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 적고 혹평…정우성 '감독 도전기' 씁쓸한 마무리 준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배우 정우성이 감독으로 변신해 선보인 첫 번째 장편 영화 '보호자'가 씁쓸한 결과를 받아 든 채 극장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패인으로는 진부한 스토리와 주인공의 서사 부재가 가장 먼저 꼽힌다.
2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정우성이 연출하고 주연한 '보호자'는 누적 관객 수 약 1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평일 하루 관객 수는 2천명대까지 떨어졌다.
예매율 역시 0.5% 안팎으로, 조만간 극장 상영을 마치고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보호자'와 동시 개봉한 한국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하루 3만명대를 유지하며 6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10% 이상의 예매율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양분하는 극장가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단지 대진운이 좋지 않아서 '보호자'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보호자'는 관객에게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듣고 있다.
실 관람객의 평점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71%로 현재 상영작 가운데 최하위다.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2점을 기록 중이다.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는다고 여겨지는 네이버 영화에서도 10점 만점에 5.94점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는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요소가 이 영화에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해 딸의 존재를 알게 된 수혁(정우성 분)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그를 가만두지 않으려는 이들의 추격을 그린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어둠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남자 캐릭터, 딸과 아버지의 관계, 악당이 이들의 행복을 가로막으려 한다는 스토리 모두 진부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로만 한정하더라도 '아저씨'(2010)부터 시작해 최근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까지 비슷한 설정을 한 작품이 이미 흥행했고, 외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다"면서 "올드하다는 느낌이 있어 관객을 끌 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뚜껑을 열고 나서도 이 같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좋은 입소문'을 타기에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공들인 액션 장면과 우진(김남길) 캐릭터의 엉뚱함 등은 흥미로웠다"면서도 "딸을 지키고자 하는 킬러 아버지라는 이야기는 기시감이 들어 관객이 큰 흥미는 느끼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관객들 사이에선 주인공으로 수혁을 내세웠으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서사를 생략해 극을 따라가기 어려운 점, 캐릭터들이 이른바 '오버스럽게' 표현된 점 등을 지적하는 평을 남기고 있다.
정우성이 갑자기 연출을 맡는 바람에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보호자'는 정우성이 주연만 맡고 다른 감독이 연출하기로 돼 있었지만, 해당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정우성이 연출까지 하게 됐다. 정우성과 절친한 이정재도 이런 식으로 영화 '헌트'(2022)를 주연·연출한 바 있다.
정우성은 '나와 S4 이야기'(2013), '세가지 색-삼생'(2014), '킬러 앞에 노인'(2014) 등 단편 영화를 선보이며 연출 욕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단편보다 3∼4배 러닝타임이 길고 프로덕션 규모나 제작비 등에서도 차이가 큰 장편 영화는 정우성에게도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연기와 연출이 다르듯이 연출에 있어서도 단편과 장편의 사이즈가 다르다"며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데, 신인 감독이 갑자기 맡은 작품에서 연출력을 발휘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본이 정해져 있는 데다 장르 영화라는 한계까지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우성은 나름대로 자신의 색깔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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