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마다 아파트 재건축 합니다'...도대체 언제까지 [부동산 산책]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 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서울의 한 주택 재건축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우리가 유럽에 여행을 가는 이유는 오래되고 멋진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국내 건설업계분들을 모시고 견학을 가면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1000년 이상 된 건물이라 너무 낡았는데 왜 재건축을 안 할까요”
아마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아파트를 공급하는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6·25 이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에는 아파트지구를 만들고, 1기·2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지금은 3기 신도시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뚝딱 짓는 아파트...이젠 20년 넘으면 재건축 가능?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추진중입니다. 정부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20년만 넘으면 바로 안전진단을 신청하고,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택지지구 1266곳 가운데 준공된 853개 지역에서 100만㎡ 이상 되는 택지가 49개 지구입니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이 지역이 우선 적용됩니다.

그런데 원래 30년이 넘어야 대상이 됐는데 20년으로 줄인 이유는 그만큼 아파트 단지가 낡아서 빠른 재건축이 필요하기 때문일까요. 콘크리트 구조는 100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데, 왜 낡았다고 할까요.

전부다 부실시공을 해서일까요. 아닙니다. 벽식구조로 만들어진 아파트의 경우 배관 대부분이 벽 사이에 매립돼 오래되면 부식이 돼서 녹물이 나옵니다.

예전에 평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삼성 ‘쉐르빌’ 철골 라멘구조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철골로 하니까 주거 환경이 안 좋아서 바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무량판 구조 아파트가 벽식구조에 비해 공간활용도도 좋고 특히 리모델링이 쉬워서 장수명 2급 아파트로 선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래미안, the next'라는 미래형 아파트를 발표했습니다. 기둥과 보를 이용한 라멘구조로 만들어 공간 활용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배관 등은 낡으면 바로 교체를 해서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뉴시스

무량판·라멘 구조가 장수명 아파트...선진국은 '라멘구조'

이미 선진국들 대부분은 이런 라멘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에서도 세종시에 시범단지를 준공시킨 바 있습니다.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하면 건설비가 초기에는 3~6% 더 들어가지만, 층간소음도 확 줄고, 100년 이상 사용하므로 건설 폐기물도 85%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현재 1급 장수명아파트는 라멘구조이고, 2급 장수명아파트가 무량판구조입니다. 국내에서 대부분 건설하는 벽식구조 아파트는 3, 4급입니다.

결국 벽식구조로만 계속 건설하게 된다면 또 20년이 지난후 재건축해야 한다고 할 것이 뻔합니다.

요새 추진되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초고층입니다. 나중에 재건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무량판 구조나 라멘구조로 건설해야 100년 이상 가는 진짜 장수명아파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도 1000년 이상 되는 건축물들이 관광상품이 되는 도시가 돼야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