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으로 갈 기회인데"…정쟁에 막힌 '한국판 NASA'

박소연 기자 2023. 8.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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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한미일 우주동맹의 꿈③
[편집자주] 한미일 '우주동맹'이 탄생했다. 3국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결의'다. 우주는 미중 패권전쟁의 미래 핵심 전장이다. 인공위성이 태양광 전력을 지상으로 쏴주는 기술 등은 '21세기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릴 만큼 미국이 심혈을 쏟는 분야다. 우주기술 공동개발의 파트너가 된 한국엔 천금 같은 기회다. 그럼에도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 설립법은 여야 기싸움에 묶여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단독 개의에 항의하며 과방위 회의에 전원 불참하는 한편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하며 맞받았다. 2023.7.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우주강국으로의 길이 열렸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해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2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는 이달 내에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결산 일정을 놓고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상호 불신이 깊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30일 개의 예정이란 입장이지만 박 의원은 "합의한 적 없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민주당이 8월 내 '우주항공청특별법'을 통과시켜 준다면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과방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등 총력전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이를 '퍼포먼스'로 치부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증폭되며 우주항공청 설치를 논의할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 선출 협의도 중단됐다.

야당은 간사인 조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기겠단 입장인데 국민의힘은 정부안과 상충되는 법안을 발의했단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조 의원은 "법안 처리가 급하면 국민의힘이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조 의원은 (우주항공청 설치를 반대하는) 항우연(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조와 한 몸이라 안 된다"고 했다. 조 의원은 항우연이 위치한 대전 유성구갑을 지역구로 뒀다.

이같이 여야가 맞서는 건 국가 우주정책 컨트롤타워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현재 과방위에 계류된 관련 법안은 지난 4월 정부가 제출한 특별법을 포함해 총 5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차관급 '우주항공청'을 만든단 구상이다. 이 안에 따르면 우주개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부위원장은 과기부 장관으로 그대로 두며 새로 만들어지는 우주항공청의 청장은 일반 위원으로 추가한다. 정부는 법안 처리에 진전이 없자 지난달 27일 '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우선 공개했다.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관련 정책수립과 R&D(연구개발), 국제협력 등 기능을 이관받아300명 이내로 우주항공청을 출범시킨단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의 당론인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조승래 대표발의)은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조 의원은 "일개 부처 우주항공청 대신 범부처 조정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기부는 장관급 기구 설치에 반대한다. 지난 6월21일 단 한 차례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오태석 당시 과기부 1차관은 "현재 우주 분야를 과기부 2개 과에서 하고 있고 항공 분야는 산업부의 과 단위가 아니고 1명의 사무관이 하고 있다"며 "업무량과 사이즈를 고려했을 때 청급으로 출발하는 게 좋겠단 입장"이라고 했다.

양측의 대립엔 첨예한 쟁점과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항공우주청 설립이 윤석열 대통령의 역점사업이란 점에서 정부는 연내 개청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선 반발이 나온다. 정부는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존 출연연을 청 산하로 흡수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일부 연구조직만 우주항공청의 '임무센터'로 지정해 임무를 수행하게 하겠단 것인데, 우주항공청이 단순 집행조직에 그칠 수 있고 R&D 효율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과기부는 NASA와 NASA 임무센터 간 관계를 벤치마킹했단 입장이다. 항우연은 조승래 의원안에 힘을 싣는다. 자신들과 천문연구원이 신설 우주전담부처 소속으로 이관돼야 한단 것인데, 항우연 조직의 위상에 대한 불안감과 무관치 않단 분석이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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