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순백의 거품으로 써내려간 독립선언’ 꼬도르뉴 바르셀로나 브뤼

유진우 기자 2023. 8.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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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파클링이라 불리는 거품이 나는 와인은 나라마다 들어가는 포도 품종도 다르고, 부르는 언어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샴페인(champaign)’이다. 샴페인은 이미 기념일에 멋지게 병을 따 마시는 고급 와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와 ‘프로세코(prosecco)’가, 독일에선 ‘젝트(zekt)’가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많은 와인을 만드는 국가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스페인에도 ‘까바(cava)’라는 대표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 까바는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지방 말로 와인저장고 ‘카브(cave)’를 뜻한다.

그러나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까바는 ‘가난한 자의 샴페인’이라 불린다. 가난한 자가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이라니, 그만큼 부담 없는 가격에 품질은 그에 못지 않은 와인이라는 의미다.

까바는 스페인에서 만들지만, 제조 공정은 샴페인과 거의 비슷하다. 병 모양이나 와인 겉표면만 어렴풋이 보고서는 어지간한 와인 애호가가 아닌 이상 샴페인인지, 까바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오로지 레이블에 적힌 생산지 명, 혹은 품종 명을 뚫어지게 봐야 한다.

샴페인은 화이트 품종 샤르도네와 레드 품종 피노누아, 피노 뮈니에를 사용한다. 반면 까바는 스페인 토착 화이트 품종 마카베오(macabeo), 자렐로(xarello), 파렐라다(parellada)로 빚는다. 파렐라다는 크림 같은 질감, 보디, 섬세한 향, 마카베오는 바삭하고 신선한 산미, 자렐로는 우아함을 와인에 더해준다.

그래픽=정서희

숙성 기간도 차이가 있다. 까바는 최소 9개월을 숙성해야 까바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1년 이상 숙성하는 샴페인보다 다소 숙성기간이 짧다.

물론 상위 등급에 따라 더 오래 숙성하기도 한다. 까바 리제르바(Cava Reserva)는 최소 15개월, 까바 그란 리제르바(Gran Reserva)는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까바는 보통 연간 약 2억5000만병을 만드는데, 이 가운데 9개월을 익힌 일반 까바가 88% 정도다. 까바 리제르바는 10.3%, 까바 그란 리제르바는 1.7%를 차지한다.

열에 아홉은 샴페인보다 풍미가 약하다고 봐도 된다. 다만 대체로 까바는 고소한 향이 특징인 샴페인보다 청량한 과일 향이나 신선한 맛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까바 가격은 보통 10달러(약 1만2000원) 안팎이다. 병당 25달러를 넘나드는 샴페인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까바가 나오는 카탈루냐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본거지이자, 스페인 경제에서 약 20%를 책임지는 부유한 지역이다. 매번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현 정권에서 독립을 시도하는 지방이기도 하다.

꼬도르뉴는 역사가 15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는 스페인 까바 약 95%를 생산하는 바로셀로나 인근 페네데스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17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최초로 카탈루냐 반란이 일어났으니, 이 와이너리는 이보다 100년도 더 전에 생겼을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470년이 넘는 와이너리 역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1659년 미켈 라벤토스(Miquel Raventós)와 와이너리 이름에 들어가는 꼬도르뉴 가문의 마지막 후손 안나 코도르뉴(Anna Codorníu)의 결혼이다. 그 전까지 소규모로 와인을 만들던 꼬도르뉴는 이 결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해 대형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한다.

그들의 후손 호세 라벤토스(Josep Raventós)는 1872년 스페인에서 최초로 샹파뉴와 같은 전통 방식으로 까바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470년 역사의 와이너리에서 제대로 된 첫 까바를 내놓기까지 무려 320년이 걸린 셈이다.

꼬도르뉴 바르셀로나 브뤼는 이 지역에서 쓰는 토착 포도 품종을 두루 섞어 만든 까바다. 와인병 겉면에는 꼬도르뉴 와이너리 창문을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새겨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름에도 카탈루냐 대표 도시 바르셀로나를 넣었다.

이 와인은 ‘2023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스파클링 와인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롯데칠성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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