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고현정 "얼태기에 찾아온 '마스크걸', 변신 간절했다"
"지금과 다른 얼굴이었다면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왔을까 생각하던 때 '마스크걸'을 만났죠."
배우 고현정 씨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극본·연출 김용훈)로 연기 인생 30년 만에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장르물에 대한 숨겨온 갈증을 해소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얼태기(얼굴+권태기)'를 극복하게 해 준 고마운 드라마다.
최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고현정 씨는 "작품에 고파있었다. 사건이 많지 않났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작들에서 여러 구설에 휘말렸던 그는 '연기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마스크걸'이 찾아왔다. 그는 "여러 사람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 단독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합을 맞추는 시나리오라서 너무 좋았다. 저도 튀지 않고 무난하게 하나의 퍼즐처럼 어우러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회 화자가 달라지는 멀티 플롯 방식 구성을 통해 각 캐릭터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봤다. 회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셈이다.
특히 고현정 씨는 나나 씨 그리고 신인배우 이한별 씨와 3인 1역으로 인터넷 방송 BJ, 쇼걸, 교도소 수감자로 세 인생을 사는 김모미를 완성했다. 고현정 씨는 3명의 배우가 김모미를 함께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보다는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 자신으로 계속 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거 같지만, 10대 때 친구를 40대에 만나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나라는 사람도 누구에겐 그렇게 비칠 수 있지 않을까. (3명이 다른 나이대를 연기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안 해본 시도였기 때문에 좋았고,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역할이 아니라 제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먼저 이한별 씨에 대해서는 "처음 봤을 때 압도당했다. 또 저를 보는 거 같은, 내가 옛날에 이랬지라는 생각이 들어 끌어안고 '너무 고생했다'라고 말해줬다.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데뷔작인데도 제작발표회에서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나나 씨에 대해서는 "모미가 된 상태로 현장에 오는 거 같았다. 모미를 연기함에 있어서 그 자체였다. 배우로서 희생해야 할 부분과 너그러워져야 할 부분, 그런 융통성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흑화 한 모미를 아주 잘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작 웹툰 속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화제가 된 안재홍 씨와 김모미와 마지막까지 대척하며 극을 이끌었던 김경자 역의 염혜란 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현정 씨는 "안재홍 씨를 보고 너무 놀랐다.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들 못지않게 외모를 신경 쓴다고 알고 있다. 근데 머리가 빠진 역할은 정말 치명적이다. '아이시떼루'라고 할 때 '새로운 인물을 맡았을 때 연기란 저렇게 해야 되는데 난 뭐 했나' 싶더라. '분장이라도 좀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반성도 했고 욕심도 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혜란 씨도 마찬가지"라며 "안재홍 씨와 염혜란 씨가 초반부에 나오는데 끝났다 싶더라. 저도 웬만한 건 제가 다 했다. 차에 부딪히고, 떨어지는 것도 대역 없이 했다. 그런데도 앞에 나오는 배우들 보면서, 저는 한참 뒤에 나오는데 '밀렸다' 싶더라. '졌다. 배우고 싶다. 한참 멀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고현정 씨는 후반부인 6회에서야 등장하지만 존재감이 강렬했다. 화장기 없이 푸석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빛으로 오랜 교도소 수감 생활에 초연해진 김모미를 그려냈다. 교도소를 탈출하는 과정과 김경자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 등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흙범벅과 피칠갑을 한 얼굴에 절제된 감정 연기가 대비를 이뤘다. 미모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녀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변신이다.
"운이 8할, 9할이라는 생각을 50살 넘어 하게 됐다. 저라는 사람을 이런 장르물에서 캐스팅할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저는 장르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드러낸 적이 없다. SNS도 많이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인데, 저는 이메일도 없다. 실제의 내 모습이나 취향, 생각을 나눈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관계자들에게 말한 적도 없다. 그래서 '마스크걸'이 정말 반가웠다. 그래서 '이건 정말 공정한 캐스팅이다'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웃음) 제가 얼마나 이런 역할로 소비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지도 이야기할 기회도 얻었다. (연기에 있어서)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느꼈다."
그러나 고현정 씨는 곧 "말하면서 생각해 보니 외모는 제게 많은 도움이 됐다. 외모는 고현정의 처음이자 끝이다"라고 정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그는 "빈 껍데기가 안 되기 위해 노력은 했다. 외모만 덜렁 있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얼태기는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 거다. 아무리 예쁜 사람도 자기 얼굴이 지금과 달랐으면 어땠을까 생각할 수 있다. 제가 요즘 그런 게 와서. 뭐랄까, 너무 똘망똘망하지 않 페이소스도 좀 있고 그런 얼굴이었다면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하던 중이어서 그런 단어를 썼던 거 같다."
고현정 씨가 연기한 후반부는 나나 씨나 이한별 씨가 등장한 부분과 다르게 모성애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딸 미모가 주오남의 모친 김경자의 복수심으로 위기에 처했고, 이를 알게 된 모미가 딸을 구하고자 탈옥한다.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김경자와 딸을 지키려는 김모미의 처절한 사투가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고현정 씨는 그런 모미의 모성에 대해 "염치가 없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김경자의 모성이 순간 부러웠을 거 같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그런 것보다는, 그냥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감정에 가까운, 완전히 모성으로는 가지 못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해석했다. 딸 미모와 마주했을 때 원래는 대사가 있었지만 없앨 것을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유구무언이지 않겠냐"는 것.
그러나 고현정 씨는 '마스크걸'의 주제가 모성애로 귀결되지는 않길 바랐다. 그는 "주제가 모성애 싸움은 아닌 거 같다. 사랑의 결핍? 그것도 정확하진 않은 거 같고,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데 나에게는 치명적인 고민. 나에게는 치부라고 생각하는 것을 오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이중성. 개인들의 애착? 나에 대한 정의? 자존감? 그런 것들을 많이 표현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원작에서 강하게 표현됐는데, 7회 안에 담다 보니 마지막에 모성애가 부각됐을 뿐 그것에 대한 작품은 아닌 거 같다"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마스크걸'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 고현정 씨는 다음 변신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그는 "밝은 고현정, 진짜 하고싶다. '여우야 뭐하니'에서 했던 캐릭터나, 데뷔작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말숙이처럼 밝은 역할을 하고싶다. 제 안에 그런 모습이 많다.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늙기 전에, 제가 멍하게 있을 때가 많은데 갖다 쓰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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