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부터 '좀비버스'까지…韓 좀비 예능, 어떻게 발전했나 [N초점]

안태현 기자 2023.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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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예능 '좀비버스'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 딘딘(왼쪽부터)과 조나단, 꽈추형, 유희관, 박나래, 파트리샤, 츠키, 노홍철이 좀비를 보고 놀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008년, MBC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역사상 처음으로 좀비를 예능에 도입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좀비라는 극 요소를 입힌 결과는 처참했다. '무한도전' 역대 최악의 흑역사로 꼽힐 만큼, 철저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3년, 좀비를 예능으로 본격적으로 다시 도입한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바로 지난 8일, 총 8부작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좀비버스'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 버린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 남아야 하는 좀비 유니버스 예능으로, 이시영, 노홍철, 덱스, 박나래, 딘딘, 츠키, 유희관, 조나단, 파트리샤, 홍성우(꽈추형)가 출연했다. 예능 녹화를 위해 모인 출연자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좀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 간의 생존 이야기가 담겼다.

시작은 '무한도전'의 좀비특집과 비슷했다. 서바이벌 특집인 줄 알고 촬영 대기 중이었던 멤버들 앞에 갑자기 좀비들이 등장하고 혼비백산한 멤버들은 몰려드는 좀비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다.

달라진 지점이라면, '무한도전' 좀비특집은 녹화 28분 만에 실패로 돌아갔지만 '좀비버스'는 무려 3일 동안 멤버들이 제작진이 짜놓은 촘촘한 시나리오 안에서 고군분투하면서 꽤 탄탄한 예능 서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좀비 예능의 새로운 진화였다.

넷플릭스 '좀비버스'

물론 '무한도전' 좀비특집 후에도 예능에 좀비 설정을 부여한 경우는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tvN '대탈출'이다. '대탈출'은 2018년 방송된 시즌1부터 2021년 방송된 시즌4까지 좀비 세계관을 부여한 에피소드 속에서 출연자들이 좀비를 피해 거대한 세트장을 탈출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탈출 과정에서 특정 멤버들이 좀비에게 물려 실제 다른 멤버들을 위협하는 좀비로 변하는 등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예능에서 보여주면서 많은 마니아층을 포섭했다.

하지만 '대탈출'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탈출'을 주제로 좀비 설정을 부여했다면 '좀비버스'는 긴 시간 동안 출연자들이 예능 세계관에 몰입하고 만들고, 좀비라는 설정에 맞게 '생존'하는 목적성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져왔다. 게다가 제작진이 짜놓은 세계관 시나리오 안에서 멤버들이 100% 대본 없이 움직이는 상황을 긴 시간동안 연출해냈다는 점에서도 실험적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좀비버스'를 연출한 박진경 PD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칭하는 것도 당연히 기본 구성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 '무한도전' 대본 유출 됐다는 글을 보면 대본과 결과물은 다르지 않나"라며 "우리가 주는 건 '너희는 여기서 사고가 났고 여기서 깨어나면 좀비가 있을거야' 정도의 상황이다, 그 이후 대본이나 연기는 하나도 주문한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좀비버스'

100% 리얼 상황을 부여하다보니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변수들을 막는 것도 필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무한도전' 좀비특집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나리오 붕괴로 인해 구성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해 공동 연출을 맡은 문상돈 PD는 "시뮬레이션을 하면 리허설을 통해서 좀비가 어떻게 움직일지 설정한다"라며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어서 매순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 설정과 좀비 설정을 절묘하게 섞어낸 '좀비버스'였지만 혹평도 존재했다. 예능적 재미와 생존 상황의 긴박함을 함께 가져가는 부분에서 '좀비버스'의 정체성이 다소 약화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 또한 100% 대본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제작진이 의도한대로 출연자들을 몰아넣는 퀘스트 구성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평도 등장했다. 리얼 예능과 좀비 설정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좀비버스'는 이러한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글로벌 성적을 거뒀다. 바로 넷플릭스가 발표하는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톱 10 TV프로그램(쇼)' 차트에서 공개 첫 주인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190만뷰를 기록하며 5위에 오른 것이다.

초반부터 대본 없이 설정을 부여하고 좀비들이 떼지어 나오는 엄청난 스케일을 선보이면서 K좀비의 또다른 매력을 선보였던 '좀비버스'. 하지만 시트콤과 좀비예능 사이에서 오가는 작위성 있어보이는 구성은 '좀비버스'의 한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적인 예능 도전은 다시 한번 'K예능'에 신선한 연출을 시도한 '좀비버스'의 가장 주목해야할 성취라는 평도 다수다.

녹화 28분 만에 실패를 맞아야 했던 '무한도전' 좀비 특집 후 15년이 흐른 후, 글로벌 OTT 시장의 중심에 등장한 '좀비버스'는 여전히 좀비와 한국 예능의 만남에 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좀비버스'는 마지막 회에서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과연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상황 속 '좀비버스'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새로운 장르를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는 박진경 PD의 말처럼 '좀비버스'가 이 새로운 장르를 정착화시킬 수 있을지에도 기대가 모인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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