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 금쪽이를 보고 육아를 배운다고?…‘맘충 혐오’ 배울까 걱정이에요 [워킹맘의 생존육아]
오히려 어떤 문제가 있는 아이를 부를 때 농담삼아 ‘금쪽이에 출연 시켜봐야겠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고 특히 많은 엄마 아빠들이 즐겨 보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원래 TV를 잘 보지 않기도 한 데다, 육아 퇴근 후 다시 육아 출근을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씨름 후 겨우 자유 시간이 생겼는데, 남이 아이를 키우는 장면, 그것도 너무나도 힘들게 키우는 장면을 보면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열혈 시청자인 엄마와 시어머니가 ‘이번 편은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야’라고 권할 때도 있는데, ‘볼게요’ 하고 사실 안 볼 때가 대부분이었다. (죄송합니다) 물론 일부러 안 보는 게 아니고 육아를 하고 나면 의지가 꺾인다. 어떤 육아 관찰 예능도 오히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잘 보지 않게 됐다.
마케팅과 광고에서 시선을 잡는 3B법칙이 아기와 미인, 동물(baby,beauty,best)이다. 여기에서의 ‘아기’가 시선을 잡는 이유는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인데 솔루션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상황이 꽤나 자극적이고, 선생님이 제공해주는 솔루션은 상당히 지혜로우며, 이후 아이들의 변화가 굉장히 극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이 이러한 관찰예능을 보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당연히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선생님의 지혜로운 솔루션을 나의 육아에 적용해 보라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자 특히 육아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나는 솔루션 이전에 나오는 문제상황을 지켜보기가 무척이나 괴롭다.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아이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돌발행동도 그렇지만, 이후 솔루션 과정에서 나오는 엄마 아빠의 잘못된 육아방식이나 훈육태도를 지켜보는 것도 버겁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훈육이나 육아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이 고리를 끊어주면 아이의 태도도 상당히 개선 된다.
‘아니 안 본다며?’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솔루션 예능에 적용되는 플롯이다. 과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도, 심지어 강아지를 비롯한 애완동물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예능도 마찬가지다.
사실 저출산 시대에 이러한 육아 예능이 출산의 의지를 더 끌어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선생님이 주는 솔루션이 육아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안그래도 ‘힘들어서 아이를 낳기 싫다’고 말하는 젊은 시대에게 이 예능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우려가 자꾸만 생긴다.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유명 유튜버 슈카월드 역시 육아 관찰 예능에 대한 노파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 유튜버는 이 프로그램이 금쪽이를 달래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고 비슷한 문제를 겪는 부모들이 솔루션을 얻고 공감을 하는 예능이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금쪽이를 다루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고 말했다.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야?’, ‘내 아이가 저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시청자가 할 까봐 걱정스럽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아마도 이런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초 저출산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6월 초저출산 국가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린아이의 커피숍과 레스토랑 등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이 성행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고,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태도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그 누구도 표현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고, 이 태도가 엄마와 아이들은 바깥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며 결국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예능은 예능일 뿐 따라하지 말자’라는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있었듯이, TV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보통의 아이들은 관찰 예능에 나오지 않는다. 나올 수가 없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흥미를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다. 금으로도, 목숨으로도 바꿀 수 없는 만큼 소중한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아이를 낳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내 아이만큼 남의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도, 내 엄마도 이렇게 나를 사랑했겠구나 하는것도 모두 아이를 낳고 나서 깨닫게 된 감정이다.
유명 프로그램을 비난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다만 많은 예비·잠재적 부모들이 이 프로그램을 ‘의도대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자 바람이다. 아이의 자녀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말을 한마디 더 보태고 싶어서다. 다행히 아이가 없는 나의 친구이자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 시청자는 박사의 솔루션을 자신의 어린시절 상처를 회복했다고 한다.
무엇이든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금쪽이가 정말 ‘금보다 귀하고 소중한’ 아이로 인식되는 사회를 꿈꿔본다. 방송도 금쪽이들이 결국 다시 사랑스러운 아이로 돌아가는 ‘해피엔딩’ 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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