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펼쳐진 10대들의 통일 이야기

이상현 2023. 8. 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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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통일은 과연 필요할까,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젊은 층 특히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죠?

◀ 차미연 앵커 ▶

10대 청소년들이 젊은 시선으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표출한 연극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는데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대구에 있는 한 소극장 주변이 모처럼 어린 학생들로 북적댑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5년째 개최한 청소년 통일연극제에 참여한 고등학생들로, 결선 공연을 앞두고 무대 앞 객석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구용호/민주평통 대구지역회의 부의장 직무대행] "통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든지 전혀 통일이 필요 없다든지 이런 식으로 되어가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공감대 형성이라든지 취지라든지 과연 평화통일이 뭔지를 좀 인지시킬 필요가 있겠고, 통일에 대한 생각을 좀 갖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이 된 겁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올해 통일연극제엔 4개의 고등학생 작품들이 결선에 진출해 잠시 후 이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졌을까요? 함께 관람해보시죠."

같은 학교 또래 친구들끼리 뭉쳐 수개월 간, 주제에 맞춘 대본을 쓴 뒤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해왔고, 드디어 그 창작물을 내놓는 자리.

불이 꺼지고, 6.25전쟁 폭격소리로 무대의 시작을 알린 첫번째 팀은 낙동강 전투 때 헤어졌던 이산가족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장나령/고등학생(이산가족 언니 역)] "저희가 통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아무래도 남북분단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뭔가 이산가족이 생각나고 그래서.."

"지금처럼 뜨거운 8월에 동생과 헤어지게 됐죠. 그 날은, 그 날은 갑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엄마의 자장가와 부채질을 즐기던 1950년 8월의 어느 날 밤, 갑자기 쳐들어온 북한군에 어머니를 잃은 두 자매는 숨고 숨겨주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되는데요.

73년이 흐른 뒤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에서 불러본 엄마의 자장가가 전파를 타면서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줬고요.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부채질해주며 이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맞아요!) 그리고 엄마는 항상 언니 다섯 번, 나 다섯 번 나눠서 부채질 해주셨어요 (맞아요, 맞아요!)"

7살이었던 동생의 당시 이름도 다시 찾아줍니다.

"아이고 순자야~. 언니야, 언니! (언니?) (내 이름이 순자야?) 그래. 네 이름이 박순자, 내 이름이 박복자!"

눈물샘을 자극했던 첫번째 팀에 이어 두번째 팀은 상상력이 동원된 작품을 올렸습니다.

길에서 만난 배고픈 할머니에게 빵을 드리자 구식 라디오 한대를 받게 된 학생.

"눈을 감고 주파수를 잘~ 맞추면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거야."

할머니의 말대로 하자, 낯선 마을에서 눈을 뜨게 됐는데요.

"여기가 어디지? (거기 누구네? 당장 나오지 않으면 다 쏴버리갔어) 뭐야? 대체 왜 북한말이 들리는거지?"

드라마처럼 북한에 불시착하게 된 학생은 또래의 북한 자매와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못 보던 에미나이가 있다."

남한의 노래와 춤을 고리로 금세 하나가 되어갑니다.

"어이, 남조선! 이제 와서 묻는거지만 이름이 어케 되나? (정은, 정은이야) 정은?! (아, 외자야. 두 글자, 두 글자!) 아, 놀래라 손발이 다 떨린다."

북한 자매는 북한군의 감시를 피해 남한 학생의 귀환을 도와주고, 남한 학생은 탈북한 엄마에게 전해달라는 자매의 편지를 받아들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합니다.

[박재아/고등학생(남한 학생 역)] "북한 말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고 만약에 진짜 통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걸 상상을 많이 하면서 연기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남북의 정보전을 다룬 첩보물도 연극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이 바다를 통해 월남하여 남한에 귀순을 요청한 후에 남조선에서 디도스 공격을 실시한다!“

위장귀순에 성공해 남한의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정보도 빼내 북한에 넘겼지만, 오히려 남북에서 모두 제거 대상이 된 남파 간첩 이야기로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냈고요.

[박태준/고등학생(남파 간첩 역)] "저희 나라의 사이버 의존도에 관해서 먼저 문제점을 짚고 그걸 통일과 관련해서 써 내려간 것 같습니다."

각자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을 체험해보고 그 체험담과 의견을 나눠본 진지한 작품도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가자 통일로 통일로 나가자 겨례여 굳세게 뭉쳐서 나가자 해가 솟는다 아침이 밝는다 민족의 전성기가 펼쳐진다"

젊은 시선으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표출해본 10대들의 특별했던 무대.

[권퀴리/지도교사] "학생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이들의 발전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고"

그 열정과 패기만큼 통일은 이들에게, 또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통일!"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1826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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