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친한' 친구의 친구…'이균용 코트' 정상화냐, 정치화냐

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2023. 8. 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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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대통령이) 친한 친구의 친구입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치고는 새롭고 신선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말이다. 답변의 순서를 뒤집으면 '내 친한 친구의 친구가 대통령입니다'가 된다. 친구의 친구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가까운 관계로, 반대로 대수롭지 않은 관계로도 받아들여진다. 서울대 법과대학 1년 선후배 사이면서 당시 소수의 사법시험 합격자 인원수 등을 고려하면 모르는 관계로 보기는 힘들다.

학교나 지역 선후배 사이라고 답하는 게 보통일 텐데 이 후보자의 답변은 오히려 솔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친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지난 23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첫 공개 석상에서는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거리를 뒀다.

밀접한 관계가 아니라는 설명에도 관심은 여전하다. '친한' 친구의 친구라는 답변은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MB정부 시절 사람이거나 평소 친분이 있는 인물을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에 비춰보면 둘은 정말 아는 정도의 관계라고 볼 수 있을까?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며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법원 내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사법행정 업무보다는, 각급 법원에서 재판 업무에 종사하고 재판연구관으로 활동한 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과의 친분에 관심이 쏠리는 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대법원장이라는 지위와 역할 때문이다. 대법원장은 사법권을 관장하는 수장이다. 사법권은 입법권, 행정권과 함께 국가 3대 권력 중 하나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은 핵심 가치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일선 법원장 등 고위 법관 취임사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어구이기도 하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은 통치 철학이 맞는 인물을 행정 각부의 수장으로 임명한다. 단 사법부는 그 결이 다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성향이 유사하거나 일치도가 높다면 견제와 균형은 무너지기 쉽다. 이 후보자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후보자 지명 이전에 신임 대법원장 후보를 둘러싼 '하마평'도 독특했다. 이 후보자를 비롯해 여러 인사가 거론됐는데 'VIP(대통령)와 얼마나 친한가'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어떤 인연과 관계를 맺었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심지어 정치권과의 유착을 경계해야 할 판사들조차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와 대통령과의 친분을 궁금해했다. 이런 반응은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판과 법리에 정통한 판사가 사법부를 바로세워주기를 바라는 기대 때문에 이 후보자를 지명했으리라는 기대가 많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훼손된 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고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 의중이 깔렸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에서 비판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사법부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는 더욱 힘을 받았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사법부는 '보수' 우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사법부의 정상화를 위한 이 후보자의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다면 그에 따른 개혁과 개선은 또 다른 병폐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기고글을 통해 "모든 법관은 법의 지배에 따라야 하고,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그것을 보호하고 실행해야 하며, 법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정부나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인사 청문 과정과 인준 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대법원장에 오른다면 자신이 쓴 이 글을 다시금 새겨야 할 것이다.

'친한 친구의 친구',로 그냥 아는 정도라고 밝힌 이 후보자의 생각과 달리 두 사람을 막역한 관계로 보는 시선도 많을 것이다. 사법 신뢰와 재판 권위 회복을 화두로 던진 이 후보자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후보자의 말이 허울뿐인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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