 단단한 껍질이 액체처럼 흘러내리도록 조작한 ‘PEEL’이나 밀착한 바나나와 사과의 형태가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모자이크로 표현한 ‘LAYERED’ 등을 컴퓨터 그래픽 없이 구현해냈다.

‘YOSHIDA YUNI ; Alchemy’ 전시장에 ‘e.m. 25th anniversary’이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목걸이, 반지 등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의 가슴 부분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마치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연상하게 만들고 있다. 또 치마를 입은 채 바닥에 옆으로 누워 다리를 드는 여자의 실루엣이 물에 비칠 때, 선물 포장지 위 리본이 갑작스레 생겨나는 것처럼 일상의 모티브를 끌어오는 그의 작업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또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업 현장에서 그는 직접 세팅에 참여해 식재료나 물건 등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모델의 메이크업과 분장도 꼼꼼히 체크하며 사진 작가, 스타일리스트 등 관계 인력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눈다. 프레임 안에 모델, 사물 등 피사체를 배치해서 사진을 찍는 과정에는 수많은 이들의 교류와 소통이 녹아들었다.

그 때문인지 벽에 걸린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요시다 유니만의 독특한 관점과 독창성뿐 아니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도 짐작해볼 수 있다.

‘YOSHIDA YUNI ; Alchemy’ 전시 전경. 송상호기자

대상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선택하는 방법만이 있는 세상 속에서, 요시다 유니의 작업물은 관람객들 각자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대로 세상을 독해하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겠느냐고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요시다 유니 아트디렉터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향해 “컴퓨터 그래픽은 절대 안된다는 강박은 없지만 웬만하면 수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 흔히 보는 일상의 순간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재미가 있으니 그런 요소들을 이번 전시를 찾는 분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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