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비상구 사고, 반복 훈련으로 막았다…아시아나 승무원 교육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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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푸쉬쉬식'하는 연기 소리와 함께 빨간불이 들어오자 출입구 앞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은 승무원이 즉각 코맨드(명령)를 외쳤다.
안전책임자인 승무원은 항공기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사고 시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비상 탈출훈련을 매년 반복한다.
안전교관의 '점프' 구령을 복창하며 모래색 훈련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두 명씩 차례로 내려왔다.
골든타임 90초를 위해 승무원은 입사 직후 192시간의 안전훈련을 거치고 매년 15시간30분씩 정기훈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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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사고, 승무원 빠른 대처로 추가 피해 막아…"훈련한대로"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머리를 숙이시오, 헤드다운(Head down)! 발목을 잡으시오, 그랩 유어 앵클(Grab your ankle)!"
항공기에서 '푸쉬쉬식'하는 연기 소리와 함께 빨간불이 들어오자 출입구 앞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은 승무원이 즉각 코맨드(명령)를 외쳤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비상탈출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린다.
지난 16일 캐빈 승무원 정기훈련이 한창이던 아시아나항공 강서구 본사 교육훈련동에서 훈련에 참여했다.
안전책임자인 승무원은 항공기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사고 시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비상 탈출훈련을 매년 반복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체화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은 비상 상황을 가정하고 다시 예측 가능한 탈출, 예측 불가능한 탈출로 세분화한다. 예측 가능한 상황은 기장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미리 비상 착륙을 대비하는 과정이라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충돌 등을 말한다.
코맨드 다음 순서는 출입구를 올바르게 여닫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비행기는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 이륙을 앞두고 승객 탑승이 완료되면 승무원이 육중한 출입문을 닫는 장면은 볼 수 있지만 착륙 후 여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비상 착륙에 성공했더라도 무조건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착륙한 지점이 지상이 아닌 바다일 수도 있다. 실제라면 출입문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밖을 확인하지만 훈련동에서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화면을 띄울 수 있게 설계됐다.
시범을 보인 안전교관은 카라비너(고리)를 의자 벨트에 연결해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도록 고정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띠인 배너를 연결해 문을 막았다.
A350을 재연한 출입문에서 안전교관의 설명을 듣고 조작해보니 난도가 높진 않지만 기종마다 방식이 달랐다. 최근 출입구에서 승객이 문을 열겠다며 난동을 피운 모방범죄도 있었지만 항공종사자가 아니라면 강제로 문을 연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마지막은 비상 탈출이다. 건물 2층 높이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B767 모형에는 10m 길이의 슬라이드가 연결돼 있다. 안전교관의 '점프' 구령을 복창하며 모래색 훈련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두 명씩 차례로 내려왔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팔은 앞으로나란히 자세로, 발끝은 직각으로 들어야 한다. 겁을 먹고 손을 슬라이드에 내리면 찰과상을 입을 수 있다. 속도가 붙어 몸이 튕겨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고 시각은 도착지점을 향한다.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남짓이다. 직접 해보니 체감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승객이라면 탈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도착 지점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다.
실제라면 이 모든 과정을 90초로 압축해야 한다. 사고가 난 항공기 안에 연기가 가득 차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가령 B767은 290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대형기인데 기장과 승무원까지 합치면 300명이 넘는 사람이 1분30초 안에 탈출해야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골든타임 90초를 위해 승무원은 입사 직후 192시간의 안전훈련을 거치고 매년 15시간30분씩 정기훈련을 받는다. 아홉 과목에서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두번의 재심사에서도 합격하지 못하면 승무원은 더는 비행할 수 없다.
지난 5월26일 전례 없는 출입구 강제개방 사고 속에서도 승무원들의 의연한 대처가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승객 증언이 이어졌다. 당시 한 승무원이 배너를 걸고 몸으로 문을 막은 모습이 화제가 됐다. 훈련대로 움직였다는 말, 빈말이 아니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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