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희의 스토리텔링 툴킷] 지식재산과 스토리텔링의 융합 [수담활론]

김영권 2023. 8.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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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이가희의 스토리텔링 툴킷] 지식재산과 스토리텔링의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지식재산 스토리텔링'

'최초', '처음', '파이오니어'라는 단어는 언제나 환호를 받는다. 최초는 최고보다 더 가치가 크다. 최고는 바뀌지만 최초는 영원하다. 처음이라는 것은 새로운 발견, 없던 길을 내거나 서로 다른 것을 융합이거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즉 없었던 것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필자도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학문 분야의 논문을 쓴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길을 냈다. 바로 지식재산(IP)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이다. 그것은 필자의 전공이 학사와 석박사가 완전히 다르다는 데서 출발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과 문과를 넘나든 결과였을 수도 있다. 과학과 이야기를 접목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재산을 문화예술분야의 스토리텔링과 융합하려는 의도가 바로 이런 생각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를 창립했다. 본 협회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저작권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을 어려운 과학기술이 아니라 지식재산의 탄생 배경이나 연구개발 과정속에 담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서 수요자나 대중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우리나라를 지식재산 강국으로 가는데 작은 역할을 하고자 KAIST 지식재산전략 최고위(AIP)출신 원우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교육을 통해 고경력과학자, 초기창업자,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합류하고 있다.

창의성의 회복 그리고 '융합'
본래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지칭하는 단어로 '테크네'를 같이 사용했다. 인간 본성을 신뢰하며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인본주의를 말하고 있다. 이후 신을 중심으로 하던 중세를 지나 다시 인본주의 사상을 부활시켜 찬란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베네치아는 과학기술자와 문화예술인들이 활발히 교류하였고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많이 쏟아냈다. 당시 베네치아가 작은 국가로서 과학기술분야의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특급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묘책으로 '특허제도'를 최초로 도입해 중세 암흑기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산업 혁명을 거쳐 첨단 기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점점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이룩한 세상은 분명 인간에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해 주었지만 그 그림자는 짙어갔다.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위한 인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바뀌었다.

비인간화가 사회 전반을 물들이고 또한 형식적으로 보이는 겉모양과 양쪽으로 팽창하는 것만이 중요하듯 강조되고, 진정한 본질적 가치들은 무시되거나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인 창조성이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인간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문이 시작되면서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는 인간을 향해 다시 회귀하고 있다. 인간이 상상해 창조하는 두 줄기인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표현이라는 큰 주제로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 특허제도에 뿌리를 둔 지식재산 분야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의 뿌리를 둔 스토리텔링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학문 영역에서는 합동 연구를 지향하는 학계 간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그 경계가 무너지고 컨버전스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과학기술영역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와 같은 융합된 기술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제 통섭, 하이브리드, 퓨전, 컨버전스 등은 변화의 새로운 코드로서, 융합은 글로벌 흐름이 되고 있다.

다양한 활동으로 지식재산 스토리텔링 확장해야

서로 이질적인 두 분야를 결합한다는 측면에서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이질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즉 실증적인 연구에서 발견된 객관적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창의성은 여러 이질적인 분야 간의 새로운 융합에서 접목을 통하여 혹은 서로 다양한 이질적인 영역을 만나는 교차로에서 창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요컨대 순종보다는 잡종에서 전문성보다는 연계성에서 창의적인 산물이 더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한 분야에서 특정 기술만을 특화해 갈고 닦아온 전문성보다는 오히려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풍습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선행 연구를 검토해 보더라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렇게 지식 분야와 스토리텔링 분야를 융합한 사례가 없다. 학문적으로 또는 체계적으로 두 분야에 융합을 시도한 문헌이나 자료를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비즈니스나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마케팅이나 홍보는 종종 발견된다.

이와 같이 최초로 시도되는 필자의 연구는 부족하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인접 학문 간의 융합보다는 이질성이 강한 학문 간의 융합에서 창의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 의미를 뒀다. 그리고 그 다음은 협회와 같은 활동이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길을 잘 내고 포장을 해놓아도 그 길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만든 길에는 사람도 걸어가고, 자전거, 자동차, 트럭이 지나가야 길이 더 커지고 활용될 것이다. '지식재산 스토리텔링'이라는 오솔길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제 12차선 탄탄대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가희 문학박사 지식재산스토리텔링협회(IPSA) 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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