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이상한 총자산 계산법

IR에서 관행으로 실적신탁 포함해 총자산 부풀려
IR 때 비교표 제시한 하나금융, 홈피엔 감사기준 통일
"법적 구속력 없는 IR이지만 금융그룹의 상식도 아니다"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통상적인 개념과 거리가 있는 기업설명활동(IR)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IR에서 제시한 총자산 규모가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 무려 166조원 차이다. IR에서 제시한 총자산은 649조원, 회계법인(삼정)의 반기 감사보고서엔 483조원으로 계상됐다.

26일 금융지주회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 IR 자료와 반기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주요 금융그룹 중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서 이런 차이가 드러났다. 하나금융그룹도 IR 보고서에 적은 총자산은 765조원으로 반기보고서와 171조원의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건 두 금융그룹이 IR에선 총자산 산출 때 실적신탁과 AUM(총관리자산·Asset Under Management)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두 금융그룹은 자산에 실적신탁을 포함한 수치라고 각주를 달고 있다.

그러나 금융 및 회계 관계자들은 이런 방식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신탁 상품은 가입자의 돈을 운용해 수익률을 내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신탁에 맡긴 돈은 은행 소유가 아니다. 그래서 이는 이자이익이 아닌 비이자이익으로 분류한다.

이런 이유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반기보고서에는 이 자산 규모를 빼고 산출한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회사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자율적인 IR 설명회여서 그렇다. 어떠한 법적, 감독상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다른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IR 자료에 회사 차원의 기준을 제시하고 동시에 외부감사(안진)를 거친 자산총계 숫자도 함께 적시했다. 더불어 그룹 홈페이지에는 감사보고서 기준의 숫자로만 밝혔다.

하나금융이 신탁자산 포함과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나란히 보여준 이유는 나름대로 있다. 그동안 합병한 은행들의 성격을 무시하기 어려워서다. 하나은행은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옛 서울신탁은행), 외환은행(2012년)을 연이어 합병해 현재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후발은행이지만, 당시부터 신탁 부문에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옛 서울신탁은행은 아예 주력이 신탁이다. 외환은행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월 복리' 신탁상품을 내놓으며 신탁 상품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다. 합병한 은행 전체가 사실상 신탁회사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IR 자료에 각주를 써놓긴 했으나, 그룹 홈페이지에선 감사보고서 기준의 자료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금융그룹의 IR 과거 자료를 역추적해 보니, 이런 방식의 총자산 홍보는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은 본래 자산인 돈(예금+부채)을 굴려 이익을 얻는 곳인데, 자산 사이즈가 작아 보이면 상대적으로 경쟁에 취약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본체인 은행 성격으로 성장성을 볼 때, 신탁을 제외하고 보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긴 하다"면서도 "우리금융의 경우엔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으로 성장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총자산 사이즈 공표에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IR에서의 경영지표 공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에서 회계법인이 인정하지 않는 가입자의 자산을 총자산에 포함해 제시하는 것도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촌평했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