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후속 조치 '7개 협상안' 뜯어보니…최종 점수는
모니터링 韓 인사 참여 등 7개 실무협의 진행…정부 측은 호평
기술적 권고안 4개 등 진행형…성과 도출 평가 이르다는 지적도
일본이 지난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착수한 가운데 한일 실무협의에 테이블에 오른 7개 협상안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 3개과 기술적 권고안 4개를 포함한 총 7개 중 5개를 모두 일본 측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선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모니터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2일 각료회의에서 일본 측이 오염수 방류 시점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오염수 관련 한일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7개의 협상안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7개 협상안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제안한 3개와 우리 측이 지난달 7일 일본에 제안한 기술적 권고안 4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오염수 방류 점검 모니터링에 한국 측 전문가 참여와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 시 즉각 방류 중단 및 한국 측에 공유 등 3가지 사안을 요청했다.
기술적 권고안 4개는 지난달 7일 우리 정부의 독자 검토 보고서 발표 당시 나왔다. 우리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크로스플로우 필터의 점검주기 단축 △ALPS에 대한 연 1회 입·출구 농도 측정시 추가 핵종 측정 △방사선영향평가 관련 선원항의 변경이 있을 경우 재수행 △주민 피폭선량 평가 중 실제 배출량을 토대로 평가 및 공개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한일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진행된 한일 실무협의는 한 달 가까이 이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지난 22일 일본이 오염수 방류 시점을 밝히기 직전까지도 최종적으로 '협상안 문구 정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협상 결과는 일본의 발표 직후 5시간 만에 발표됐다.
정부는 총 7개 협상안 중에서 5개가 수용됐다고 호평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 전체 7개 중 몇 개를 일본이 수용한 것 같냐는 질문에 "7개 중에 '5개는 완전 수용, 1개는 절반 수용, 나머지 1개는 협의 중'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 답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 측이 완전 수용했다고 보는 5개는 윤 대통령의 제안 3개와 기술적 권고안 중 '선원항의 변경시 재수행'과 '주민 피폭선량 평가 중 실제 배출량 토대로 평가‧공개' 등 2개였다. 절반 정도 수용했다고 본 것은 '알프스 필터 점검 주기 단축' 부분이었고, '알프스 추가 핵종 측정' 부분은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방류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완료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기술적 권고안 4개 중 '선원항 변경 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실행'과 '실제 핵종 배출량 기반의 주민 피폭선량 평가'는 우리 측 의견에 입각해 IAEA 검토 하에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우리 정부는 설명했다. 방류가 시작된 이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엄밀히 보면 완료된 게 아닌 셈이다.
'알프스 점검 주기 단축' 부분은 현재 3년인 주기를 우리 측이 2년 또는 1년 등으로 줄여서 더 안전한 상태를 요구한 것이지만, 일본 측이 설비 개선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일본의 주장대로 알프스 성능이 개선될 경우, 오히려 점검 주기는 단축보다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선 진전된 협상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윤 대통령의 제안 3개 중에서 모니터링 과정에 한국 측 인사 참여 여부는 냉정하게 보면 관철하지 못했다. 지난달 초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방한 당시 개별 면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유국희 원안위원장 등은 그로시 총장에게 모니터링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 참여를 요청했는데, 이는 현지에 개설된 IAEA 사무소에 우리 측 인사 참여 요청으로 해석됐다. 대다수 언론이 '현지 사무소 참여 요청'으로 보도했고 정부 측도 이에 대한 별도 정정 요구 등이 없었다.
이에 대해 박 차장은 ""(모니터링 과정에)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최종적으로 꼭 현장 사무소에 사람이 가는 것만이 방법이고 나머지는 아니다'라고 하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현지 개설 사무소 참여가 불발됐고 2주에 1회 등 정기적으로 현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은 절반의 성과에 불과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제안 중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기준 초과시 방류 중단 등은 나머지 2개는 이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도쿄전력 등 내부 지침으로 확립된 사안이기 때문에 새로운 요청이라고 보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박 차장은 "대통령이 말한 나머지 2 꼭지 부분도 이게 (이미 규정에 합의) 돼 있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쪽에서 어떤 필요성 등을 강조했고 일본 측이 어떤 식으로 그것을 실행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 후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를 하고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 그것이 중요한 진전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하면 정부는 협상안 7개 중 '완전수용 5개‧절반 수용 1개‧미정 1개'로 평가했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미 존재하는 일본 내부 지침 2개를 제외한 '절반 수용 1개‧미정 4개' 또는 '완전수용 2개‧절반 수용 1개‧미정 2개' 등 평가로 수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내용도 내용이지만, 매번 우리 정부가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국내 여론이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알프스 필터 주기 등 규제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우리가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 쪽에 전달해봐야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규제 관할 부서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직접 논의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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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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