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달 탐사, 北中 위협위성 실시간 대응…삼각편대 구축 과제는

김인한 기자, 민동훈 기자 2023. 8.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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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한미일 우주동맹의 꿈②
[편집자주] 우주는 21세기 글로벌 패권 다툼의 새로운 전장이다. 우주를 손에 쥐는 국가가 미래 경제질서, 안보를 좌우할 것이다.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에서 우주협력의 다짐한 배경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우주 태양광 전력 무선 전송, 달 탐사 및 기지 건설, 화성 탐사 등 인류의 역사를 바꿀 '21세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미일 우주동맹의 의미는 무엇이며,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짚어보자 한다.

달 궤도 유인(有人)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 가상도. 게이트웨이는 현재 지구와 약 400㎞ 떨어진 저궤도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다른 개념이다. 게이트웨이는 지구와 평균 38만4000㎞ 떨어진 달 궤도 주변에 지을 심(深)우주정거장을 말한다. 이는 달 착륙과 화성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최근 한미일 정상이 체결한 우주동맹의 핵심은 '우주안보' 강화다. 북한과 중국의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위협에 공조 체제를 구축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과학계는 이번 우주안보 동맹에 더해 미국과 일본이 밀착 협력하고 있는 유인(有人) 우주탐사나 미래 기술개발 등에 한국의 참여 지분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미일이 협력할 수 있는 우주안보 분야는 정찰위성 정보공유, 우주교통 관리, 우주상황 인식 등이 꼽힌다. 3국이 보유한 전략자산을 공유할 경우 북한·중국·러시아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우주탐사 협력을 늘려 우주경제·산업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다.

황진영 항우연 박사는 "최근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신냉전 블록화가 강화되면서 우주 분야의 블록화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미일 우주협력이 필요하며 3국이 보유한 정찰위성 등 우주전략자산을 활용한 안보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안보 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유인 달 착륙 계획 아르테미스(Artemis), 달 궤도 정거장 건설 프로젝트 게이트웨이(Gateway) 등 유인 우주탐사 계획에 협력할 수 있다"며 "특히 유인 우주기지 구축, 우주자원 탐사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한 국가가 단독으로 하기 불가능한 만큼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美日, 수년 전부터 유인 우주연구…"韓도 공동연구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일본과 정상회담에서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연구진과 만나 달과 소행성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 뒤로 JAXA의 달 로버(이동형 탐사 로버, 월면차)와 오른쪽에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수년 전부터 우주 분야에서 밀착 협력하고 있다. / 사진=백악관

NASA 아르테미스 임무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종료된 유인(有人) 달 착륙을 50여년 만에 재개하는 계획이다. 과거처럼 단순 달 착륙에 그치지 않고 달에 거주해 화성으로 가는 목표로 2025년 여성·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킨다. 그 일환으로 NASA는 지구로부터 평균 38만4000㎞ 떨어진 달 궤도에 게이트웨이라는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이를 달·화성 탐사 전초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한미일 우주협력을 한국이 더 큰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미·일은 수년 전부터 우주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미국은 2020년대 후반 일본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기로 합의했다. 미국 주도로 건설될 달 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도 일본 지분이 절반에 달할 정도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지구로부터 약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하며 달·화성 착륙에 필요한 기술을 대비하고 있다.

신상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올해 체결한 미일 우주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일본 기업 도요타가 개발한 월면차를 아르테미스 임무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양국은 우주탐사 공동연구를 할 때 과학자들이 상대국에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비자를 면제하고, 각종 연구장비 등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구체적 협력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위원은 "그간 미국과 일본의 우주 기본협정은 중국의 우주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동맹의 연장선"이라면서 "미국은 다른 국가와 공동연구를 추진할 때 예산 준비가 됐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역할을 확대하려면 우주예산 확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주태양광, 우주의학 연구 중요…국제협력, 선택과 집중 필요

국제우주정거장(ISS) 모습. 우주강국은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의학, 우주태양광 등 각종 연구를 수행한다. / 사진=머니투데이DB

전문가들은 아르테미스 임무에서 우리나라 지분을 늘리기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한국이 일본 사례를 참고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공감한다.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는 유인 우주탐사 시대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우주의학, 우주태양광 등을 꼽았다. 일본과의 협력은 당장 쉽지 않은 만큼 관련 인력교류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주의학 전문가로 NASA와 협력하고 있는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교수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 중인 연구 60% 이상이 우주의학 연구지만, 한국은 발사체·위성 분야 산업화에만 방점을 찍었다"며 "지난해 맥킨지가 발표한 리포트에도 우주기술과 융합했을 때 효과가 가장 큰 분야를 우주의학 분야를 꼽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에서 제조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실제 생산 단계로 넘어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라이릴리도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지구상에서 중력 때문에 불가능한 실험이 우주의 미소중력 상태에선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을 들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윤 교수는 "미국의 우주의학이 발달한 배경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연속적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우주의학은 엔지니어링(공학)과 융합된 기술이고, 한국이 공학 기술을 잘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만 한다면 우주경제·산업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 중 하나"라고 했다.

우주태양광(SSP) 분야도 미일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우주태양광은 지구와 약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어 태양에너지를 받아 전기로 변환, 지구로 송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지구상에서의 태양광발전 보다 높은 에너지 획득 효율, 친환경 에너지, 높은 가동률 등에서 미래 혁신기술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은 2008년 미국 텍사스A&M대와 일본 고베대가 공동으로 하와이 섬 사이 148㎞ 거리에서 20W(와트)급 전력을 초단파로 송전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2009년 우주태양광전력시스템(SSPS) 연구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같은해 6월 내각부 산하 우주개발전략본부에서 우주태양광 발전 R&D(연구개발) 계획을 시작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태양전지판, 에너지전환기술, 전력전송기술, 위성탑재기술 등을 모두 고도화할 수 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가 많아 이에 대한 전략 수립과 구체적 국제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미소중력(Microgravity) 조건에선 결정체(crystal)가 더 천천히 성장하지만 분자는 결정 표면에서 더 완벽하게 정렬한다는 연구 결과. 이 연구를 활용하면 지구에서 불가능한 의학 연구가 우주에선 가능해진다.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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