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은행과는 또 다른' 보험 대출의 세계
신용점수 조금 낮아도 승인…소득증명도 수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전격적으로 들여다본답니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과다한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늘고 있어서죠. 그 원인 중 하나로 민간 금융사에서 만기를 50년까지 늘린 주담대가 꼽히는데요. 이참에 보험사도 점검하겠다는 겁니다. ▷관련기사: [단독]금감원, 보험사 주담대 조사 착수…50년 상품 겨냥(8월24일)
보험사는 주로 가입자의 보험료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은행이 수신(예·적금, 수시입출금식통장 등)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리고 이를 적절히 운용해 가입자에게 내줄 보험금도 준비해 두면서 이익까지 내야 하는 게 보험사의 기업활동입니다.
국내에서 운용자산이 가장 큰 보험사인 삼성생명을 볼게요. 이 생보사 운용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236조5713억원이에요. 이 가운대 대출로 내준 자산(대출채권)은 20.4%인 48조2838억원인데요. 5분의 1은 대출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고 있다는 얘깁니다. 작년 말에는 대출채권이 54조8471억원(24.6%)였고요.
삼성생명은 대출의 절반 이상을 개인에게 내주고 있어요. 6월말 기준 53.4%에 해당하는 25조7621억원이 개인대출로 잡혀 있죠.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13조9300억원(28.8%), 대기업에 8조5917억원(17.8%)씩 대출이 나갔어요.
여기서 보면 개인대출은 작년 말 34조2996억원(전체 대출 중 62.5%)에서 올해 상반기 중 8조5375억원이 감소했네요. 6개월 새 24.9%나 급감한 거죠. 이렇게 큰 폭으로 개인대출이 준 것은 올해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집계에서 빠져 나타난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보험사들도 볼까요? 한화생명은 전체 운용자산의 16%인 17조4540억원을 대출로 굴리고 있고요, 그 중 개인대출 비율은 43.3%입니다. 메리츠화재는 운용자산의 33.4%인 11조3956억원을 대출로 운용하는데, 그 대부분(94.5%)이 기업대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보험도 이렇게 대출로 이익을 내는 금융활동을 합니다. 은행처럼 대출을 통해 이자이익을 내는 게 1순위는 아니지만 보험자산을 굴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수단 중 하나로 대출을 끼워두고 있는 거죠. 통상 채권 등의 유가증권 운용 비중이 가장 크고요.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생·손보사들의 부동산담보대출채권 규모는 95조80억원이었답니다. 지난해 12월 말 78조4380억원보다 16조5700억 원(21.1%) 증가했죠. 1분기 말 은행권 주담대 642조원과 비교하면 7분의 1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보험대출 뭐가 다를까? 장단점 해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을 보면 보험사의 대출은 큰 틀에서 은행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종류도 신용대출, 전세대출, 부동산담보대출처럼 은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대체로 갖추고 있죠. 은행에는 없는 보험계약대출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관련기사: [보푸라기]급할 때 요긴한 보험계약대출…주의점은(2022년 9월24일)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험 개인 대출 중 가장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가계대출의 핵심 규제 항목이죠. 대출금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게 적용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은행(1금융)에는 최고 40%가 적용되지만 2금융권(보험·카드·저축은행 등)은 50%까지 받을 수 있거든요. 대출규제 중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은 1·2금융이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말이죠.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의 원금과 이자의 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이게 보험사에서는 50%까지 허용된다는 겁니다. 은행에서는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넘기지 않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보험사에서는 이 한도가 2500만원으로 높아지는 겁니다.
그러면 만기가 똑같더라도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죠. 30년 만기 연 4% 금리,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요. 은행에서는 3억5000만원(DSR 40%)정도가 최대 한도지만, 보험사에서는 4억3600만원(DSR 50%)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대출받는 이(차주)들에겐 유리한 부분이겠죠.
요즘 뜨거운 50년 만기로 가정해 볼까요? 다른 조건은 30년 만기와 같다고 본다면 은행에서는 50년 만기 때 4억32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요. 보험에서는 5억4010만원으로 한도가 쑥 커집니다. 과도한 빚을 경계하는 금감원이 보험사를 점검한 배경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금리는 은행보다는 보험사들이 0.5~1%포인트가량 높습니다. 이건 차주들에겐 아쉬운 점이기도 하고요. 또 적용금리가 높아지면 상환해야 할 이자도 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급여이체나 자동이체, 신용카드 개설, 앱 설치, 예적금 가입 같은 조건들이 줄줄이 따라오기도 해요. 하지만 보험에는 이런 게 거의 없다는 점은 또 나은 부분이네요.
또 다른 점은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신용점수가 은행보다 다소 낮다는 겁니다. 신용대출에서도 그렇고요.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라도 은행에서 못 받는 대출이 보험에서는 나온다는 거죠.
소득 증빙도 은행보다 덜 빡빡한 편입니다. 은행은 직장인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보험은 3개월만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카드 사용내역이나 건강보험료 같은 것을 추정소득 근거로 제출해 승인받을 수도 있고요.
또 하나의 장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은행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대출을 단기간만 쓰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나은 선택일 수 있죠. 각 보험사 상품마다 상환 기간에 따라 수수료 감면 조건이 설정돼 있으니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은행만큼 담보로 취급하는 부동산 물건 종류가 다양하지 못합니다. 아파트, 다세대(빌라), 주거용 오피스텔 등 시장성이 갖춰져 시세 파악이 쉬운 담보로 제한되죠. 은행에서는 단독주택, 토지, 공장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도 대출을 내주지만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