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크래프톤은 '피를 마시는 새'가 되길 바라나

김미희 2023.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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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E3',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독일의 '게임스컴'이 쾰른에서 개최중이다.

넥슨에서 핵심정보를 유출하여 '다크앤다커'를 개발 중이라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바로 그 게임사 말이다.

특히 크래프톤의 발표 전날 중국게임사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확인했기에 크래프톤의 행보가 더욱 아쉬웠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눈물을 마시는 새' 라는 대형 기대작 게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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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북미의 'E3',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독일의 '게임스컴'이 쾰른에서 개최중이다. 명성에 걸맞게 많은 화젯거리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검은신화 오공'이 관심을 끌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오공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게임의 재미가 대단하다는 평이다. 그간 사전 공개된 오공 플레이 영상이 '가짜'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번 게임스컴에서 증명됐다. 두 번째는 중국게임사의 기술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게임업계는 소녀전선, 붕괴시리즈, 벽람항로, 원신 등 중국 모바일게임을 통해 잘 짜인 비즈니스모델, 캐릭터성, 흡입력 있는 게임성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 오공이 콘솔 및 PC 플랫폼 게임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까지 어느 정도 보여줬다.

씁쓸함인지 부러움인지 모를 감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다음날엔 전날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이어졌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 게임사로부터 '다크앤다커'게임 I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아이언메이스다. 넥슨에서 핵심정보를 유출하여 '다크앤다커'를 개발 중이라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바로 그 게임사 말이다.

크래프톤측은 이번 계약 체결에 대해 '훌륭한 IP를 보호하기 위해서' 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소송에 휘말려 다크앤다커가 제대로 출시되지 않고 표류하다 사라질 수 있으니, 선의로 이를 막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해 갈만한 베팅일거란 의견들도 있다.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비난을 감수하고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 계약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대중의 반응이 비판 일색이라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비난이 들끓고 있다. 도덕적 논란이 큰 게임 IP를 사오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또한 우리 게임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정보유출 소송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아랑곳 않고 IP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의견도 많았다. "자괴감이 든다.", "부끄러워서 출근하기 싫었다."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반응들도 보였다. 필자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특히 크래프톤의 발표 전날 중국게임사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확인했기에 크래프톤의 행보가 더욱 아쉬웠다.

과거와는 게임 환경이 달라졌다. 게임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서는 세상이다. 2021년 게이머들의 연쇄 트럭시위 사태, 2022년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의혹 규명을 위해 국회 앞에 몰린 5489인의 서명이 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겜심(game心)'과 정반대로 가는 것은 회사의 이미지와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판단이다.

물론 게이머, 게임업계인들의 생각과 게임사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게임인들의 의견을 좇는다고 매출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게이머, 업계인 모두가 이토록 성토하는데, 이정도면 크래프톤도 스스로의 판단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눈물을 마시는 새' 라는 대형 기대작 게임이 있다. 동명의 유명 소설이 원작인데, 이 책에는 각각 눈물, 피, 물, 독을 마시는 새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 피를 마시는 새는 가장 오래 살지만 아무도 그 새 곁에 가지 않는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마시는 새. 부디 크래프톤이 '피를 마시는 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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