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이 인물을 넘지 않는다" 안재홍→프레이저, 파격 비주얼보다 빛난 연기 [Oh!쎈 레터]

최이정 2023. 8. 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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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배우 안재홍이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재홍은 놀라운 분장에 힘입어 주오남이라는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분장이 캐릭터 완성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환기시킨 사운데 최근 분장과 연기의 시너지가 폭발해 큰 주목을 받은 두 배우를 살펴봤다. 

 ‘마스크걸’ 안재홍은 주오남 캐릭터로 커리어에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 BJ '마스크걸' 김모미의 광팬 주오남을 연기한 안재홍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쉽지 않은 변신이었을 터. 안재홍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분장한 모습을 봤을때 느낌을 묻자 “약간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안재홍은 “저희가 여러 버전을 테스트 하면서 지금의 주오남의 외형, 체형을 만들었다. 딱 그 형태가 갖춰졌을때는 뭔가 이미 분장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캐릭터로서의 무언가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라 오히려 굉장히 크게 도움 받았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해 살을 10kg 찌우고 탈모 분장을 한 그는 "주오남은 체형이 더 보여지는 캐릭터이길 바라서 몸 안에 살집을 만드는 특수분장을 했다”며 “매 회차 2시간 정도 머리나 가발 분장과 피부톤을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이 같은 안재홍의 주오남 비주얼은 완성시킨 송종희 분장감독은 "넷플릭스에 릴리즈가 되고 스스로에게 '분장이 인물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 선을 절대적으로 지킨다'라는 철칙이 적용 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배우들의 얼굴에 분장이 얹어지면서 그 배우가 이전과 다르게 재평가 되기를, 작품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초초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주오남의 분장 콘셉트에 대해 송종희 감독은 "(모친) 김경자의 죄책감,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전자와 연결시키고 그 흔적을 남기는 것을 콘셉트로 가져왔다. 누구에게나 고유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유전자는 각각의 고유한 삶으로 발현되는 씨앗인데, 나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부족한 현실이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족쇄가 된다"며 "이러한 것들은 자존감을 낮추고, 관계 안에서 피해의식을 낳는다. 이러한 배경들을 토대로 정수리 탈모, 비만, 수시로 긁어 흔적을 남기는 아토피 등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분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오남이라는 인물이 혐오적으로 보이지 않기를, 누군가는 공감 가능한 측은지심으로 여겨져 감정 이입되는 인물로 보이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송종희 감독은 "처음 콘셉트 회의를 준비할 때 분장 설정으로 부모로 받은 유전자, 부주의의 사건에서 남겨진 상처의 흔적들을 제안했었다"며 "예를 들면 뜨거운 물에 데인 것이나, 검거나 붉은 혹은 푸른 몽고반점 등을 지우려 많은 시간과 정성을 성형외과에서 보내게 된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세밀한 것들을 발췌하는 자질이 된다. 남들과는 다른 감각을 지니게 된 주오남은 모미를 몸과 손등에 점으로 알아보는데, 이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주오남의 세계관 안에서 모미의 존재는 거부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연예계에서 파격 분장에 힘입어 커리어에 새 장은 연 연기자는 브렌든 프레이저다.

영화 '조지 오브 정글', '미이라'를 통해 미남배우로 유명했던 프레이저는 '블랙 스완'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작품이자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 '더 웨일'에서 놀라운 변신을 꾀하며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2여개의 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더 웨일'이 특별한 것은 프레이저가 긴 암흑기을 끝낼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었던 것. 그는 영화 촬영 중 생긴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거치며 원치 않는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게다가 영화계 주요 인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성대 결절과 우울증 등이 더해지면서 활동을 중단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화 속 그는 272kg의 초고도비만으로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집에 은둔 중인 온라인 대학 강사 찰리 역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이 같은 캐릭터를 위해 분장 작업 과정 또한 신중하게 진행됐는데 영화계 최초로 모든 보철물을 디지털로 작업하며 여러 혁신 기술을 적용했다고. 분장을 담당한 애드리언 모로 감독은 "브랜든의 얼굴에 근육의 완전한 움직임이 가능한 보철물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모든 보철물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화계에서 이전에는 시도된 적이 없는 방식이었다.

기존의 영화들이 보철물을 점토와 실리콘 조각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애드리언 모로 감독은 3D 프린팅을 통해 모든 보철물을 작업, 많은 수정을 거치며 모공과 주름의 크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

프레이저는 40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매일 최대 4시간이 소요되는 힘든 분장 작업을 거쳐야했다. 그는 잠시 휴식할 때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가 입은 슈트에는 냉각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너무 높아져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프레이저는 "있는지 조차 몰랐던 새로운 근육을 완전히 개발해야만 했다"라며 "배우로서 가장 힘든 육체적 여정이었다. 젊었을 때 사막에서 뛰어다니며 촬영했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분장은 거들 뿐, 캐릭터를 빛나게 한 것은 결국 그의 연기였다.

이 같은 결과로 그는 '더 웨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프리미어에서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했다. 이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 각종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프레이저의 부활을 고대하던 관객과 팬들은 ‘브레네상스(브렌든+르네상스의 합성어)’라는 태그와 함께 그의 복귀를 축하했으며, GQ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nyc@osen.co.kr

[사진] 넷플릭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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