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씨 두리안’ 한다감 “대리모 대본 보고 ‘오마이갓’ 했죠”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3. 8. 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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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감은 ‘아씨 두리안’에서 단씨 집안 둘째 며느리 이은성을 연기했다. 사진 ㅣ비비 엔터테인먼트
“1~2회 보고 소재가 어마어마해서 16회로 마무리되는 게 아쉽기도 했어요. 초반에 논란이 있었지만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실제로 시청률도 점점 올라가서 후반에 치고 올라갔잖아요. 20부작이었으면 더 오르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했어요.”

배우 한다감(43)은 TV조선 주말극 ‘아씨 두리안’을 위해 많은 시간 준비를 했다. 임성한(필명 피비) 작가의 전작인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정주행 하면서 “토시 하나 틀리면 안되기로 유명한” 작가 특유의 화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각오는 했건만, 첫 대본을 받았을 때 그는 “막막했다”고 돌아봤다. 연기 변신 이전에 무엇보다 “머리 때문에 특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김건희 여사 단발 시절 사진을 보내주셨더라고요. 딱 지정해주셔서 그걸 모티브로 스타일링을 했는데 요즘 잘 안 하는 헤어스타일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 단발을 해서 어울린 적이 없어서 걱정을 좀 했죠. 처음엔 어색하다가 시간이 지나니 안정화가 되더라고요. 나중엔 달라보인다는 반응까지 있었어요. 부푼 머리 만드는데 1시간 이상 걸리고 유지하는 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한다감은 “‘이은성’의 부푼 단발 헤어 스타일은 임성한 작가의 주문이었다”고 했다. 사진 ㅣ비비 엔터테인먼트
한다감은 극중 단씨 집안 둘째 며느리 ‘이은성’을 연기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지녔지만 뼛속까지 교양 있고, 의례적인 미소가 배어있는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남편으로 나온 김민준(단치감 역)과 부부 호흡을 맞추며 박주미(두리안 역)과 묘한 삼각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다감은 “‘정상적인 캐릭터는 은성이 뿐이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래도 극 말미 박주미(두리안)에게 대리모를 제안했을 땐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제가 엄청 긍정적인 성격이고 뭘 하면 흡수가 빠른 편인데 그 대본을 받고 ‘오마이갓’ 했죠. 진짜 어렵더라고요. ‘감독님 이게 말이 돼요?’ 하면서 이해가 안됐죠. 저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들을 가스라이팅을 해가면서 하잖아요. 그 신들은 좀 어려웠어요. 충분하게 감정을 주면서 연기할 수 있던 신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으로 몰아치면서 설득하니까요. 호흡이 늘어지면 안되는 신이었어요.”

‘아씨 두리안’은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재벌 회장이 30살 연하 감독과 이틀 만에 결혼을 결정하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때론 황당해서 웃음이 나올 만한 대사에도 흔들림 없이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고, 임성한 작가의 대사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몰입했다. 신우철 감독님이 “이렇게 배우들의 합이 좋고 스태프들이 열심인 촬영장은 처음”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그는 남편인 김민준과 붙는 신이 많았다. “민준 오빠와는 너무 잘 맞아 (첫 촬영부터) 진짜 남자들처럼 하이파이브를 딱 했다”며 “보기와 달리 아재개그 끝판왕이다”고 말했다. “촬영 마지막엔 ‘치감이가 은성이한테 사과할게’라는 문자를 보내줘서 감동했다”고도 전했다.

배우생활 24년차. 그는 “이제 거울을 잘 안 본다. 연기력으로 승부를 볼 때”라고 했다. 사진 ㅣ비비 엔터테인먼트
최종회에서 남편 김민준은 박주미와 함께 조선시대로 홀연히 사라졌다. 남편을 향한 집착이 강했던 이은성에겐 누구보다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저도 과거로 돌아갈진 몰랐어요.(웃음) 현생에서 마무리 될 줄 알았죠. 저는 은성이가 예민해보이고 따지는 여자 같지만 착한 여자라 생각해요.그런 면에서 남편이 전생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이해해줄 것 같아요. 물론 화는 나고 열은 받겠지만요.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 같아요. 그 이후에 그냥 개엄마로 살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한다감 입장에선 말이 안된다 생각해요. 왜 굳이 비행기 모드? 감정이입하면서 ‘말이 돼?’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웃음)”

어느덧 배우생활 24년차. “스스로 복 받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아직도 저를 불러주는 데가 있으니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동안 캔디 같은 역도 하고 여러 역을 했는데 도회적인 역을 할 때 파급력이 가장 세더라고요. 과거엔 왜 (이미지를) 편파적으로만 보는 게 싫을 때도 있었는데 저만의 영역을 확실히 하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든 드라마든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죠.”

3년 전 ‘한은정’에서 ‘한다감’으로 개명한 후 제2의 연기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이제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볼 때”라고도 했다.

“이젠 거울도 잘 안 봐요. 보여지는 것보다 연기가 중요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다음엔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젠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도 다른 매력과 다른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직 에너지가 충만합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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