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서이초 학부모들은 실제 '갑질' 했을까…처벌 가능성은?
관건은 '통화 내용'…"갑질 맞나?" 회의론·신중론도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20대 교사가 극단 선택으로 숨진 '서이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 혐의로 특정될 만한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연필 사건' 당사자인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협박죄' '강요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느냐입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한 학생이 자기 가방을 연필로 찌르려는 학생을 막다가 이마에 상처를 입은 일입니다. A교사와 학부모들은 연필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갑질했을 것이란 의혹이 증폭된 상태입니다.
A교사는 연필 사건 발생 엿새 뒤인 7월18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 측은 A교사가 생전 학부모의 민원으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경찰은 "최종 수사 결과가 아니다"는 전제로 "범죄 혐의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진상이라 할 만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갑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회의론이 나옵니다.
<뉴스1>은 현재까지 진행된 경찰과 교육 당국의 조사 내용은 물론 노조와 유가족의 주장,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주요 쟁점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전날 뉴스1이 보도한 기사(서이초 교사 사망 한달…계속되는 의혹 제기 본질은 '이것')를 읽고 오시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부모들이 지위를 이용해 고인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처벌받을까요? ▶현행법상 '갑질죄'라는 용어는 없습니다. 갑질은 일상에서 쓰이거나 사회적 문제 혹은 현상을 규정하는 조어입니다. 수사기관에서 범죄 유형을 특정할 때 쓰는 '혐의'가 아닙니다. 다만 갑질에 준하는 혐의는 있습니다. '협박'(형법 제283조) '모욕'(형법 311조) '강요'(형법 제324조)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6조)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등입니다.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고, 이후 검찰이 재판을 열어 달라며 그를 기소할 경우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재판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당사자들은 처벌받는 것입니다.
-경찰은 실제로 그런 혐의들을 적용해 서이초 학부모들을 수사하고 있나요? ▶경찰은 "수사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경찰은 학부모들을 '입건 전 조사'(내사)하는 단계입니다. '학부모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는 단계가 아닌 것입니다. 피의자로 입건해야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학부모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지요? ▶통상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없다고 판단될 때 '입건 전 조사'에서 '입건 후 수사'로 전환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 대부분은 '무혐의' 등으로 종결됩니다.
- 앞서 14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학부모 4명을 조사했는데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하지 않았나요? ▶ 그렇습니다. 경찰이 공식 자리에서 그렇게 밝힌 만큼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A교사 유족 측이 거세게 반발한 이유입니다. 최근 경찰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꼼꼼히 수사 중"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경찰은 어떨 때 피의자로 입건하는 건가요? ▶ 서이초 사건과 관계 없이 '통상적인' 사례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먼저 협박죄는 구체적으로 해악을 고지할 때 성립됩니다. 이를테면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다투다가 "죽여버린다"고 말했다면 협박 혐의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교실로 가져와 볼까요. 교사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학부모가 다짜고짜 "사과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말한 경우에도 협박 혐의로 수사받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범죄 혐의'가 확인되거나 특정될 만한 증거와 정황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고소·고발시 피고소인 또는 피고발인 대부분은 자동 입건됩니다. 최근 한 교원단체가 학부모들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경찰 조사와 무관하게 해당 학부모들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경찰 수사에는 문제가 없나요? ▶시민 입장에서는 '경찰 수사가 더디다'고 느낄 만합니다. A교사 사망 시점이 벌써 한 달 이상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경찰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합니다. 수사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객관적인 실체'를 전제해야 합니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찰 수사의 핵심은 '범죄 혐의로 특정될 만한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는가'입니다. 구체적으로 학부모가 '연필사건'과 관련해 고인과 통화하던 중 협박이나 강요에 해당하는 언행을 했는지가 집중 규명 대상인 거죠. 결국 고인과 학부모가 어떤 대화를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찰이 학부모의 진술과 구체적 정황 등을 조사한 결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을 때 '모욕적' 또는 '폭력적'인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필 사건 가해학생 학부모는 해당 건과 관련해 A교사와 두 차례 통화했습니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싶다"(첫 번째 통화)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했다"(두 번째 통화)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통화 녹음파일'을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학부모의 휴대전화에는 고인과의 통화 녹음 파일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고인의 휴대전화도 '아이폰'인 탓에 포렌식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이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최종 수사 결과가 아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배경으로 보입니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 관건은 통화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겠네요. ▶ 그렇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통화 내역을 확보하더라도 모욕죄 성립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공연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전화 통화는 사인 간 소통이라 공연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공무집행방해 성립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인의 수업 중에 학부모가 물리적으로 난입해 폭행이나 협박한 사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와 고인이 만난 건 13일 오후 '3자 대면' 때였는데, 20분 만에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인은 연필 사건 이전에 가해 학생의 학부모 직업이 경찰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갑질이나 협박이 아닌가요? ▶자신의 직업이 '경찰'임을 내세우면서 교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이득을 취하려 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사항이 아닌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 적용되죠.
가해 학생 어머니는 지난 5월 고인과 상담 중 자신의 직업을 유추할 만한 말을 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연필사건(7월 12~13일) 당시 문자나 하이톡 상으로 가해 학생의 어머니가 자신의 직업을 드러낸 정황을 찾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여부를 판단하려면 협박죄와 마찬가지로 통화의 '내용'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통화에서 자신의 직업을 드러내고, 고인의 행동을 강제하려 한 정황이 있어야 합니다.
- 학부모가 경찰이라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 그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경찰 수사를 향한 기존의 불신 여론까지 맞물리면서 '학부모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옵니다. 해당 학부모 계급은 '경위'입니다. 예전 같으면 간부로 인정됐지만 요즘엔 '실무자'로 높은 계급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학부모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의 수사에 영향을 주기 힘들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학부모가 지위를 이용해 수사 내부 내용까지 인지해 대응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합니다.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 아니므로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 경찰을 향한 불신 여론이 큰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요? ▶ A교사의 사망 이후 학부모의 갑질 등 교권 붕괴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과 현장은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습니다. A교사가 숨진 곳이 학교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다만 경찰 수사는 근본적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사실관계'를 따지는 영역입니다. 범죄 혐의가 있느냐, 없느냐를 치밀하게 판단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경찰 수사도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판단도 '사실'에 기반해야 합니다. 수사 결과는 분명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도 되짚어야 합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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