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줄타기 탄 파월…시장은 '노 서프라이즈'[월스트리트in]
"인상 준비됐다"→"신중히 결정" 발언 따라 움직여
인플레 2% 목표치 고수…중립금리엔 모호한 태도
장기물국채금리도 상승→약보합으로 흐름 전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경고도 없고 놀랄 일도 없었다.”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페놀리의 반응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개최한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서 나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설을 들은 후 그는 “내달 20일까지 데이터가 과열되면 금리를 인상할 위험이 있겠지만, 우린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파월 의장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잭슨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기업과 가계에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한 ‘매파 본색’을 드러냈던 것에 비하면 이날 발언은 아주 양호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 반응이다.
실제 뉴욕증시도 모처럼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73% 오른 3만4346.90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67% 상승한 4405.73에,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0.94% 오른 1만3590.65에 마감했다.
물론 상승흐름은 일관되지 않았다. 장 출발까지만 해도 강보합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파월의 연설에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올해 제 발언은 작년보다 좀더 길어지겠지만, 메시지는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낮추는 게 연준의 일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비록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우리는 적절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정책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늘 해오던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최근 나온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여전히 뜨거운 고용지표가 지속되면서 연준이 다시 ‘매파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작년 잭슨홀 미칭에서 나온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발언이 상기되면서 연준이 다시 ‘인플레 싸움’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커졌다.
파월이 추가 발언도 “6월과 7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가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두달간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오랜 기간 긴축에 지쳐있는데 파월의 발언은 ‘시작일 뿐’이었다.
최근 경제학자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연준의 목표치 2% 상향에 대해선 기존처럼 선을 그었다. 목표치를 올리면 연준이 추가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줄고 보다 빠르게 피벗(통화완화 정책으로 전환)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파월은 단호했다. 그는 “2%는 우리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이고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의지다.
시장의 실망은 점점 커져갔지만, 연설 중간부터 점점 매파 색채는 옅어졌다.
중장기 시계의 실질 중립금리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 혹은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는 물가 상승까지 감안한 금리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0%를 감안한 장기 실질 중립금리를 0.5%(명목 중립금리 2.5%)로 추정하는데, 경제 성장 잠재력이 커지면서 연준이 이를 높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피봇이 더욱 늦어지게 되는 셈이다.
파월은 “우리의 현재 정책기조가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서 하방 압력을 가하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립금리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어 정확한 통화정책의 제한적인 수준에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결론에서 그는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지난해처럼 “경제에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없었던 셈이다.
“우리는 흐린 하늘 아래 별들을 따라 항해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9월) 회의에서 우리는 전체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 리스크를 바탕으로 (긴축) 진행 상황을 평가할 것입니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긴축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 것인지 결정을 ‘신중하게 진행(proceed carefully)’할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다음달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들은 다음, 연내 추가 인상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0.5%로 전날과 비슷했다. 다만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보다 올라섰다. 동결가능성은 50.6%에서 42.4%로 떨어졌고, 베이비스텝 (0.25%포인트 인상)가능성은 42.2%에서 48.3%로 올라갔다. 빅스텝(0.5%포인트인상) 가능성도 7.1%에서 9.2%로 상향됐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로널드 템플 수석전략가는 “파월은 목표치 2%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 나설 상황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고, 다만 임박하게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파월이 매파적이었다면서도 “일부가 걱정했던 것만큼 매파적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는 약간 더 중간쪽이었다. 미래 인상에 대해 큰 변화가 없는 점은 환영할만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장기물 국채금리도 파월 발언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다 약보합에 마감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0.4bp 내린 4.231%, 30년물 국채금리는 2.3bp 내린 4.279%에 마감했다. 파월 발언 직후에는 금리가 튀었지만 이내 내림세로 전환했다. 연준히 추가 긴축에 나서기보다는 동결을 유지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데 무게 중심이 옮겨진 탓이다. 반면 2년물 국채금리는 5.9bp 오른 5.078%로 올랐다.
국제유가 오르고, 달러 강세
국제유가는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8센트(0.99%) 오른 배럴당 7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의 발언이 상당히 매파적이었다면 수요감소 우려로 떨어져야했지만, 기존과 비슷하고 그리 쎄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20bp 오른 104.19를 기록했다. .
해외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유럽지수는 대체로 강보합을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7% 상승,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0.21% 올랐다. 영국 FTSE100지수도 0.07% 상승마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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