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7810개 약값, 9월부터 내린다…‘R&D‧투자 위축’ 업계 뒤숭숭

황진중 기자 2023. 8.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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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 상한금액 재평가·사용량-약가연동제도 여파
사후 약가관리제도 복잡…“제네릭 약가인하 기조 지속”
ⓒ News1 DB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의약품 7810개 품목의 가격이 다음달 인하될 예정이다. 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주성분으로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들이다. 예상보다 많이 사용됐다고 약가가 깎이는 의약품도 100여개 품목 이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기반은 여전히 제네릭이 대세다. 제네릭은 제약사의 재정 기반으로 신약 연구개발(R&D)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기 위한 현금창출원 중 하나다. 업계는 약가인하 영향으로 제약사들의 R&D와 투자 등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5일 ‘기등재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에 따라 1차로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7676개 품목이다. 같은 날 ‘사용량-약가연동 협상(PVA)’ 제도에 따라 136개 품목의 가격이 인하될 예정이다.

7676개 품목에 적용되는 기등재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는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기 전에 등재된 약제에 대해 약가 차등 적용 기준을 확대하는 제도다. 대상 제품은 2020년 8월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에 등재된 제품이다. 기준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약가가 인하된다. 기준은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실시와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DMF) 등 2개다.

허가 선착순으로 제네릭 20개까지 기준 2개를 모두 충족하면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1000원이라면 생동성실시‧DMF 기준 2개를 충족한 제네릭 20개 이내 제품의 약가는 535.5원이 된다.

2개 기준 중 1개만 만족한 20개 이내 제네릭 약가는 535.5원의 85%인 455.2원이다. 만족 요건이 없는 20개 이내 제네릭 가격은 455.2원의 85% 수준인 386.9원이 된다. 21번째로 허가를 받은 제네릭은 최저가의 85%인 328.9원으로 약가가 정해진다.

136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는 PVA는 급여 등재된 약제의 청구금액이 일정비율 이상 증가할 시 협상을 통해 최대 10% 범위 내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다. 유형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지만 예상청구금보다 실제청구금이 급증한 약품이 협상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보건복지부 등 당국이 약가인하를 지속 추진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지출 비용 중 약품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총 진료비는 88조원 규모다. 이 중에서 약품비는 21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비중은 24%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약품비가 지난 5년간 해마다 1조원씩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만성질환 약품비가 6조원 규모이며 지속해서 증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절감도 약가인하 추진 명분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은 134개 품목 약가를 인하해 연간 281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18년부터 5년간의 평균 절감액인 267억원 대비 14억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국민건강보험은 약가인하로 2200만명의 환자가 약품비 완화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약가인하를 이끌어낸 2가지 제도 외에도 실거래가 상환제도(ATP)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 등 약가를 깎을 수 있는 복잡한 사후 약가관리제도가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사후 약가관리제도가 제약사의 R&D‧투자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어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관계당국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국민건강보험 총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약품비 비중은 30% 수준이었는데 2021년 24%로 줄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약품비 하락에도 의약분업 이후 PVA, 실거래가제도, 약제 급여적정성재평가제도 등 약가인하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약가인하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매출원인 제네릭 분야 수익을 R&D 투자로 이어갈 수 없어 글로벌 빅파마와 R&D 규모에 대한 절대적 열세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제네릭 등 주된 현금창출원에서 발생한 이윤을 고스란히 R&D에 재투자하고 있다”면서 “제네릭을 재정 기반으로 개량신약과 신약으로 사업을 고도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제네릭에 대한 약가인하 기조가 강화되면 기업체의 R&D 등이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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