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냉정했다…더 쪼그라든 여름 극장가
빅4 관객수 1000만 밑돌아…지난해보다 ↓
티켓 파워 ‘유명무실’…트렌드 못 따라가
산업 구조적 변화·관객 신뢰 회복 필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관객들은 냉정했다. 선택의 기준은 높아졌고, 지갑을 열기는 더 어려워졌다. 티켓값 인상이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아니라 영화산업에 대한 구조적인 지각 변동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번 여름에 주목 받은 대작 4편이 극과 극의 성적을 냈다.
제작비 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관객을 각각 51만명, 105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680만명, 600만명이다.
반면 먼저 출사표를 냈던 ‘밀수’는 500만명을 바라보며 손익분기(400만명)를 넘겼고, 마지막 타자였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300만명을 돌파하며 무난하게 손익분기(380만명)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두 영화 모두 다행히 본전은 건졌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이 압도적인 관객몰이는 사실상 실패했다.
올해의 흥행 성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여름에도 개봉된 대작 4편 중 두 편만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상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는 ‘한산’과 ‘헌트’의 관객몰이로 대작들의 총 관객 수는 1500만명을 넘어섰지만, 올해는 1000만명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첫 여름 대목이었음에도 코로나로 극장 내 긴장감이 감돌았던 지난해 보다 성적이 더 나빠졌다.
올 여름 영화 시장에선 유명 감독이나 배우의 티켓 파워가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대작 4편 중 3편은 모두 스타 감독들의 작품이었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밀수’ 한 편에 불과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가장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고, 하정우·주지훈의 스타 배우를 내세운 ‘비공식작전’ 역시 반응이 미지근했다. 관객들이 더 이상 감독이나 배우만 믿고 극장을 향하진 않은 셈이다. 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첫 텐트폴(tentpole, 대작 영화) 도전임에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개봉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유독 부진했던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영화 콘텐츠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화 티켓값이 인상된 상황에서 관객들을 사로잡는 콘텐츠도 찾을 수 없다보니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트렌드에 맞는 따끈따끈한 영화가 아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밀렸던 영화들이 물밀듯 나오면서 트렌드나 관객들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화와 경쟁 구도가 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압도적인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극장가의 콘텐츠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마스크 걸’이나 ‘무빙’ 등 웹툰을 기반으로 한 OTT 시리즈들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극장가를 외면하는 대중 심리를 단순히 작품이나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OTT 등장에 이어 영화 티켓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극장가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바뀐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극장 나들이는 적은 돈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이었지만, 이젠 가볍게 시간을 때우는 ‘킬링 타임’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티켓 값이 비싸지면서 영화가 적은 돈으로 부담 없이 시간을 때우는 ‘킬링 타임’의 느낌이 사라졌다”며 “여기에 집에서 주문형비디오(VOD)나 OTT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극장 화면으로 보지 않으면 후회할 정말 압도적인 킬링 포인트가 없다면 극장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극장가의 파이는 영화 산업의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반증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심 평론가는 “영화 소프트웨어의 지각변동이 2000년대에 일어났다면 이제는 하드웨어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극장가가 멀티플렉스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다들 튼튼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도 “화려한 감독·배우 캐스팅과 대규모 제작비로 스크린을 독과점해서 매출을 올리는 영화 산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며 “코로나 시기는 오히려 극장가에 변화의 기회를 줬고, 저평가 됐던 것을 제대로 평가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극장 관객 수의 급감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진단한다. 다만 영화를 보는 채널로서 극장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일 뿐, 영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심 평론가는 “극장에 가는 관객 수가 줄어든 것이지, 영화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며 “부동산 개념의 극장은 사라져도 영화 자체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빼앗긴 관객을 극장가로 되찾아오려면 관객과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틀에 박힌 영화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참신한 콘텐츠로 중무장해야 관객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극장 나들이가 이젠 특별한 외출 개념으로 변했는데, 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감독과 배우의 세대 교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이 극장에 가고 싶다는 기대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유명 배우·감독과 흥행코드를 조합해서 억지로 사육하듯이 영화를 만들지 말고, ‘범죄도시’처럼 적은 제작비로 시작해 시리즈물로 키워나가는, 하이 컨셉의 중소형 작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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