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얼마나 안좋길래…'솔로' 중국인들 "TV 살 돈도 없어요"[중대한說]

오진영 기자 2023. 8. 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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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중국 내 단션(1인 가구)의 모습. / 사진 = 독자 제공

"LCD 디엔시(TV)는 1000위안대 저가 모델도 있는데, OLED 디엔시는 7000위안이 넘습니다. 찾는 고객이 훨씬 적죠."

25일 베이징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 관계자는 최근 TV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가격이 비싼 OLED TV나 프로젝터 대신 저렴한 LCD TV를 찾는다고 했다. 특히 75형 이상의 대형 제품은 거의 구매하는 사람이 없어 가게 전광판 역할을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올해 LCD·소형 TV 외에는 판매가 적다"라며 "2~3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TV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TV는 물론 최근 중국 산업이 힘을 주고 있는 프로젝터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매력 저하에 1인 가구 증가, 고질병인 OLED 패널 수율 저하까지 겹치면서 중국 홀로 글로벌 TV 산업을 역행하는 모양새다. 하이신(하이센스)이나 샤오미, 촹웨이(스카이워스) 등 주요 제조사도 LCD TV 비중을 지속 확대한다.
'침체되는 경제·1인 가구·낮은 기술력'…중국서 비싼 TV 안 팔리는 3가지 이유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중국에서 TV 시장은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고가·대형 TV가 많이 팔리면 경제가 활기를 띠고,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저렴한 TV가 많이 팔리면 경제가 침체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쥐(한국 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등 고화질 컨텐츠의 대중 선호도가 높아 TV를 생필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신랑이 결혼할 때 신부에게 줘야 하는 차이리(지참금)에도 TV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 내 고가·대형 TV의 판매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루어슈커지는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스마트 프로젝터(레이저 TV 제외)의 판매액은 53억위안(한화 약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했다고 밝혔다. TV의 전체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5.1% 감소한 3812만대로 전망된다.

특히 OLED TV는 올해도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OLED TV의 판매량이 약 700만대로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이다. 하이신이나 샤오미, TCL 등 기업도 OLED 신제품 출시를 미루는 분위기다. 가전업체 빠이셩찌아디엔의 양판 창립자는 "2021년부터 중국 거대 TV 제조사들은 OLED TV 시장에서 '침묵과 관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부가 TV가 중국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로 내수 침체로 인한 구매력 저하가 첫손에 꼽힌다. 비싼 TV를 살 돈이 없어 OLED·초대형 TV가 안 팔린다는 의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3으로 지난 2월(52.6)부터 꾸준히 우하향했다. 기업 구매 관리자의 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PMI가 50 이하면 경기 침체로 보는데, 중국은 4월 이후 줄곧 50 아래다.

'단션'(1인 가구)이 늘고 있다는 점도 TV 산업의 부진을 부추긴다. 올해 기준 중국의 단션은 2억 3000만명에 달한다. 브라질보다 많고 일본 인구의 2배에 가깝다. 단션 중 대부분은 작은 크기의 집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으로 대형·고가의 TV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20~30대 단션이 선호하는 것은 32인치 이하 중소형 LCD TV"라며 "노트북이나 태블릿만 갖고 있는 가구도 많다"고 말했다.

낮은 OLED 기술력도 주 요인이다. 전세계 LCD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 징동팡(BOE)이나 화씽꽝디엔(CSOT)의 LCD 패널 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OLED 기술은 뒤떨어져 있다. 업계는 중국 OLED의 수율을 60~70%대로 추정하는데, 90%가 넘는 국내 기술과 비해 한참 모자라다. 징동팡이 올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55인치~75인치 OLED 패널의 출시도 아직 안갯속이다.
"OLED 포기하고 미니 LED"…中 TV의 돌파구, 결말 어떨까
TCL에서 출시한 미니 LED TV. / 사진 = TCL 제공

현지 TV업계가 돌파구로 꼽는 것은 미니 LED다. LCD 백라이트(광원)에 들어가는 LED 크기를 줄여 명암비를 개선했으면서도 OLED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TCL에서 출시한 미니 LED 제품 중에는 55인치 제품이 3000위안대(약 54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것도 있다. 동급 OLED TV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중국 내 전체 미니 LED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1.7% 증가한 80만대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니 LED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중국 TV업계가 기술 개발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니 LED는 가성비나 내구성 측면에서는 OLED보다 우위지만, 명암비나 검정색 표시 능력, 움직임 표현 부문에서 OLED보다 뒤처진다. 빛이 새거나 플리커(밝기가 일정하지 않은 현상) 등 여러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어 LCD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는 원래의 색을 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이 편안하고 비용도 저렴해지는 추세여서 차세대 TV에 적합하다"라며 "중국 업체가 택한 미니 LED는 사실상 LCD에서 백라이트만 개선한 패널로, 가격은 싸질 수 있겠지만 미래형 TV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주류 견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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