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푸바오', 왜 중국으로 돌아갈까…동물 외교의 진짜 이유
‘따아아옥’
국내 1호 아기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소식에 전국이 들썩이던 5월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있는 따오기복원센터를 찾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멸종됐던 따오기 수십 마리가 묵직한 울음소리로 반겼다. 판다와 따오기의 이면엔 ‘동물 외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며 동물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 ‘한중 정상회담’과 따오기 외교
동대구역에서 차를 타고 1시간쯤 달려 도착한 따오기복원센터. 따오기 관리 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박언기 팀장과 한영인 주무관은 건물 2층으로 안내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반 사무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12분할 폐쇄회로(CC) TV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각각의 화면은 어린 따오기가 있는 공간을 비추기도, 알을 품고 있는 둥지를 비추기도, 따오기가 밥을 먹는 공간을 비추기도 했다. 따오기는 번식기를 맞아 회푸른 빛깔을 띠었다. 활발히 움직이는 따오기들이 한눈에도 건강해 보였다.
따오기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멸종 위기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따오기가 원래부터 멸종 위기 동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1925년 ‘따오기’라는 동요가 발표됐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흔한 철새였다.
그러나 근현대 시기 급격한 개발로 수가 줄더니 1979년 휴전선 부근 비무장지대에서 카메라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따오기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수십 마리나. 한 주무관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수컷 양저우, 암컷 룽팅)을 들여와 복원에 성공했다”며 “따오기복원센터는 멸종 40년 만이던 2019년에 따오기 40마리를 자연으로 날려보냈고 이후 매년 따오기를 방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자연에서 살고 있는 따오기는 약 300마리다. 센터는 따오기가 안정적으로 야생에 정착할 때까지 따오기의 보호와 번식을 돕고 있다. 보통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쌍을 이루고 번식했을 때 야생 정착이 시작됐다고 본다.
따오기 복원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놀랍게도 ‘한중 정상회담’이 있다. 시작은 환경운동가와 창녕 지역 한 학생의 건의였다. 하지만 따오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 협약(CITES)’에 따라 거래가 금지돼 있었다.
따오기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선 따오기가 남아있는 중국으로부터 따오기를 기증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따오기를 판다와 함께 귀한 동물로 관리하는 터라 기증받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정상회담을 거치며 국내로 따오기를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따오기들을 ‘따오기 외교’의 결과라 부른다.
●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두 가지 이유
용인 에버랜드에는 최근 유튜브 영상 조회수 15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인기스타가 있다. 2020년 국내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가 그 주인공이다. 약 30초 분량의 영상에서 푸바오는 ‘할아버지’인 강철원 사육사에게 팔짱을 끼고 사랑스럽게 몸을 기댄다.
7월 7일에는 푸바오의 쌍둥이 여동생들이 태어났다. 푸바오가 언니가 됐다는 소식에 판다 가족을 향한 관심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푸바오는 사육사와 한국에서 함께 할 날이 길게 남지 않았다. 푸바오가 만 4살이 되는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5살 판다 ‘샹샹’ 역시 지난 2월 19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국법상 모든 판다의 소유권이 중국에 있고 둘째 판다들이 종번식이 가능할 정도로 나이가 차서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은 성 성숙이 일어나는 만 4살이 되면 종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판다는 전 세계 1800여 마리 정도 남은 멸종 취약종이다.
중국은 앞서 소개한 ‘따오기 외교’처럼 아니 더 오랜 기간 ‘판다 외교’를 해왔다. 판다 외교는 685년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역사서에는 당시 당나라 측천무후가 일본 왕실 천무천황에게 백곰(판다) 두 마리를 보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판다 외교라는 단어 자체는 1972년 중국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 기념으로 판다를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은 판다를 우호 국가에 한 쌍씩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판다 외교를 이어오고 있다.
● 기린, 매, 코알라...변화하는 동물 외교
중국의 따오기와 판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나라가 희귀하고 귀한 동물을 외교에 사용해왔다. 이른바 ‘동물 외교’인 것이다. 지난 6월 서울대 16동에서 만난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동물 외교는 미래를 내다보고 한 나라의 호감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외교를 ‘좁은 외교’와 ‘넓은 외교’로 나눠 설명했다. 좁은 외교는 쉽게 말해 눈앞에 닥친 사안을 해결하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반대로 넓은 외교는 우호적 관계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활동이다. 상대 국가와 역사, 전통,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장기적으로 외교 활동을 펼친다. 동물 외교는 이런 넓은 외교에 속한다.
과거 외교 동물은 주로 호감을 얻고자 하는 상대 국가의 지도자 취향에 따라 결정됐다. 지도자가 사냥을 취미로 한다면 ‘매’를 선물하거나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던 ‘기린’을 선물하는 식이었다.
실례로 15세기 르네상스 문화의 부흥을 일으킨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당시 유럽에선 쉽게 볼 수 없고 신성시되던 ‘기린’을 구했고 프랑스 루이 11세 딸에게 기린을 선물하겠다고 말하자 전쟁에서 프랑스의 도움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다 민주주의가 부상하며 동물 외교의 형태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상대 국가의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을 귀여운 동물들이 더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호주의 동물 외교가 생물학적으로 진귀한 오리너구리에서 시민의 호감을 사기 위한 코알라로 집중된 것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민주국가에서는 정치적 사안을 결정할 때 지도자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동물을 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동물 외교의 효력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 멸종 위기종 복원에는 국가 경계가 없다
동물 외교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송혜경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는 “동물 외교는 과거의 단어”라며 “앞으로는 신기한 동물을 선물로 준다는 의미보다, 멸종 위기 동물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판다 사례도 “외교라기보다는 종 보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실제로 판다의 서식지 외 보전을 위한 인공번식 연구에 (동물 외교로 판다를 받은) 미국의 동물원이 상당히 기여했다”고 말했다.
생태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은 “생물 다양성 증진과 종 복원 차원에서 따오기나 치타처럼 지역적 절멸이 일어난 종들을 국제적 협력으로 복원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멸종 위기종의 존재와 보존이 필요함을 알리는 차원에서의 동물 외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래 서식지와 전혀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면 해당 개체에게는 좋지 않다”며 “생태 특성을 고려해 동물 외교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바오와 푸바오 동생들의 출산 과정을 곁에서 함께 한 강철원 사육사는 과학동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동물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판다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바오 가족에게 보내주시는 사랑만큼 다른 동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생명 사랑’이라는 뜻) 가설에 따르면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다. 송 대표는 “동물 외교에 대한 관심이 어쩌면 우리 각자의 바이오필리아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지구 생명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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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이수린 기자 surin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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