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먼저 생각하는 사람', '먼저 생각하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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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신대륙이 하나하나 정복되던 19세기 초의 드라마를 말하는 것이다.
콜은 미국을 '먼저 생각하는 땅'으로 여기며 그를 불러들였다.
'먼저 생각하는' 일을 '인간의 조건' 내지는 '자격'으로 바라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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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미국은 낙원의 땅일까? 개척의 대지일까? 미지의 존재일까?
현재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신대륙이 하나하나 정복되던 19세기 초의 드라마를 말하는 것이다. 대지와 사람과 인식의 한계를 이겨내던 그 열정과 죽음과 도전의 시대.
토머스 콜(1801~1848)은 미국 '허드슨 화파' 창시자다. 미국 동부를 가로지르던 허드슨강의 신비로운 젖줄에 감화해 광활한 미국 자연을 주로 그린 화가다.
그가 그린 미국은 장엄하다. 신비롭다. 숭고하다.
숭고함이란, 칸트의 해석에 따르면,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이 쾌감으로 전이되는 감정이다.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감성이다.
그가 숱하게 찾아 나선 대륙 풍경의 대표작은 '멀리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1830)다.
바야흐로 대자연에 마주한 두 사람이 바라보는 자연이 경이롭다. 솟구치는 구름과 살짝 드러낸 하늘이 위에서 눌러주고, 사방으로 펼쳐진 단풍이 그림에 힘을 불어넣는다.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감정도 한 단계 고양되고 발효된다. 두 사람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그렸다. 자연에 대한 경외다.
다른 그림, '결박된 프로메테우스'(1847)에는 자연 속에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언뜻 보면 풍경화 같지만, 그 속에 그리스 신화가 스며들었다.
신화의 주인공인 프로메테우스를 찾기 위해선 '멀리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를 감상하던 것처럼 자세히 봐야 한다.
드넓게 펼쳐진 하늘 아래 날 선 바위 위에 프로메테우스가 매달려 있다. 독수리의 저주를 기다리는 중이다.
알다시피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티탄이다. 그 대가로 제우스로부터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
콜이 자연 속에 누운 프로메테우스를 그린 이유를 상상해본다. 그가 결박된 자연은 유럽이 아니라 새로운 땅, 신대륙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은혜고, 미국은 콜에게 '에덴'이었다. 미국과 프로메테우스의 결합은 콜이 미국을 바라보는 숭고함의 절정이 아니었을까?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콜은 미국을 '먼저 생각하는 땅'으로 여기며 그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세로 그렸다.
프로메테우스도 인류에게 불을 전해준 대가로 이런 참혹한 영겁의 형벌이 기다리는 줄 알았다면 인간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다음 그림은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코시에르가 그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1637)다' 그의 긴박한 의지를 잘 드러냈다.
인류가 기록한 신화에서 그를 중요 인물도 등장시키고, 예술가들이 그를 상기하며 수많은 작품을 헌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로지 감사의 뜻을 표하는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취한 도전과 용기와 저항정신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먼저 생각하는' 일을 '인간의 조건' 내지는 '자격'으로 바라본 것이다.
콜은 신대륙에 감화했다. 신화를 그리고 대륙을 묘사하는 일로써 자신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다.
우리 이야기를 한다면, 조선 후기 화가 정선(1676~1759)이 진경산수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땅을 사랑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의 대표작 '금강전도'(1734)는 심오한 태극이론을 그림에 접목시킨 경우다. 정선 역시 우리 국토를 '먼저 생각하는 땅'으로 소중히 여긴 화가였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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