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맨해튼 프로젝트' 뜨는데...'한미 우주동맹' 발목잡는 국회

민동훈 기자, 박소연 기자, 박상곤 기자 2023. 8.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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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한미일 우주동맹의 꿈①
[편집자주] 한미일 '우주동맹'이 탄생했다. 3국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결의'다. 우주는 미중 패권전쟁의 미래 핵심 전장이다. 인공위성이 태양광 전력을 지상으로 쏴주는 기술 등은 '21세기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릴 만큼 미국이 심혈을 쏟는 분야다. 우주기술 공동개발의 파트너가 된 한국엔 천금 같은 기회다. 그럼에도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 설립법은 여야 기싸움에 묶여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런던 AFP=뉴스1) 임윤지 기자 =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화 '오펜하이머'의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미국 배우 맷 데이먼,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 아일랜드 배우 실리안 머피, 영국 배우 플로렌스 퓨가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7.1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미국 뉴멕시코 앨라모고도(Alamogordo) 공군 기지 북서쪽 사막. 태양처럼 밝은 빛이 새벽 하늘을 환하게 물들였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공 핵 폭발 '트리니티(Trinity)' 실험이 성공했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실화 기반 영화 '오펜하이머'의 소재가 된 핵개발 사업 '맨해튼 프로젝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은 영국, 캐나다와 손잡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 2023년 8월18일, 미국 메릴랜드주의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모였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은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뿐 아니라 우주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미래 핵심 신흥기술을 공동개발키로 뜻을 모았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맞서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첨단 미래기술을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다.

미국 주도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한국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천기술의 미국, 첨단 소재·장비 강국인 일본,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이 힘을 합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미·중·러의 신(新)냉전이 우주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태양광 전기, 우주에서 쏘고 지상에서 쓴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군사 관련 우주 기술이 '우주 태양광 전력 무선전송'(SSP, Space Solar Power) 프로젝트다. 인공위성 등이 우주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지상으로 쏴주는 기술이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Caltech)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SSP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력 무선전송 기술 개발에 나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

SSP는 미래 전쟁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미국이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미군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전기 에너지 부족에 대한 걱정없이 군용 전기차, 드론, 레일 건 등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비단 군사적 용도만 있는 건 아니다. 우주 태양광은 날씨로부터 자유롭다.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일 뿐 아니라 탄소배출 문제도 없다. 인류를 에너지 걱정에서 영원히 해방시켜줄 수도 있는 기술이 SSP다.

尹대통령 공약 '항공우주청 설립법' 표류

지난 23일 인도의 무인 우주선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일본은 28일 기상 악화로 로켓 발사가 미뤄지긴 했지만 소형 달 착륙선 슬림(SLIM)으로 세계 5번째 달 착륙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40년 전까지 달에 가는 게 목표다. 미국은 이미 1969년에 한 일이다. 이 정도로 한국의 우주기술 수준은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우주기술 개발을 주도할 국가적 컨트롤타워 설립 작업은 여야 간 이견에 발목이 잡혀있다. 미국은 NASA(항공우주국), 일본은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우주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은 지난 4월 정부가 제출한 특별법안을 포함해 총 5건이다. 정부와 여당의 특별법안은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한국판 NASA'인 우주항공청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차관급 기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인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조승래 대표발의)은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일개 부처인 우주항공청 대신 범부처 조정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는 이달 내에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증폭되며 우주항공청 설치를 논의할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 선출 관련 협의가 중단된 때문이다.

법안 처리에 진전이 없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우선 공개했다.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관련 정책수립과 연구개발(R&D), 국제협력 등의 기능을 이관받아 300명 이내로 우주항공청을 출범시킨단 계획이다. 한미일 우주동맹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우주항공청 설립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우주항공분야에서 7대 강국으로 들어서 있지만 늘 추종하고 따라갈 수는 없고 우리가 주도해서 우주 산업 개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 국가적으로 볼 때 좀 더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한미일 우주동맹과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SSPP)의 일부인 소형 태양광 패널./자료: Caltech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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